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해외와 국내에서 국산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명함을 못 내밀 정도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지만 미국을 포함한 해외시장에서는 상승 궤도를 그리며 기대감을 총족시키고 있다.
국내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총 4만7893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수출했다. 이는 전년 대비 35.3% 증가한 수치로,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입지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이중에서도 특히 미국은 고효율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인기가 높은 곳으로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 역시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문사이트 '하이브리드카즈닷컴'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미국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에서 3만5680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7.2%를 기록했다. 판매량만 전년(3만2543대) 대비 증가(15.7%)한 것이 아니라 시장점유율 역시 1.0%포인트 상승하면서 확실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2012년 3위였던 미국 제너럴모터스(2만5066대)를 제치며 토요타(33만1708대)와 포드(7만2795대)에 이어 3위에 랭크된 것은 고무적이다. 토요타가 압도적 판매량을 자랑하는 가운데 시장 2위인 포드에 대한 추격은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반면 국내에서는 시장의 철저한 외면 속에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총 2만1767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판매했다. 이는 전년(2만8905대) 대비 24.7% 급감한 수치다.
이는 비단 국산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국내 시장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수입차 역시 하이브리드 차량에서는 판매가 극도로 부진했다. 지난해 수입차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총 5835대가 판매됐다. 6342대 판매됐던 2012년과 비교하면 판매량은 8% 감소했고, 점유율은 1.1%포인트 낮아졌다.
자동차 업계는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부진한 이유로 하이브리드의 연비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소비자들의 운전습관을 꼽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가장 큰 매력이 고연비인데 공인연비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지극히 낮다. 이른바 '뻥연비'에 대한 불신이 하이브리드 선택을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는 감속시 감소되는 운동에너지를 배터리에 충전해 뒀다가 정속 주행시 충전한 에너지를 사용해 연비를 높이는 방식을 취한다.
이때 피해야 할 것이 급출발·급가속·급제동인데, 국내 운전자들의 운전습관이 갑작스러운 가속과 제동을 많이 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다는 점도 한계요인으로 지적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한 템포 느린 주행을 하게 되면 하이브리드의 장점인 고연비가 나올 수 있다"며 "정부나 자동차 제조사가 중장기적으로 하이브리드 주행 특성과 방법 등을 홍보한다면 하이브리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점차 좋아져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2월 그랜저 하이브리드에 이어 올 들어 K5 하이브리드 500h, K7 하이브리드 700h를 출시했다. 준중형부터 준대형급까지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구축함으로써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시장 확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사진=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