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뒤집기)벤처창업과 학벌의 상관관계는?

입력 : 2014-01-11 오후 3:08:32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2010년 막 IT업계를 출입했을 때입니다. 스마트폰 보급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기와 함께 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봇물을 이루며 등장했습니다. 일부는 카카오나 티켓몬스터와 같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죠.
 
이들과 접촉하면서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창업자들의 프로필이 '고(高)스펙'이라는 점입니다. 당시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생각했죠. “충분히 ‘신의 직장’을 선택할 수 있었을 텐데 왜 굳이 힘든 길을 갈까?”라고 말이죠.
 
그래서 초반에는 이들이 인터뷰에서 말했던 것처럼 “정말 ‘벤처DNA’이라는 게 있고, 세상을 바꿔보고 싶은 패기로 똘똘 뭉쳤구나”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 기본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먼저 고스펙 인재인 만큼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성공 가능성과 리스크 감당 능력이 일반인보다 더 높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직장인으로 머물기에는 꿈이 너무 큽니다. 누군가에게는 삼성전자, 네이버 직원이 최종목표일 수 있겠지만 이들에게는 결코 그럴 수 없죠.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와 배경이 존재했습니다.
 
한국사회에서는 오랜 기간 학벌주의가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이는 벤처업계에서도 통용이 됐는데요. 좋은 대학 나와야 창업을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정말 그러할까요? 이와 관련해 2012년 다음커뮤니케이션 개발자 컨퍼런스 ‘디브온’에서 이택경 프라이머 대표,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 김길연 엔써즈 대표가 관련 주제에 관해 나눈 대담을 소개할까 합니다.
 
우선 장병규 대표는 “관련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실제 똑똑한 사람들이 명문대에 있기 때문인데요. 그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스탠포드 박사 3명이 모이면 무조건 투자를 받을 수 있다”며 “전문성을 인정받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택경 대표와 김길연 대표 또한 “관련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모든 업종이 그렇지만 특히 소프트웨어 기업은 투자, 제휴 등 외부협력과 인재채용이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여기서 인맥이 큰 역할을 담당하기 마련이죠. 당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김정주 넥슨 회장만 하더라도 카이스트 룸메이트였으니까요.
 
이택경 대표는 “영향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만약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기술회사거나 기업간 거래방식(B2B)이라면 이러한 속성이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했을 때 결국 고스펙이 줄 수 있는 것은 인맥을 통한 정보력과 ‘끈’에 불과합니다. 그래서인지 셋 모두 성공과 학벌 사이 논리적인 상관관계는 없으며,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데 입을 모았습니다.
 
사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실적을 보여주는 것이지, “나 예전에 잘 나갔다” 혹은 "나 아는 사람 많아"라고 말해봤자 ‘화랑의 후예’로 취급받기 마련이니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만약 창업을 준비하는 독자라면 마음이 복잡다단할 것입니다. 적어도 무관한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위축되지 마세요. 그나마 인맥 또한 허상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디지털 노매드’ 원조인 징기스칸만 하더라도 ‘최고 명문귀족’이라는 스펙을 가졌지만 성공에 썩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친척들은 모두 등을 돌렸고, 고난을 같이 겪은 천민 출신 동료들만이 끝까지 옆에 남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명문대 동문모임에 나갈 수 없어 아쉬워”라고 말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당당해지는 것, 작더라도 하나씩 성공스토리를 쌓는 것은 어떨까요. 정말 중요한 것은 벤처DNA와 세상을 바꾸고 싶은 패기니까요.
 
◇ 서울대 정문 (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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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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