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 재판부 "'적기가'제창 국보법 위반 전체 분위기 중요"

입력 : 2014-01-09 오후 7:52:15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이른바 '혁명조직'(RO)이 단체로 '혁명동지가'와 '적기가'를 부른 데 대해 내란음모 사건 재판부가 "노래를 부르게 된 모임의 분위기를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원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김정운)는 9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7명의 재판에서 RO가 두 차례 모임에서 '혁명동지가'와 '적기가'를 부른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 2건을 재생하고 청취했다. 해당 파일은 제보자 이모씨가 현장에서 직접 녹음한 파일이다.
 
첫번째 녹음파일은 2012년 6월21일 경기도 용인 K대학교에서 있던 통진당 경기도당 주최의 당직선거 출마자 결의대회 내용이 담긴 약 3시간 분량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통진당에서 당권파로 분류되는 당원들이 나흘 뒤 시작하는 당직자 선거에 출마한 각오 등을 밝혔다.
 
다른 파일은 같은해 8월10일 곤지암 청소년 수련원에서 통진당원 350여명이 모인 '진실승리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오고간 내용으로 약 6시간 분량이다.
 
행사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직전 공판에서 재생된 5월10일과 5월12일 모임의 내용을 담은 녹음파일과는 대조를 보였다.
 
6월 모임이 담긴 파일에서는 아이 울음소리도 들렸고, 이 의원은 참석자에게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8월 모임 녹음파일에서는 참석자들이 분반 토론시간에 공연을 하는 등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개그콘서트 코너 패러디물과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개작·개사한 진보스타일 등의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이 대목에서 이 의원 등 피고인들과 변호인, 통진당원으로 추정되는 당원들이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두 행사의 시작과 중간, 끝에 이르러 참석자들은 이 의원 등의 제의에 따라 혁명동지가와 적기가를 제창한 데 대해 검찰은 국가보안법(찬양·고무)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공연 등 행사 전체 내용은 공소사실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이지만 내용 대부분이 법정에서 재생된 데는 재판부의 판단이 작용했다.
 
재판부는 "어떤 분위기에서 혁명동지가를 부른 것인지 파악하는 게 공소사실의 중요한 포인트"라며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다고 보이는 부분까지 청취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이 의원 등 피고인들이 북한노래를 불렀다는 증거가 없고, 이러한 이적표현물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의원 등의 제의로 북한가요를 제창한 것"이라며 이적표현물 해당 여부를 지적하는 변호인단에 "국가보안법 법리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당시 두 행사 중간의 참석자들은 발언 기회를 얻어 "오늘부터 나는 이석기파(派)다", "내가 바로 이석기 동무다", "이석기는 우리의 생명", "우리는 이석기 키즈"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힘차게 싸우자" "수세적 방어가 아니라 공세적 단계로 나아가는 시기", "당직선거는 불의와 정의의 싸움", "주체역량을 확보할 때" 등의 발언을 했다.
 
검찰은 참석자들이 의원을 중심으로 조직적 활동을 한 것으로 보고, 이 의원에게 국가보안법상 이적동조 혐의를 적용했다.
 
변호인 측은 "당의 역량을 강화하고, 대선국면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한 것"이라며 "이적목적성이 있을 턱이 없고, 내용을 봐도 국보법 사건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왜곡 녹취록을 인용한 부분이 공소장에 적용됐다"며 공소사실을 변경할 것을 주문했다.
 
검찰은 "해당 발언은 특정 조직이 이 의원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활동한 것을 반증한 것"이라며 공소장을 변경하라는 변호인단에 "신중하고 엄중하게 검토해서 최소한만 기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0일 10시에 열리는 다음 재판에서도 제보자 이씨가 녹음한 RO의 세포모임 관련한 녹음파일이 재생된다.
 
◇(사진=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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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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