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지난해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는 야구단 창단 후 처음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이뤘다.
넥센은 비록 5차전까지 가는 치열한 준플레이오프(준PO) 접전 끝에 탈락하며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하지만 넥센에게 이번 경험은 팀의 부족함을 메운 계기이자, 다음 시즌의 기대를 높이는 기회가 됐다.
넥센은 타선이 매우 강하지만 마운드는 다소 아쉬운 팀으로 평가된다. 두 자릿 수 홈런을 친 타자가 4명이나 되지만, 토종 10승 투수는 4년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불펜 역시 다소 불안했고, 허도환 이전에는 포수 자리도 아무런 믿음을 주지 못했다.
그렇다면 넥센은 올해도 '가을 야구'를 진행할 수 있을까?
◇박병호. (사진제공=넥센히어로즈)
◇S(Strength : 강점) - '홈런 1위, 장타율·볼넷·출루율 3위, 타율 4위' 막강 타선
넥센은 지난해 선두를 기록한 홈런(124개)으로 타선의 파괴력을 제대로 선보였다. 타율(0.272)이 전체 4위인 것을 감안하면 '빅볼'은 넥센의 뚜렷한 장점이다.
2012년 홈런왕인 거포 박병호는 지난해 역시 37개의 홈런을 치며 홈런왕에 다시 등극했다. 강정호가 22개의 홈런을 기록한데 이어 이성열과 김민성도 각각 18개와 15개의 홈런을 쳐냈다. 이들 네 명의 홈런수 92개는 KIA(88개)·NC(86개)·롯데(61개)·LG(59개)·한화(47개)의 팀홈런 수보다 많으며 두산(95개)에 육박한다.
자연스레 넥센 타자들은 상대 투수들에 공포심을 불러왔다. 강한 '한 방'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힘을 보였다.
위에 언급한 선수 네 명은 각각 자기 목표가 있다. 이들은 목표를 달성한다면 얻게될 수확이 매우 달콤하다. 올해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강정호는 이번 시즌을 마치면 구단 동의를 얻어 해외에 진출할 자격이 생긴다. 이성열은 데뷔 후 처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으며, 김민성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통해 병역문제 해결을 노려볼 수 있다. 박병호는 외국인 타자와의 경쟁 속에서도 '3년 연속 홈런왕'에 도전한다.
네 명 외에도 올해 처음 넥센 유니폼을 입은 두산 출신의 윤석민도 '한 방'을 겸비한 타자다. 넥센의 '빅볼'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브랜든 나이트(왼쪽), 벤 헤켄. (사진제공=넥센히어로즈)
◇W(Weakness : 약점) - '나이트와 벤헤켄은 괜찮지만..' 불안한 토종 마운드
넥센의 약한 부분을 꼽자면 마운드다. 나이트와 밴헤켄은 제역할을 해주지만, 국내 선수들은 강한 믿음을 주는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4.12'(5위)가 이를 말해준다.
넥센은 지난 4년 동안 '토종 10승 투수'가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토종 최다 승수 투수는 고작 6승(선발승 5승, 구원승 1승)을 거둔 강윤구였다.
불펜도 위기 상황에 확실히 믿을 선수가 드물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서 상대팀 수장인 김진욱 두산 감독이 '넥센의 취약점'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넥센의 중간을 공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넥센의 불펜이 약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외국인 선수 나이트·밴헤켄과 함께 강윤구·금민철·김대우·문성현·배힘찬·오재영·장시환을 선발진 9명으로 조기에 손꼽았다. 현재로서는 외국인 선수 외에는 강윤구와 문성현이 유력하고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다른 선수들이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염 감독은 '선발은 선발만, 불펜은 불펜만' 맡기는 형태로 올해 투수 운용을 진행한다. 지난해처럼 1군 선발진 빈 자리에 1군 중간계투가 아닌 퓨처스리그 선발 투수를 1군으로 올리는 것이다. 각자에게 확실한 보직을 정해주고, 장기적 싸움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강한 타선'과 '불안한 마운드'가 대비됐던 넥센이 올해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비니 로티노. (사진제공=넥센히어로즈)
◇O(Opportunity : 기회) - '거포' 윤석민과 '유틸리티맨' 로티노의 영입
넥센은 그동안 선수 층이 얇은 팀으로 꼽혔다. 특정 포지션에 공백이 발생하면 바로 위기 상황을 맞곤 했다.
그렇지만 올해는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다양한 선수들이 가세했고 이들이 만만찮은 실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주전 버금가는 백업'이 늘어난 것이다.
넥센에는 지난해 개막 엔트리에 이름 석자를 올리진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전으로 자리잡은 문우람이 건재하다.
또한 스위치히터(좌우 타석 모두 칠 수 있는 타자)인 데다 내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한 서동욱이 지난해 4월25일 LG에서 영입됐고, 1루는 물론 3루도 맡을 수 있는 '거포' 윤석민이 지난해 11월26일 장민석(개명 전 장기영)과의 1:1 트레이드를 통해서 넥센의 유니폼을 입었다.
더군다나 올해 외국인 타자로 계약한 비니 로티노는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던 당시 포수(305경기)·3루수(223경기)·좌익수(214경기) 외에 2루수(5경기)·유격수(3경기)·투수(1경기) 경력도 있다. 어느 포지션에 둬도 제역할을 하는 '유틸리티맨(멀티맨)'인 것이다.
뛰어난 컨택 능력과 파워를 겸비한 로티노는 약한 포지션과 필요한 타순에 투입돼 팀의 약세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해낼 것으로 전망된다.
◇강윤구. (사진제공=넥센히어로즈)
◇T(Threat : 위협) - 고정된 백업 내야수의 부족, 하지만
한때 넥센은 다른 구단보다 재정적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
하지만 넥센은 이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서울 입성금과 가입금 납부를 완료했고, 프로야구의 인기 상승에 힘입어 수입 구조도 탄탄해졌다. 재정적인 문제는 더이상 넥센을 위협하는 사항이 아니다.
넥센은 올시즌 내야수 주전이 '2년 연속 홈런왕' 박병호(1루수), '2012 신인왕' 서건창(2루수), '거포 3루수' 김민성(3루수), '유격수 연봉킹' 강정호(유격수)로 확고하다.
하지만 고정 내야수 백업은 다소 부족한 모습이 보인다. 여러 포지션을 오갈 수 있는 멀티맨은 많이 있지만 고정된 자리에서 뛰는 선수들은 드물다.
멀티맨도 좋지만 아무래도 고정된 포지션을 꾸준하게 맡은 선수가 1명 이상은 돼야 유리하다. '안정된 고정 내야수 백업'이 부족하다는 점은 사실상 넥센에 불안한 유일 요소인 것이다. 시즌 종결 후 이는 더 심해졌다.
넥센은 지난해 11월22일 열린 2차드래프트 당시 김민우(KIA)와 신현철(SK), 김사연(KT)을 각각 다른 팀에 건네줘야만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내야수란 것이다. 특히 김민우와 신현철의 경우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돼 출전 정지의 징계를 당했지만, 기량 면으로는 '즉시전력감'으로 봐도 무방한 선수였다.
이들 세 명이 빠지니 백업으로 믿을만한 선수가 드물다. 강지광은 유망주인 것은 맞지만 아직 검증을 마쳤다 보기는 어렵고, 김지수도 '믿고 맡길' 기량까지 오르지는 못했다. 임병욱은 지난해 신인 트래프트 당시 선발된 신인으로 아직 경험이 없다.
어느 팀이건 100% 완벽한 상태로서 시즌을 시작하는 팀은 없다. 또한 완벽하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면을 차근차근 채워가는 것도 발전을 위한 한 가지 방법이다.
지난 시즌 창단 이래 처음 가을야구를 맛본 넥센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응원가처럼 '목동의 푸른 하늘에 히어로즈 기를 높여'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