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 주인 맘대로..변해버린 추억의 청진동

월세, 보증금 폭탄에 상인들 울상
민주, 권리금 법안예정.."법제화 신중해야"

입력 : 2014-01-15 오후 4:33:36
[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지난 9일 청진동에선 고성과 함께 작은 몸싸움이 오고 갔다. 법원 집행원들과 상가 임차인간에 빚어진 일이었다. 집기들을 빼내려는 집행원과 이를 막아내고 있는 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회원들 간 마찰이었다. 회원들은 14일 상가권리금 피해사례를 알리기 위해 국회를 찾아 호소 하기도 했다.
 
임대인과 임차인간 권리금 싸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개정 돼 올해부터 적용되는 상가임대차보호법(상임법)이 있지만 법적으로 권리금이 보장되지 않아 임차인들의 속앓이는 여전하다. 권리금은 임차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임대인을 위한 것이란 말이 아직까지 설득력을 잃지 않고 있다.
 
◇ 임차인 권리 없고 주인권리만 있어 
 
지난 2일 GS건설(006360)이 서울 종로구 청진동의 그랑서울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청진동 배후수요가 갑자기 증가하게 됐다. 이를 반영하듯 상가조합은 '환영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GS건설 신사옥 인근 상권에 내걸린 환영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왼쪽)과 임대인의 횡포를 규탄하는 내용의 대자보(오른쪽) (사진=문정우 기자)
 
하지만 정작 청진동 일대 상가 임차인들은 반갑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종로 한복판에 위치한 청진동은 임차수요가 꾸준한 곳이어서 임대인이 '갑'일 수 밖에 없다.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높은 월세를 요구하거나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다.
 
임대료가 점점 높아지며 상인들은 상가임대차보호법으로 보호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임대인들은 임대료를 대폭 올리거나 재건축이나 직접운영을 이유로 임차인을 쫓아내기 일쑤다.
 
보통 상권이 형성된 곳의 악덕 임대인들은 임차인을 내보내고 자릿세 일종인 '바닥권리금'이나 임차인간 주고 받는 영업에 대한 '영업권리금', 인테리어 등의 '시설권리금'을 새 임차인에게서 챙겨간다. 이 과정에서 전 임차인은 초기 투자금을 단 한푼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제소전 화해조서'에 도장을 찍지 않으면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명도절차를 밟겠다는 횡포도 있었다.
 
30여년간 청진동에서 중국집을 운영해 온 신모씨는 이같은 임대인의 횡포에 울분을 터뜨렸다. 신씨는 지난 2012년 아무것도 모르고 임대인과 '제소전 화해조서'를 작성해 지난 3일 강제집행판결을 받았다.
 
'제소 전 화해조서'는 임차인의 동의 하에 사전에 법원에서 받는 판결문이다. 임대차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면 소송없이 강제집행이 가능한 부분이 있어 임차인에게 불리한 점이 있다.
 
이에 따라 신씨는 기존 영업에 들어간 비용이나 시설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 심지어 보증금까지 법원이나 집행비용 등으로 임대인이 임의로 공제하면서 회수가 어려워졌다.
 
신씨는 "옆 가게는 30평에 월세가 300만원인데 우리는 20평인데도 현재 350만원을 낸다"며 "임대인이 부동산에 보증금 3억원에 월 2000만원으로 물건을 올려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 개업할 당시 전 임차인에게 1억3500만원의 영업권리금을 지불하고 영업하는데 2억여원의 수리비용이 들었다. 나갈 때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이대로 그냥 나가라는 건 길거리에 나앉으란 소리"라고 울분을 토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법대로 하자'는 입장으로 모르쇠하고 있다. 내용증명을 통해 모든 법적·집행 비용은 임차인의 보증금을 활용한다는 내용도 밝힌 바 있어,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 권리금 법안예정.."법제화 신중해야"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상가권리금에 대한 상인들의 피해사례를 듣는 '상가권리금 약탈 비해사례 발표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권리금은 법적근거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릿세부터 고객양도, 영업노하우 전수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문제는 상가권리금이 그야말로 폭탄돌리기와 같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은 오는 16일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을 민병두 의원 대표 발의로 진행할 계획이다. 
 
맘상모 관계자는 "상임법은 부자상인과 영세상인으로 나눠 이중적인 고리를 만들어 낸 것"이라며 "임대인이 상임법상의 일부분을 악용해 재건축 등을 이유로 1~2년 운영하고 권리금을 받아가며 운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청진동의 경우) 초 역세권 상가 주인의 전형적인 횡포"라며 "지하경제를 활성화 하자는 대통령의 말처럼 상가권리금만 법제화 하더라도 세수가 엄청 날 것 아니겠냐"고 분개했다.
 
하지만 법적인 제도가 마련되는 중에도 권리금에 대한 피해사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상가 계약 시 임차인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한다.
 
업계 관계자는 "환산보증금이 기준금액 이하라면 5년간 보호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임차인이 법적으로 불리하다. 상임법상 환산보증금 한도를 넘기면 기간을 장기로 잡아 계약서에 명시할 것"이라며 "(임대인이) 계약서상 임차인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조항을 넣을 경우 강행규정에 위반된다. 결국 임차인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종로나 마포와 같은 우수한 상권의 경우를 제외하고 임차인 조차 구하기 힘든 어려운 상권의 임대인들도 있어 상가권리에 대한 법제화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상임법이 정한 '환산보증금' 기준은 서울의 경우 4억원이하면 최고 5년까지 계약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과 월세환산액(월세x100)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 지난해 상임법이 개정되면서 서울은 올해 3억원에서 4억원, 수도권·과밀억제권은 2억500만에서 3억원, 광역시는 1억8000만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금액 기준이 늘었다.
 
◇청진동에 내걸린 현수막들. (사진=문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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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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