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를 강도 높게 주문하지만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개선을 요구해 공기업 군기잡기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공기업 노조는 정부의 정상화 방안이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해친다며 집단 대응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공공기관 방만경영 정상화'를 주문하자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은 장관이 직접 산하기관의 정상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저마다 공기업 혁신에 혈안을 올리는 모양새다.
최근 기재부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을 새로 내고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 코레일,
한국전력(015760), 한전 5개 발전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036460), 한국석유공사, 등을 부채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해 관리하기로 했으며, 고용세습과 과도한 휴직급여·교육비 지급 등 8대 방만경영 사례를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단기지급능력 부족 상위 10대 공공기관의 주요 재무상태(2012년 기준,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특히 가스공사와 석유공사 등 이명박 정부에서 무분별한 해외자원개발을 시도해 수천억원의 부채를 떠안은 에너지 공기업은 해외 자산과 국내 부동산 매각 지시까지 떨어졌고 당장 성과급과 임금 인상분까지 반납하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설 판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를 통해 천문학적 부채를 줄이고 '철밥통'으로 불릴 정도의 과도한 복지혜택을 대폭 줄여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는 심산이지만 새해 벽두부터 정부가 너무 공공기관만 쥐어짜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크다.
공기업 과다부채와 방만경영의 배후인 정부는 뒷짐을 쥔 채 각종 정상화 요구만 쏟아내며 공기업만 악의 축으로 몰아 비난과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검토한 후 "몇몇 공기업은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탓에 부채가 늘었다고 변명하지만 자원개발은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지적한 사실이 알려지자 공기업 관계자는 "해외에 나가라고 재촉하던 정부가 지금은 안면몰수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한국전력 본사(사진=뉴스토마토)
정부가 추진하는 경영정상화 평가가 획일적이고 수익성 제고 위주로 운영돼 공기업의 공공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국민에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공공기관이 단기적인 재정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성과 위주의 경영정상화는 이를 모두 부정할 위험이 높다는 것. 오히려 공공기관 민영화 우려가 더 크다는 주장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순옥(민주당) 의원은 "공기업 정상화는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실패를 감추려는 면죄부"라며 "공공기관 문제에 대한 근본 원인과 해법을 고민하지 않고 현장 근로자만 옥죄는 정상화는 민영화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도 노조를 중심으로 정부의 정상화 대책에 반발할 움직임을 키우고 있다.
너도나도 공공기관 정상화를 외치는 통에 공기업이 비난의 대상이 된 것도 억울한데 알짜 자산을 헐값을 매각하면 장래 수익성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국발전정책연대는 "정부는 정치적 필요에 따라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 경영을 망치고 공기업의 전문성과 독립성마저 훼손했다"며 "정부의 정상화 대책은 공공부문에 대한 국민적 감정만 악화시킬 뿐 공공부문의 공공성을 키우고 경영을 혁신할 개선책을 전혀 담고 있지 못해 공동투쟁과 공동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250개 감사직 출신별 통계(단위: 명, 자료=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