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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업황회복의 신호탄이다. 작년 연말 물량이 이월된 것이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20달러대로 올라선 가운데 태양광 업계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업황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지난해 연말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자 업계 안팎에서는 일단 회복에 대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지난해 연말 설치키로 했던 태양광설치 물량이 연초로 이월됨에 따라 1분기는 지나봐야 업황 회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3일 태양광 시장조사기관 PV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폴리실리콘 가격은 전주 대비 3.2% 오른 kg당 20달러로 집계됐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20달러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 2012년 9월(20.12달러) 이후 1년5개월여 만이다.
가격 상승의 원동력은 다운스트림(발전사업)의 호조세에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태양광 신규 설치 수요는 1분기 6GW, 2분기 8GW, 3분기 10GW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연간 신규 설치 수요가 35GW에 이를 것이라는 업계 안팎의 전망을 고려하면 지난해 4분기에만 11GW 가량 설치 수요가 발생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분기별 연중 최대치다.
특히 흐름이 긍정적이다. 일본을 제외한 독일, 미국, 중국 등은 태양광발전에 대한 정부의 연간 보조금 적용 기간이 1월부터 12월까지다. 정부 보조금은 매년 감소 추세이기 때문에 태양광발전 사업체들 사이에선 새 정책이 적용되기 직전 설치 수요를 늘리는 게 관행이 되다시피 했다.
또 연말에 설치키로 한 물량이 1분기까지 이월되는 경우도 많아 통상 1월과 2월에도 태양광 수요는 견조한 흐름을 보인다.
이 같은 분위기는 국내 업체들의 가동률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국내 태양광 업체들은 지난해 4분기를 전후로 가동률이 치솟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OCI(010060)는 지난 9월 이후 풀가동에 진입했고,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 역시 지난 3분기부터 말레이시아, 중국, 독일 등 전 공장의 공장 가동률이 90%를 넘어섰다. 이밖에 웅진에너지(103130)와 넥솔론(110570)도 각각 유럽·미국의 거래선 확보와 대만·중국 수출 물량이 늘면서 지난해 연말부터 전 기계를 가동 중이다.
관심은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이 지속될지로 모아진다. 모처럼의 수요 증가가 가동률을 상승시키고, 이는 판가 인상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등 수급이 균형을 찾기 시작하면서 시장 확대는 물론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올해 전 세계 태양광 신규 설치 규모가 지난해보다 14% 증가한 40GW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장밋빛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 연간 수요가 15%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태양광 설치 시장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이 빠듯해 조만간 공급부족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태양광 업황 침체의 여파로 미국 햄록이 폴리실리콘 생산량을 대폭 축소한 데다 중국에서 중소형 규모의 폴리실리콘 제조사들이 가동을 멈춘 게 수급 불균형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폴리실리콘의 경우 생산을 중단한 뒤 가동을 재개하더라도 수율을 안정화하는데 적잖은 시간이 들기 때문에 당분간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올 2분기까지 가격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지난해 연말에 이월된 물량 효과를 감안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전 세계 태양광발전 시장의 11%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정책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매년 4월부터 새롭게 조정된 발전차액보상제도(FIT)를 적용하는데,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개편된 정책에 앞서 설치 수요가 급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정책 변화의 영향을 받아 일시적 반등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는 지난 2012년과 2013년 폴리실리콘 가격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 2011년 연말 kg당 29.2달러로 바닥을 찍은 뒤 이듬해인 2012년 1월 초 30달러대에 올라섰다. 그러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1분기가 끝날 무렵인 3월 중순 28.40달러대로 내려앉은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3년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1월 초(15.38달러)부터 반등한 뒤 18달러 후반까지 치솟았으나 4월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도 3월까지 폴리실리콘 가격이 강세를 보이다가 2분기 이후부터 상승세가 꺾였다"면서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체 시장규모는 성장하겠지만, 가동을 중단한 업체들이 재진입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기 때문에 1분기 이후 수급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신중론을 견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