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신년 기자회견문

입력 : 2014-01-16 오전 10:00:00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친일과 독재의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지난 한 해,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얼마나 답답하셨습니까. 박근혜 정부 1년, 멈추지 않고 날로 더해가는 민주주의 파괴와 민생 추락, 남북관계 위기를 보며 국민 여러분 앞에 무척 죄송스럽습니다. 중요한 시기에 민주 진보 진영의 단합을 지켜내지 못한 저희의 책임으로 국민 여러분께서 큰 고통을 겪게 되었습니다. 2014년, 이 어려움이 더해질 것이 몹시 아프고 걱정스럽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미 '불통'을 넘어 '독재'로 나아갔습니다. 복지 공약과 경제민주화 공약 파기, 전국공무원노조 설립신고 거부, 전교조 법외노조화 시도, 철도민영화 강행과 노조 탄압, 민주노총 불법 난입 등 민주화 이후 다시 없을 것으로 여겼던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습니다.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광범위한 대선 불법개입으로 집권한 박근혜 정부는, 이 치명적 약점을 덮기 위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무단공개, 검찰총장 쫓아내기, 수사팀 좌천, 대통령의 책임을 요구하는 정당과 시민, 종교인들에 대한 종북몰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내란음모사건조작과 정당해산심판청구까지 벌이며 민주주의의 근간마저 허물어뜨렸습니다.
 
2014년,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정부는 재벌 규제 완화와 공공부분 민영화를 본격 추진하고 있습니다. 거대자본이 의료계에 진입해 영리를 취할 길을 열어주겠다고 합니다. 공공성 대신 극단적인 이윤추구만 남을 것입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친일 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를 유포하려다 실패하자 이제 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제도로 바꾸자고 나섰습니다. 자신들의 뿌리인 친일과 독재에 대한 역사의 심판조차 바꿔버리려는 집권세력의 의도는, 바로 영구집권입니다.
 
종북 공세를 뚫고 남북 화해의 길에 앞장서겠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최근 북의 급변 사태를 거론하며 흡수통일 의도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흡수통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극심한 갈등과 군사적 충돌을 야기해 분단의 고통만 키울 뿐입니다. 평화만이 통일을 현실로 만들 수 있습니다.
 
평화통일의 길은 6.15 선언과 10.4 선언으로 이미 열렸습니다. 한반도 핵문제도 관련국들 사이의 6자 회담 등 논의 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이 길을 거부한 이래, 관련국들의 군사 행동의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강대국들의 영향력은 커지며,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을 명분으로 군국주의 부활로 나아가려는 일본 극우정치인들의 시도는 통제범위를 넘어섰습니다. 군사적 충돌의 위험도 높아졌습니다.
 
남북이 대화해야 중국과 미국이 한반도의 미래를 좌우하지 못합니다.
 
남북이 힘을 합쳐야 일본 극우세력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120년 전 갑오농민혁명과 60년 전 분단의 쓰라린 교훈을 제대로 새기지 못하면, 그 결과는 한반도의 미래와 경제적 이권을 강대국에 내어준 채 그 댓가로 호의호식하는 일부 특권층과 희망을 잃은 서민의 극단적 양극화로 나타날 뿐입니다. 이래서는 안됩니다. 민족을 살리고 서민을 일으켜 세우는 길로 가야 합니다.
 
진보당은 과거 당국간 대화가 장애에 부딪혔을 때 북의 조선사회민주당과 정당교류를 통해 타개책을 찾아내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후로는 민간교류 차단으로 이 기회조차 완전히 잃게 되었습니다. 북을 비방하지 않으면 종북으로 몰아세우는 수구세력의 대대적인 종북공세로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이 종북공세에 갇히지 않겠습니다. 상호비방하지 말자는 것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서부터 일관되게 이어진 남북 당국간 합의입니다.
 
이 합의라도 제대로 지키려면, 북을 비방하지 않으면 종북이라는 편견은 30년 전에 이미 떨쳐버렸어야 했습니다. 6.15, 10.4 선언에서도 확인된 상호인정과 존중의 정신을 지켜가겠습니다.
 
평화야말로 진정한 안보이며 복지의 길이라는 확신, 종전선언 한 마디가 미국산 전투기보다 우리의 안전을 더 잘 지켜준다는 판단이 국민들 마음 속에 자리잡도록, 또한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의 관심이 한반도에 모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갈라진 가족들의 상봉, 유골반환과 같이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 남북 당국이 적극 나서도록 돕겠습니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어떤 정치상황이나 어떤 조건보다 먼저 생각하는 모습, 회담의 성과를 상대에 대한 승리로 포장하기보다 진작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는 인간의 얼굴을 남북 당국 모두에게서 보고 싶습니다.
 
6.4지방선거, 역대 최대 규모의 진보당 후보자가 나설 것입니다.
 
진보당의 정치는 노동자 농민 서민이 직접 나서서 만드는 정치입니다. 민주노조 만들다가 해고된 노동자, 배추농사 양파농사 짓다가 숱하게 밭 갈아엎은 농민, 외로운 아이들 밥 챙겨먹인 어머니가 지방의원이 되고 구청장이 된 것은 진보당이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비정규센타 설치, 밭작물직불금 도입, 대형마트 저지,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으로 진정한 주민참여, 서민 위한 지방자치를 만들어온 이분들은 동시에 골목까지 번져나가는 촛불 민주주의의 전도사이기도 합니다. 박근혜 정권은 아예 진보당의 지방선거 출마 자체를 막으려고 정당활동정지가처분신청까지 했지만, 노동자 농민 서민들이 진보당 풀뿌리 정치인들에게 보내오신 신뢰는 어떤 방해공작으로도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진보당은 우리 민중을 믿고 이번 지방선거에 역대 최대 규모의 후보를 출마시키겠습니다. 진보당 후보들은 박근혜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는 선명 진보야당의 전령사가 될 것입니다.
 
진보당 후보들이 나선 전국 곳곳에서 박근혜 독재 반대의 구호가 터져나올 것입니다 다가오는 3월부터 당을 선대위체제로 전환하고, 진보당이 노동자 농민 서민들과 쌓아온 단단한 믿음의 실체를 선거 결과로 다시 확인시켜드리겠습니다.
 
내란음모조작 정당해산청구, 반드시 이겨내 야권을 살리겠습니다.
 
섣부른 말풍선으로 희망을 드릴 수 없는 때라는 것 알고 있습니다. 갑오농민혁명 이래 120년, 우리 근현대사를 통털어, 낡고 부패한 외세의존체제를 바꿔낼 것 같던 순간은 잠시였고 그 체제로 돌아가 고통받은 시간은 오래였습니다.
 
민주 진보 진영의 단합의 경험은 얕고, 수구 집권 세력의 분단체제 역사는 깁니다. 민주 진보 진영의 분열의 빌미는 어디든 널려 있고, 수구 세력 합심의 동기는 너무나 많습니다.
 
진보당이 지금 해낼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진보당은 매우 중요한 몫을 맡게 되었습니다. 분단의 시대 민주주의 파괴의 고통을 직접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보당이 내란음모조작사건에서 이기면 종북공세 끝내고 국정원장 교체하고 국정원 수사권 제거하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촛불로도 다 못했고 교섭단체간 협상으로는 더더욱 안 되는 일이 비로소 가능해질 것입니다. 140석 넘는 의석을 가지고도 힘 잃고 쪼개져 고사 직전까지 몰린 야권을 살려내는 일입니다.
 
진보당이 정당해산사건에서 이기면 비로소 유신독재부활이 멈춰질 것입니다. 진보당이 당 이름을 지키느냐 마느냐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민주주의를 지키느냐 마느냐 문제이고 박근혜 정부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세력이 만들어지느냐 아니냐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 두 사건에 당의 전력을 쏟아 민중 시민 종교단체와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힘 모아주십시오.
 
저항의 봄을 만들어 갑시다
 
민심이 들끓고 있습니다. 당선 1년이 채 되지 않아 정권 퇴진 구호가 나왔습니다. 불통을 넘어 독재로 가는 박근혜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과 저항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국민은 암울한 유신과 군사독재 시절에도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역사를 잊지 않았습니다.
 
얼어 붙은 대지가 녹아 내리는 새 봄이 오면 우리 국민은 거센 '저항의 봄'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진보당은 가장 낮은 곳에서 밑받침하겠습니다.
 
박수받는 자리에 나서기보다 뒤에서 주민들과 함께 촛불을 준비해온 진보당 당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지금도 뛰고 있습니다.
 
궂은 일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정권의 마녀사냥식 종북공세와 정치권의 노골적인 따돌림 속에서도 묵묵히 노동자들 곁을 지킨 진보당 의원들이 국민들 앞에 단단히 서 있습니다. 모든 진보 민주세력의 힘이 하나로 모이는 날이 어서 오도록 진정을 다하겠습니다. 이 마음 잃지 않는 것이 진보의 길에 선 저희의 최소한의 의무라고 여깁니다.
 
2014년 다가오는 봄, 저항의 계절로 함께 만들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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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