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1. 이사별(40·여) 씨는 얼마 전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다행히 남편 연금의 40~60%를 유족연금으로 받게 됐다. 그런데 3년이 지나자 연금이 끊겼다. 소득이 있으면 55세부터 수령이 재개된다는 규정 때문이다. 고씨가 55세가 되자 연금을 또다시 받을 수 없게 됐다. 재혼했다는 이유에서다.
#2. 고돌싱(60·여)씨는 이혼했다. 노후를 보장해주는 연금도 절반을 챙기게 됐다. 여자들이 남자보다 7년가량 더 산다는데 연금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남편 입장에서는 곤란하게 됐지만, 고씨가 얼마 전 재혼을 한 이후에도 연금 지급은 계속된다고 한다.
65세 이상의 황혼 이혼이 최근 10년 사이 28배나 급증했고, 배우자 사망 등으로 인한 60세 이상 고령 1인 가구의 비중이 전체가구의 30% 수준으로 증가했지만, 이들의 노후를 뒷받침하는 연금 제도는 확 바뀐 사회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유족연금은 사망한 남편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남은 배우자에게 3년간 40~60%가량 지급된다. 이것은 55세까지 수령이 중단됐다가 재개된다. 55세보다 일찍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 그 기간만큼 연금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문제는 재혼하는 경우 배우자의 수급권이 소멸한다는 점이다. 유족연금은 망자의 자녀가 미성년일 때에만 승계된다. 이렇게 사라진 유족연금은 국민연금으로 돌아간다.
연금 액수가 많은 것도 아니다. 평균 유족연금액은 24만8000원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유족연금을 새롭게 받은 건수는 3만9424건이고, 누적으로는 48만1684건이다. 수급자 대부분이 여성이다.
분할연금 또한 60세 이후부터 배우자의 노령연금이 지급될 때에만 수령할 수 있다. 50세에 이혼한 경우 10년가량은 분할연금을 받을 수 없다.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장애 등이 발생하면 분할연금 수급권이 소멸될 수도 있어 노후 보장 기능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할연금의 평균 수령액은 16만원이며 누적 건수는 9771건이다.
물론 분할연금을 내놓아야 하는 배우자 입장에서는 이혼 당시 작성한 분할연금 포기각서가 인정되지 않는 점 등이 불합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새롬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민연금제도는 이혼이나 사망과 같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유연하지 못한 것"이라며 "황혼이혼이 급증하는 등 시대적 변화에 맞게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이해 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전제하면서도 "사별하는 경우와 이혼하는 경우가 공정하지 못하므로 제도 취지에 따라 비슷한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준섭 보건복지부 연금급여팀장은 "새롭게 제기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계속 검토하고 개선할 방침"이라며 "다만, 국민연금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연금 수급자 현황.(자료=보건복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