[미국 라스베이거스=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장막이 걷히고 커튼이 올라갔다. 밀려드는 인파와 손님 시선잡기에 나선 기업들로 사막은 더 없는 열기로 채워졌다.
세계 경기 침체 속에 스마트 시장이 유일한 돌파구로 꼽히면서 이를 둘러싼 세계 각 국의 경쟁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 한·중·일 신 삼국지 전개와 함께 미국과 독일 등 내로라하는 국가들이 사활을 걸고 전장에 뛰어들었다.
현지시각으로 7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4는 기존 틀을 과감히 깼다. IT, 모바일의 가세와 함께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마저 스마트 전쟁에 합류하면서 세계 산업의 축소판으로 도약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간판스타들이 대규모 부스를 차리고 시장 선도주자로서의 위용을 뽐내고 있는 가운데 모뉴엘, 유진로봇 등 국내 중소기업들도 기술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소니·파나소닉·샤프 등이 과거 영예를 되찾기 위해 몸부림 중이며, TCL·하이얼·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도 가격 경쟁력과 기술 추격을 앞세워 거센 도전을 준비 중이다. 무려 세계 170개국의 3250여개 기업들이 참여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모여들면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마련된 전시장 규모도 200만평방피트로, 지난해(192만평방피트)보다 넓어졌다. 올해 관람객수도 15만명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북미와 유럽, 아시아 각국의 바이어들도 속속 가세하면서 현장 계약규모도 한층 커졌다. 한 해 농사가 결정되는 장(場)이 섰다.
◇CES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사진=뉴스토마토)
개막 첫 날 기조 연설자로는 주최 측인 게리 사피로 미국가전협회(CEA) 회장을 비롯해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 , 카츠오 히라이 소니 회장, 루퍼트 슈타들러 아우디 회장, 마리샤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 등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거물들이 나섰다.
CES의 화두는 몸에 착용하는 스마트 기기인 웨어러블 제품과 스마트융합, UHD TV로 압축된다. '테크존'에서는 제3의 산업혁명을 주도할 차세대 기술로 손꼽히는 3D 프린팅과 웨어러블 테크놀로지, 센서 및 의료기술, 무인자동차 등이 몰려 들었다.
특히나 이번 CES에서는 유독 웨어러블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이 많다. LG전자는 손목시계에 사용자의 운동량·칼로리 소모량 등을 알려주는 '라이프 밴드'와 이어폰에 장착된 센서가 귀 주변 혈류량을 체크해 심장박동수·혈압을 체크하는 '심박동 이어폰'을 꺼내들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소니의 '스마트 밴드'는 사용자의 일상을 기록하고 라이프로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관리할 수 있다. 이밖에 벤츠와 카르디오스·마젤란·가르민 등도 웨어러블 기기에 출사표를 던졌다. 대부분 손목시계와 구글 글라스와 비슷한 안경 형태를 차용했다.
스마트 기기와 연동한 스마트 가전과 스마트카 기술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BMW와 공동으로 개발한 갤럭시 기어 전용 'i리모트앱'을 통해 갤럭시 기어로 BMW의 전기자동차 i3를 제어하는 상황을 시현했다. 퀄컴은 4G 롱텀에볼루션(LTE)을 연결한 아우디 차량을,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함께 리튬이온 배터리를 선보였다.
그럼에도 CES의 '꽃'은 TV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비밀병기'를 내놓으며 선봉에 나섰다. 양사는 사용자가 리모콘으로 화면 곡률을 조정할 수 있는 곡면 가변형 TV를 세계 최초로 내놓으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UHD TV와 OLED TV의 개화를 알렸던 라이벌 간 혈전은 이번 CES에서도 어김없이 재연됐다.
디스플레이의 대형화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포인트다. 삼성과 LG는 105인치 곡면 울트라(UHD) TV를 이번 CES에서 나란히 공개했다. UHD TV 시장을 주도하며 왕좌 탈환을 노리는 일본 업체들도 라인업을 보강하며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며, 중국 기업들도 차세대 TV 시장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추격전을 벌였다.
이밖에 세탁기와 오븐·로봇청소기 등의 생활가전과 오디오·스피커 등의 음향기기, 카메라, 스마트폰 등도 각각의 자리를 차지하며 쟁탈전에 가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