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이재명정부와 지방분권

입력 : 2025-06-30 오전 6:00:00
2012년 6월30일, 충남 연기군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하루 뒤인 7월1일 연기군은 세종특별자치시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세종시 출범은 2002년 16대 대선 때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된 지 꼭 10년 만의 일입니다. 세종시는 지난해 기준으로 45개 중앙행정기관과 15개 국책연구기관이 포진한 거대 '행정중심 복합도시'가 됐습니다.
 
노무현의 공약 '세종시'…미완의 수도
 
노 대통령이 행정수도 구상을 내놨을 땐 보수세력과 수도권 시민들은 반발에 부딪쳐 상당한 진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도 내놨지만, 2004년 헌법재판소는 '관습헌법 논란' 끝에 해당 법이 위헌이라고 판단, 어깃장을 놨습니다. 결국 참여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기본법'으로 방향을 튼 끝에 세종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물론 세종시는 '미완의 수도'입니다. 행정안전부 등 일부 부처가 아직 서울에 있고, 결정적으로 대통령실과 국회가 이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참여정부 이후 역대 정권은 저마다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대게 구호에 그쳤습니다. 오죽하면 균형발전에 실천적 의지를 보인 사람은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기고,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정식 국무회의를 주재한 윤석열씨였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이재명, 첫 '기초지자체장 출신' 대통령
 
나흘 뒤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째가 됩니다.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첫 '기초자치단체장' 출신 대통령입니다. 이 대통령은 2010년부터 재선 성남시장을 지냈습니다. 2018년엔 경기도지사도 역임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국회의원을 한 기간보다 지자체장을 하면서 보낸 시간이 더 긴 셈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자체장 시절 누구보다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 애착을 드러냈습니다.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 지방재정 개편 문제로 박근혜정부와 대립하면서 광화문에서 11일 동안 단식을 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당시 박근혜정부는 지방재정 삭감 방침을 공언했습니다. 세수부진에도 불구하고 복지수요가 느니까 지방교부세나 교육재정교부금 등을 개혁해야 한다는 명분이었습니다. 그러자 일부 지자체가 반발했습니다. 지방재정이 중앙에 예속, 지자체는 중앙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가장 강경하게 문제를 제기한 사람도 성남시장 시절 이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는 "권한과 예산, 재정 독립은 지방자체의 본질이다. 예산을 뺏으면 지방자치는 껍데기가 된다"며 "지방재정 개편은 지방자치의 집단학살에 이은 확인사살"이라고 말했습니다. 

'업그레이드 노무현' 자임…지방 우선해야
 
지지자들은 이 대통령을 '리틀 노무현'이라고 했습니다. 비주류였고, 개혁을 강조했던 삶의 궤적이 닮았다는 겁니다. 이재명이야말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업그레이드 노무현'을 자처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적에게도 믿음을 가질 만큼 착했던 탓에 개혁에 실패했으나 자신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겁니다. 이 대통령이 업그레이드 노무현을 자처한다면, 노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통해서 이루고자 한 균형발전, 지방분권의 가치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켜야 합니다.
 
새 정부는 22대 총선을 통해 헌정사상 가장 압도적 여당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개혁의 적기입니다. 검찰개혁, 정치개혁, 복지개혁 등도 중요지만,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 후순위로 가선 안됩니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국정기획위원회 균형발전특위를 균형성장특위로 개편하는 건 잘한 일입니다. 세종에 대통령 집무실 설치, 국회 이전 완료, 지역대학 육성, 지방정부 자율예산권 등에서도 실현 가능한 정책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최병호 공동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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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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