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아직 프로 무대에 서본 경험이 없는 앳된 얼굴의 신인 선수들. 구단의 지명을 받고 프로선수로서 이제 데뷔가 코앞인 수많은 신인들은 지금쯤 어떤 각오를 갖고 올해를 준비하고 있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일 오후 대전 유성 리베라호텔에서 10개 구단 신인 선수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10개 구단 소속 155명의 신인 선수가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신인 선수들은 프로야구 선수로서 필히 갖춰야 할 자세와 소양, 프로야구에 대한 기본사항 등을 교육받았다.
교육은 양상문 야구 해설위원(MBC스포츠플러스)의 '신인선수의 자세'라는 주제의 강의로 시작됐다. 이어 '행복하게 야구하는 법(法)'(김갑석 대구대 법대 교수), '미디어 인터뷰 교육'(장강훈 스포츠서울 기자), '프로야구 대회요강, 규약, 규칙 설명'(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스포츠토토 부정방지교육'(정환택 스포츠토토 감사팀 차장), '프로야구 연금 설명회'(김대용 삼성생명 팀장), '반도핑 교육'(이종하 KBO 반도핑위원장) 등이 진행됐다.
교육 일정을 마친 후 10개 구단의 신인선수는 팀별로 단상에 올랐고 프로선수로 출발하는 각오를 밝혔다. 발표는 지난시즌 선두인 삼성을 시작으로 전년도 순위대로 단상에 오른 후 올해 리그에 진입하는 KT의 선수들이 끝을 장식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군제대 예정선수 특별지명 절차를 통해 KT위즈의 유니폼을 입은 이성주가 사회자가 건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소속팀에 대한 자부심이 충만한 신인 선수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삼성 이수민(투수, 1차지명, 대구상원고 졸업 예정)은 삼성을 부르며 '명문구단'이란 표현을 빈번히 썼다. 최근 3년 연속 통합(정규시즌·한국시리즈) 우승 구단의 선수로서 당연한 표현이다.
한화 김민수(포수, 2차 2라운드, 영남대 졸업 예정)은 "(한화가) 지난해 9등을 했는데, 지금 분위기 좋다"며 "긴장하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이끌림에 올해 도루 성공시에 선보일 '도루 세리머니'도 간단히 공개했다.
넥센 임병욱(내야수, 1차지명, 덕수고 졸업 예정)은 "목표는 1군에 머무르며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고 팀의 목표는 우승"이라고 답했고, SK 이건욱(투수, 1차지명, 인천 동산고 졸업 예정)은 "지난해 6위를 했는데 다시 왕 자리를 노릴 것"이라며 "꼭 우승의 영광에 오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이창진(내야수, 2차 6라운드, 건국대 졸업 예정)의 말이 소박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개인 목표는 최대한 빨리 1군에 올라 구단에 보탬이 될 선수로서 발전하는 것"이라며 "팀이 4강에 가지 못했는데 올해는 신인들과 함께 보탬이 되서 4강 싸움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두산과 LG는 신인 선수도 '라이벌'
같은 서울 잠실구장을 쓰는 두산·LG의 선수들은 벌써부터 상호 라이벌 의식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포문은 먼저 단상에 오른 두산 최병욱(투수, 2차 1라운드, 동국대 졸업 예정)이 열었다.
최병욱은 올해 목표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신인이고 처음 들어와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1군 선수와 제대로 만나지 못하긴 했지만, 일단 목표는 빠르게 야구에 적응한 이후 1군에서 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사회자는 1군에서 만나보고 싶은 선수를 물었고 그는 망설임 없이 "LG의 양석환 선수가 에러를 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답했다.
양석환(내야수, 2차 3라운드, 동국대 졸업 예정)과 최병욱은 같은 학교를 졸업한 동기 동창이다. 하지만 이제 '라이벌'로 흔히 불리는 팀에서 멋진 타격과 구위로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하는 선수다. 장난끼가 살짝 섞이긴 했지만 라이벌 의식이 발현된 것으로 봐도 무방했다.
두산과 LG는 지난해 2위와 3위다. 최병욱을 포함한 두산 신인이 내려가자 곧바로 LG 신인이 단상에 올랐고, 사회자는 바로 양석환을 지명해 최병욱의 도발(?)에 대한 답변을 물었다. 이에 양석환은 "저는 1군에 빨리 들어와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재치있게 응수했다.
양석환은 사회자의 'LG가 두산을 몇 번이나 이길 수 있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는 "18번 중 최소 10승은 하지 않겠냐"고 답하면서 "올해 LG가 우승 후보라고 많이 말하는데, 올해는 꼭 두산을 이기고 우승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승에 대한 의지는 물론 오랜 시간동안 잠실 라이벌로 꼽힌 두산 베어스 상대 필승의 의지가 말투에서 결연해 보였다.
◇NC다이노스의 2014년 1차지명 선수인 강민국이 사회자가 건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꼭 이기고 싶은 선수'에 지명된 이들의 답변은?
프로구단 지명 선수는 모두 합쳐도 200명 미만이다. 올해는 KT의 리그 진입으로 처음 10개 구단 체제가 되며 예년보다 지명선수가 많아졌다.
그렇기에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자주 마주치게 된다. 자연스레 '언젠가 꼭 이기고 싶은 선수'가 생긴다. 사회자는 이와 관련된 질문도 했다.
'나는 꼭 이기고 싶다'는 선수가 있냐는 질문에 삼성 이수민은 NC 홍지운(내야수, 2차 5라운드, 경남대 졸업 예정)을, SK 이건욱은 NC 강민국(내야수, 1차지명, 동국대 졸업 예정)을 꼽았다.
KT의 이성주(투수, 제대 예정선수 KT 특별지명)는 현역 선수인 LG의 이병규(30·외야수·배번 7번)을 꼽았다. 경찰청 야구단 제대선수 출신인 이성주는 "경찰청 시절 (이병규에게) 말도 안 되는 홈런을 맞았다."고 선정 이유에 대해 밝혔다.
넥센 임병욱은 '첫 홈런은 이 선수에게 치고 싶다'는 선수가 있냐는 질문에 같은 덕수고 출신인 두산 전용훈(투수, 2차 2라운드, 덕수고 졸업 예정)을 꼽았다.
그렇다면 도전(?)을 받은 선수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단상에 오른 순서상 NC의 홍지운과 강민국만 답변 기회가 왔다. 홍지운은 "선수단이 보강돼 4강 싸움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나는 퓨처스리그에서 천천히 올라오겠다"라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반면 강민국은 "전에 (이건욱이) 크게 당했다. 퓨처스리그나 1군리그에서 언제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만나게 되면 크게 한번 혼내주겠다"라고 응수했다. '어떠한 형태로 혼내주겠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실력으로 공을 잘 쳐서 이기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