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5·16쿠데타 이후 좌익분자로 몰려 옥고를 치른 항일독립운동가 고 송남헌 선생에게 억대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국가배상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재판장 여미숙)는 송 선생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유족에게 2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수사관들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해 국가권력을 이용해 송남헌을 불법 체포·구금했다"며 "재판관들도 특별법의 위헌성 판단을 게을리하고 위법한 재판을 해 송남헌을 장기간 수감하는 불법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국가가 가해자가 돼 발생한 사건임 점, 국가가 피해회복을 위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송 선생이 2년2개월여 동안 불법으로 수감된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정했다.
선생은 일제시대 항일독립운동을 펼치며 광복군의 전과를 전달한 '경성방송국 라디오 단파방송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다. 광복 이후에는 우사(尤史) 김규식 선생의 비서실장을 맡아 좌우합작과 남북협상에 참여했다.
1960년 4·19 혁명 이후 통일사회당 당무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선생은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다. 이듬해 5·16쿠데타 후 들어선 군사정권은 그를 좌익세력으로 몰아부쳤다.
선생은 1962년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2년2개월여를 복역한 뒤 특별사면됐다. 이후 2001년 8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법원은 지난해 2월 선생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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