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대해부)②현대차 3세경영, 퍼즐 맞추기!

복잡한 순환출자, 총수 일가의 낮은 지배력, 3세로의 지분승계 미미 '3대 골칫거리'
글로비스·엠코 지분가지 극대화 전망..중심에 현대모비스

입력 : 2014-01-09 오전 9:06:15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올 하반기부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간 신규 순환출자가 전면 금지된다. 계열사간 부당지원 및 거래를 막고, 재벌 총수 일가의 편법적 재산상속과 증여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투명한 기업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기업 인수합병이나 증자, 구조조정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이뤄지는 신규 순환출자는 허용키로 했다. 특히 기존의 순환출자 구조 역시 유지할 수 있어 해당 대기업들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어 순환출자에 대한 사회적 비판은 여전하다. ‘소유와 지배의 괴리’라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기업들에게 순환출자는 ‘주홍글씨’로 남을 수밖에 없다. 
 
◇지주사 전환·부의 이전 통한 경영권 승계 연착륙 시도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해소에 있어 최소 10조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지난달 신규 순환출자만을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큰 짐을 덜게 됐지만, 구조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 정몽구와 특수관계인 지배구조 요약도.(자료=뉴스토마토, 동양증권)
 
CEO스코어는 최근 현대차그룹이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2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데 10조3467억원의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 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한 51개 그룹 가운데 삼성그룹(20조6008억원)을 제외한 최대 금액이다.
 
동양증권 채권분석팀은 지난해 11월 펴낸 '2014 한국기업의 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력 계열사들이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기타 계열사들은 3사의 지배 하에 놓여 있는 복잡한 지배구조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상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며 '얽히고 얽힌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와 핵심 계열사들에 대한 총수 일가의 낮은 지분율, 3세로의 지분 승계가 미미함에 따라 발생할 증여세 및 상속세에 대한 부담'으로 정리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지난 1998년 정몽구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경영권을 확고히 했지만, 장남이자 후계자인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지분 승계가 미미해 증여세와 상속세에 대한 부담이 크다. 이는 곧 현금 동원력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지난 2005년 11월 글로비스를 통한 편법증여 문제가 불거지면서 부의 세습이 어려워짐에 따라 전환사채로 성공적 증여를 이룬 삼성그룹에 비해 상속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의선 부회장은 낮은 지분율로 향후 경영권을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지주사 전환은 물론 부의 이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의 연착륙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또 정몽구 회장에서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퍼즐 맞추기가 진행됐다는 전언도 들린다. 사전정지 작업이 임박했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 지배현황과 경영권 승계 구도는?
 
현대차그룹은 앞선 지적대로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로 순환고리가 형성돼 있으며, 나머지 계열사들은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 등 3사에 모두 종속돼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복잡한 구조를 보인다.
 
그룹을 옥좼던 순환출자 금지가 신규 순환출자로 제한, 기존 순환출자를 소급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당장의 급한 불은 끄게 됐다. 중장기적 과제로 검토가 가능한데, 10조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됨에 따라 쉽게 접근하기도 힘들다.  
 
현재 거론되는 지배구조 관련 유력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동양증권 채권분석팀은 계열 매출 비중이 높은 현대모비스를 정점에 두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전방산업을 이끌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후방산업(부품사)에 위치한 현대모비스에 이익을 몰아주기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현대모비스의 경우 전기자동차나 지능형자동차와 같이 향후 더할 수 있는 수익모델이 많아 유리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 홀딩스 설립시 예상 지배구조.(자료=동양증권)
 
이 경우 기아차 보유지분 16.9%와 현대제철 보유지분 5.7% 등 총 22.6%의 지분이 매각돼야 한다. 8일 종가기준 26조8669억원의 현대모비스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대략 6조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현대모비스가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하는 것은 과중한 자금부담을 안고, 특히 그룹의 현대모비스 지배력이 약화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기아차와 현대제철 보유지분을 제외하면 정몽구 회장(7.0%)과 현대글로비스(0.7%) 등 총 7.6%의 지분이 전부다.
 
그렇다고 계열사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과 대주주 보유 계열사(기아차, 글로비스, 현대제철 등) 지분을 SWAP하는 방식은 대주주 지분가치가 부족할 뿐 아니라 매각시 대주주에게 거액의 양도세가 부과되는 문제가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
 
정의선 부회장이 지배하는 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시나리오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자기자본 1조9000억원과 현금성 자산 5000억원 내외의 현대글로비스로서는 6조원을 상회하는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은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의 돈줄 ’글로비스·엠코’..”기업가치 극대화하라”
 
다만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와 현대엠코 등의 실적 향상을 통한 기업가치를 높이고, 유사 계열사와의 합병 과정에서 거둔 시세 차익으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사들인다면 가능성은 현실이 될 수 있다.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 현대건설과 엠코 간 자기자본 등 자산 격차가 크지만,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른다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아니다.
 
실제 글로비스는 지난 2001년 자본금 50억원으로 설립돼 10년만인 2011년 매출 7조5500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매년 기록적인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룹의 지원이 집중되면서 사업은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친 격’이 됐다.
 
정 부회장의 지분이 높은 현대엠코는 현대건설 자회자인 현대엔지니어링과 우선 합병해 몸집을 키워 기업가치와 실적 등 합병비율에 중요한 지표들을 끌어 올린 후 현대건설의 지분 15%를 인수해 우회 상장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1년 현대건설 인수 당시 채권단에 3년간 자산변동이나 자산 재매각 조항을 포함시켰지만, 지난 연말 기한 만료로 해당 조항이 풀리면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엠코가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장악을 위한 자금 조달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당시 채권단에 “합병은 절대 없다”고 공언했으나, 현대건설 이사회에 총수 일가의 측근들을 전면 포진시켜 향후 합병시 장애물이 될 요소들을 사전에 제거했다. 현대건설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합병비율은 양측의 협의를 통해 1:10에서 1:7까지 조정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게 시장 안팎의 분석이다.
 
동양증권은 현대모비스와 기아차,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엠코 지분을 지주 부문으로 분할 후 합병을 통해 지주사를 설립하고,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총수 일가가 보유한 현대차, 현대모비스, 글로비스, 현대엠코 지분을 홀딩스에 출자하는 방안을 유력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이 경우 주주총회 의결과 주식매수청구권 등의 문제가 있지만 자회사들 간에 주식매매가 아닌 현출출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법인세 이연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대주주의 지분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현대차 홀딩스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글로비스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기아차 및 기타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모습의 지주회사 그림이 가능하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들은 중간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현재 지배구조가 현행 법령에 위반이 없고, 천문학적 자금 소요가 발생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급격한 지배구조 변화의 가능성은 낮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되는 시점으로 삼성그룹을 주목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러올 여론의 반감을 의식, 삼성그룹과 시기를 같이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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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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