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국산 소형차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부진을 해결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데 있다. 넋놓고 부진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소형차는 총 23만8864대 판매됐다. 이는 전년 대비 8.9% 감소한 수치로, 지난해 전체 자동차 판매(-3.5%)보다 더 부진했다.
지난해 쿠페와 해치백, 디젤 등으로 라인업을 다양화한 K3과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던 SM3를 제외하면 전 소형차 모델 판매가 감소한 것도 부진의 깊이를 더하는 요인이다.
◇2009~2013년 국산 소형차 판매 추이.(단위 : 대, 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
문제는 추세로, 비단 지난해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국내 시장에서 소형차 판매량은 지난 2009년(32만10대) 이후 매년 2만대 이상 감소하며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증감폭보다 매년 더 큰 감소폭을 보이고 있을 정도로 소형차의 부진은 진행형이다.
◇2010~2013년 전체 자동차 판매량과 소형차 판매량의 전년 대비 증감비율.(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제조사가 분류한 소형차 판매를 보면 부진이 더 심각하다.
사실 국내 차량 분류에는 준중형이 없다. 준중형급은 제조사에서 판매 목적으로 분류한 것으로 KAMA에서는 소형차와 중형차만을 분류해 놨다. 제조사가 소형차라고 분류하고 있는 차량은 현대차 엑센트와 기아차 프라이드, 쉐보레 아베오 등이다.
이들 3개 차량의 지난해 판매량은 4만1701대로 전년(4만9531대) 대비 15.8%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 감소폭(-3.5%)은 물론 KAMA가 분류한 소형차 판매량 감소폭(-8.9%)보다 큰 수치다.
업계는 이 같은 소형차 부진의 이유로 경차와 준중형차, 수입 소형차 사이에서의 존재감 없는 포지셔닝을 꼽고 있다.
경차의 경우 취·등록세 면제와 보험료 할인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지지만 소형차의 경우 세제 혜택이 없어 상대적으로 부가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또 1100만~1600만원대 가격인 소형차를 사기보다 200여만원을 더 내고 아반떼나 K3 등 준중형차를 사는게 더 낫다고 판단하는 시장 기류도 한몫한다. 소형차 중 볼륨카 모델도 아반떼(9만4061대)나 K3(5만1279대) 등 준중형급(제조사 분류상)이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여기에다 수입 소형차가 브랜드 파워와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적극적인 공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국산 소형차에게는 위협적이다. 실제 지난해 2000cc 미만 수입차는 8만3667대 판매되며 전년 대비 29.4% 증가했다. 가파른 상승폭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발표한 충돌테스트 결과는 국산 소형차 판매에 적신호를 켜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IIHS의 스몰오버랩 테스트에 따르면 프라이드(현지명 리오)는 '보통'(M) 등급을, 엑센트는 '불량'(P) 등급을 받았다. 전체 등급이 안전·적합·보통·불량 등 4가지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평균 이하의 성적을 받았다.
부진에 악재까지 겹친 상황에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요인이 필요한 상황. 판매량을 급증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카드는 신차 출시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올해 국내 완성차 5개사가 내놓을 소형차는 전무하다.
한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올해 출시될 소형차는 없지만 다양하고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판매를 진작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엑센트와 기아차 프라이드, 쉐보레 아베오.(사진=각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