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어닝시즌 될까..4분기 실적 '먹구름'

계절적 요인·원고엔저로 실적 하향조정
2월까지는 지수상승 이끌 모멘텀 無

입력 : 2014-01-08 오후 5:06:00
[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연초부터 증시가 '삼성전자(005930) 어닝쇼크'와 '엔화약세'라는 두가지 악재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1월효과 기대감은 이미 물러갔고 삼성전자의 실적부진이 전반적인 투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4분기 기업실적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어닝시즌이 끝나는 2월까지는 대체적으로 주가상승 모멘텀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4분기 실적 '흐림'..어닝시즌 주가 상승 모멘텀 '부재'
 
삼성전자 실적발표를 시작으로 어닝시즌이 본격화됐지만 국내 상장사의 4분기 실적 전망은 어둡다. 분기 특성상 계절적 요인을 받을 뿐더러, 엔화약세로 수출주들의 경쟁력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환율의 경우 연말 내내 롱(매수) 포지션을 유지하던 외국인의선물 대량 매도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8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추정가능한 187개 상장사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잠정 추청치는 29조1903억원으로 전망됐다. 전분기인 3분기 31조1506억원에 비해 6.29% 감소한 수치다. 이중 84개 상장사가 전분기대비 실적이 하향조정됐다.
 
현대차(005380)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예상치인 2조2660억원보다 2조2532억원으로 하향조정됐고, LG전자(066570)도 영업이익이 2054억원으로 예상돼 당초 컨센서스인 2216억원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밖에도 한국전력(015760)(-72.24%), 삼성생명(032830)(-59.14%), 삼성전기(009150)(-46.36%), 아시아나항공(020560)(-70.62%), 현대상사(011760)(-53.40%), KT(030200)(-43.55%), KT&G(033780)(-35.13%), KB금융(105560)(-24.01%) 등이 전분기 대비 실적이 대폭 하향조정됐다. 
 
통상 매년 4분기 실적은 예상치를 10~20% 안팎으로 하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난해는 계절적 요인과 더불어 가파르게 진행된 원고엔저 현상이 실적 부진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국내시장은 수출주인 IT와 자동차 업종의 비중이 전체 상장기업 영업이익의 절반 가량 육박한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감안해 어닝 시즌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적어도 어닝시즌이 끝나는 2월까지는 주가상승 탄력을 받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업실적 문제를 환율과 엮어보면 결국 IT, 자동차 주식의 실적 감소 흐름으로 귀결한다"며 "이들 업종의 주가는 환율 하락과 함께 꾸준히 이뤄지고 있고 실제 IT, 자동차 주식의 작년 4분기 순이익에 최근 한 달간 각각 4%, 1%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몇일새 원엔환율이 올라가며 엔저부담이 완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업들의 영업상황은 녹록치 않다"며 "4분기 실적은 물론이고 1분기 실적 개선도 더디게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2분기 소비세 인상을 앞둔 일본이 통화를 풀며 엔저 유도를 멈출 때까지 국내시장이 상승하기는 어렵다"며 "삼성전자를 비롯해 나머지 대기업들이 4분기 적극적으로 손실이 반영되면서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기적 요인 중 하나인 빅배스(잠재부실·이익규모 처리)로 인해 실적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상화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상장기업 CEO 교체가 많기는 했지만 일회성 요인에 불과하다"며 "이것이 실적이나 주가변동에 좌우하는 메인드라이버(주요 동력)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금통위의 금리 변화 추진에 대한 의지가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용택 센터장은 "연초 증시 모멘텀의 계기라고 하면 통화당국의 의지가 있을 것"이라며 "곧 나올 금통위가 금리정책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개별종목' 중심..중소형·내수주 '주목'
 
증권가에서는 어닝시즌 내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뚜렷한 모멘텀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시장 전반보다는 개별종목 수혜주에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 실적 충격이 덜한 내수주 등이 추천업종으로 제시됐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은 정부정책과 맞물린 개별 종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며 "디스플레이, 에너지, 하드웨어, 전기장비, 무역, 유통, 소프트웨어, 증권, 은행 등 9개 업종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변화율(자료제공=우리투자증권)
 
IT업종의 경우 전반적인 실적 모멘텀 부재가 리스크로 꼽혔다. 임돌이 신영증권 연구원은 "4분기 IT 대형주 실적은 스마트폰 판매 부진과 재고 조정에 따라 전반적으로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며 "삼성 계열의 실적도 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측되고 LG 계열의 실적도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는 반대로 삼성전자 모멘텀 둔화가 오히려 우량 중소형주와 금융 소재업종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모멘텀 둔화기에는 시장 이례현상(market anomaly)인 소기업효과(Small Firm Effect)가 강화된다"며 "우량 중소형주(삼성전자 투자확대 수혜주, 테블릿·LED 관련주), IT업종 부진의 대체재로서 금융, 소재업종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익에 대한 기대치가 없는 업종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며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최근 3년 평균치 보다 낮은 자동차부품, 의류·내구소비재, 보험, 디스플레이 업종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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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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