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盧가 만들고 MB와 朴이 사랑한 'DTI'

양도세중과세, 종부세 등 부동산규제 유명무실됐지만 건재

입력 : 2014-01-08 오후 4:02:44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들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애용하고, 박근혜 현 대통령이 애써 지켜주고 있는 부동산 규제가 있습니다.
 
부동산 활황기 대통령을 지낸 노 전 대통령이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한 대부분의 부동산대책은 이후 침체기를 거치며 사라졌지만, 'DTI'(총부체상환비율) 만은 아직도 시장의 강력한 규제로 남아있습니다. 부동산 규제책과 금융 안정책 사이를 오가며 발휘하는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부동산시장에 박혀 뽑히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부동산 규제 대못들이 속속 뽑히고 있습니다. 아직 안뽑힌 대못은 뽑기 위해 애를 쓰고 있죠.
 
다주택자의 순기능이 주목받아서였을까요? 지난 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가 폐지됐습니다. 부자감세에 반대하는 야당에 막혀 절대로 폐지되지 않을 것 같았던 제도였죠. 참여정부 시절 도입된 대표적인 부동산 대못 중 하나입니다.
 
또 다른 대못인 '분양가상한제'는 MB정부에 이어 현 정부도 지속적으로 폐지 또는 탄력 운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 차례 하위법령이 개정돼 너덜너덜해졌지만 정책적 불확실성 제거 차원에서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종합부동산세는 전 정부에서 위헌 판결을 받으며 현실적으로 조정됐습니다.
 
MB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박근혜정부 역시 노 전 대통령이 부동산시장에 박아놓은 대못을 제거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전 노무현 대통령이 만든 또 하나의 부동산 억제작(作)DTI. 노 전 대통령의 다른 부동산 규제들은 두 번의 새로운 대통령을 거치며 폐지를 강요받고 있지만 DTI 만은 다릅니다.
 
MB정부는 부동산 시장 조절책으로 애용했고, 박근혜정부는 불가침영역으로 지정해 손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DTI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정부의 재량으로 언제는 폐지와 강화가 가능한 규제인데요.
 
부동산시장에 DTI가 처음 적용됐던 것은 2006년 3.30대책에 의해서 입니다. 부동산 광풍기 국가 수장이었던 노 전 대통령은 각종 부동산·세제 규제에도 시장이 진정되지 않자 돈 줄 자체를 막기 위해 금융권을 규제합니다.
 
DTI(Debt-To-Income ratio)는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과 기타 부채의 이자 상환액을 합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합니다. 소득이 적고, 비율이 낮을수록 대출액은 줄어듭니다.
 
도입 당시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며 영향력을 자랑하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MB정부는 DTI를 애용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에 빠진 시장을 살리기 위해 DTI를 완화했고, 반짝 상승세를 보이자 다시 강화하는 등 몇번의 해제와 재도입을 반복했죠. 금융정책이지만 부동산시장 조율책으로 활용하기에 제격이었습니다. 가계부채 위기가 찾아온 임기 말년에도 유지와 해제를 반복하며 시장을 혼란시키기까지 했죠.
 
현 정부는 MB정부 때와는 조금 다른데요. 시장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금융건전성 제고를 이유로 DTI를 굳건히 지켜주고 있습니다. 박근혜정부 원년이었던 지난해 두 번의 부동산대책과 두 번의 후속 방안이 나왔지만 DTI는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정부 고위 관료들은 각종 공식석상에서 DTI는 부동산시장 활성화 정책이 아닌 금융시장 건전성 규제로 봐야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수요 진작이 시급했던 생애첫주택구입, 전세대출 등에 대해 DTI를 완화해 준 것을 보면 부동산 거래시장에 얼마나 효과적인 제도인지는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시장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가 폐지되자 또 다른 강력 규제인 DTI를 폐지해 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6월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정부가 DTI에 손을 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지요.
 
현재 남아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동산 상승 억제작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DTI가 시장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해 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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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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