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올해부터 삼성의 채용 제도가 바뀐다. 서류 전형이 부활한다.
지금껏 지원자 모두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볼 기회가 주어졌으나 앞으로는 서류전형을 통과한 응시자들에 한해 제한된다. '삼성 고시'라는 신조어를 만들 만큼 사회적 문제로 비화됐던 채용제도의 부작용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다.
대신 열린 채용을 도입한다. 상·하반기 나눠져 1년에 2번 이뤄지던 채용이 앞으로는 일년 내내 상시적으로 이뤄진다. 지원자가 삼성에 지원서류를 접수하면 삼성이 그 서류를 기반으로 SSAT 응시 여부를 판단한다.
일부 특혜도 주어진다. 서류전형 없이 바로 SSAT를 볼 수 있다. 전국 모든 대학 총학장이 추천한 학생과 삼성이 직접 나서서 발굴한 인재가 대상이다. 인재의 역량을 누구보다 잘 아는 대학으로 하여금 추천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이는 학벌 등 기존 스펙을 중시하는 문화로 회귀할 수 있는 우려를 내포한다. 또 대학 총학장이 일종의 추천권을 가짐으로써 학생들에 대한 자의적 판단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음은 박용기 삼성전자 인사팀장(전무)과의 일문일답이다.
-찾아가는 열린채용 방법은?
▲전국 30여개 대학에 연중 수차례 찾아가서 현장에서 선배들(임직원)이 면담과 설명을 한다. 사전 인터뷰라고 보면 된다. 1차 희망서, 면담서 등으로 서류전형을 대체하는 것이다.
-찾아가는 열린채용 규모는?
▲미정이다.
-학교는 몇 번이나 찾아가나?
▲학교 측과 협의해 봐야 한다. 방학기간을 피해서 연간 3회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SSAT 보는 인력이 줄 것 같은데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지원자 규모를 봐야 한다. 몇 명까지 정하겠다고 한 건 없다. 서류지원 후 지원자에게 불합격 통보를 주는 게 아니라 합격한 사람에게 연락을 주는 형식이다.
-추천제는 어떤식으로 이뤄지나?
▲전국에 200개 정도의 4년제 대학이 있다. 확정은 아니지만 5000명 정도를 총학장 추천으로 받을 예정이다. 기준을 정해야 하는데 대학의 전공별 정원이나 삼성에 입사한 실적·대학·어느 전공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등 감안해서 TO를 배정할 예정이다.
-추천을 받으면 어떤 이점이 있나?
▲대학 총학장 추천자는 서류전형 없이 SSAT를 바로 볼 수 있다.
-총학장 추천 학생의 검증은 어떻게?
▲총학장이 검증한 것으로 간주한다. 추천 받은 이후에도 직무적성검사와 면접 과정이 있다.
-서류전형은 선발인원의 몇 배수?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서류전형 기준은?
▲학교는 전혀 안 본다. 평상시 본인이 지원하는 회사와 직무를 위해 얼마나 준비를 했는가를 본다. 예를 들어, 마케팅 지원자의 경우 평소 대학생활을 얼마나 잘해왔는지, 마케팅 관련 과목 수강여부, 성적, 관련 동아리 활동, 관련 경진대회 참가 여부 등 서류를 통해 본인의 직무 전문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
자격증·해외연수 등 직무와 무관한 스펙 쌓기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평상시 회사와 직무에 대해 충분히 관심을 갖고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발굴될 수 있도록 서류전형을 하겠다는 것이다. 서류전형에서 스펙이 어필한다고 오해할 수 있으나 집중되지 않은 다양한 자격만 써 넣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 충실히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본인을 더 잘 드러내고 어필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나열된 스펙을 보는 서류전형이 아니다. 서류전형을 하더라도 지방대 35%, 저소득층 5% 기조는 반드시 지킬 것이다.
-사회적 비용이 줄까?
▲학업을 충실히 해야 하고 이런저런 자격증 따러 다닐 필요 없다. 가령 마케팅을 하고 싶으면 그를 위해 준비한 것들 즉, 공부·동아리활동·경진대회 응모 등을 보는 것이다. 지금처럼 학원 다니고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직무적성검사는 언제 보나?
▲현재와 동일하게 상·하반기 한 번씩 본다. 신입공채는 일 년에 두 번 현행대로 유지하되, 수시로 지원할 수 있다.
-응시인원 연간 20만명인데, 어느 정도까지 축소할 것인가?
▲지원자 규모 등을 봐서 결정하겠다.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 SSAT는 어떻게 바뀌나?
▲언어·수리·추리·상식 등 4개 영역에 공간지각능력 측정 영역을 추가할 계획이다. 단순한 질문에서 논리적인 시험으로 바뀐다. 상식도 평상시 독서를 많이 하고 논리적 사고 많이 갖고 정상적인 수업을 한 사람이면 충분히 풀 수 있다. 단순히 외어서 푸는 것보다 논리적 판단을 요하는 문제로 바뀐다.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나?
▲사교육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본인이 얼마나 준비를 했느냐가 중요하다. 과거에는 표준화된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했다. 기출문제를 가르치는 학원까지 생겼다. 그러나 서류전형을 사교육으로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류전형은 스팩의 나열이 아니라 직무영역에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본자격을 넘어서 본인을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었다. 서류전형을 통해 본인을 더욱 잘 드러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동아리 활동을 통해 품성·능력을 키웠는지 등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지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사교육으로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부터 적용되고 상시 접수는 언제제부터 도입되나?
▲올 상반기부터 적용되며, 상시 접수는 1월말~2월초 경 시스템을 오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