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오는 28~29일(현지시간) 이틀동안 퇴임 전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주재한다.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영향으로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신흥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가운데, 연준의 추가 테이퍼링이 여부에 글로벌 경제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채권매입규모 100억달러 추가 감축할 듯
월가 전문가들은 연준이 지난해 12월 월간 채권매입규모를 100억달러 감축한데 이어 이번달에도 추가적으로 100억달러를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추가 테이퍼링이 나올 경우 850억달러로 시작한 연준의 채권매입규모는 650억달러로 줄어들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한차례의 고용지표 부진과 신흥국 시장의 불안감은 연준의 움직임을 바꿀만한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라며 "테이퍼링은 버냉키 의장의 손에서 옐런 차기 의장에게로 매끄럽게 넘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꾸준히 경기회복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 만큼 연준이 추가 테이퍼링을 실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 증가건수는 7만4000건으로 최근 넉달간의 평균치 21만4000건을 크게 밑돌았지만 한파 등에 따른 계절적 요인을 고려할 경우 고용시장 개선세가 후퇴하는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 상향조정하며 2.8% 성장을 전망했고, 주요 전문가들 역시 3%대의 경제성장 전망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마이클 한슨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이번 FOMC 회의에서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오랜 낙관론을 확인하고 다음 단계로의 이행을 발표할 것"이라며 "채권매입 규모가 또 다시 100억달러 가량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추가 테이퍼링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사는 오히려 어떤 FOMC 위원이 양적완화 유지에 반대표를 던질지에 쏠리고 있다.
지난 2011년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에 반대표를 던졌던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와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가 올해부터 투표권을 얻게 됐으며, FOMC 멤버인 니라야나 코처라코타 미네폴리스 연은 총재도 대표적인 매파 인사로 분류된다.
◇신흥국 외환시장 충격 불가피
월가 전문가들은 연준이 양적완화 규모를 또 다시 축소할 경우 기초체력이 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외환시장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경기부양책을 시작하면서부터 유동자금은 신흥국 시장으로 급격히 유입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0년동인 신흥국 시장에 흘러들어간 자금은 15년전 신흥국 금융위기 당시 빠져난간 자금을 넘어섰다.
특히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유입된 자금규모만 3000억달러로 지난 2008년 이후 3배 가까이 늘었다.
직접투자보다는 회사채 등을 통한 간접투자가 늘어난 것도 불안요인이다. 신흥국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회사채 펀드에서 자금을 뺄 경우 대규모 회사채 매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전반적인 신흥국 시장의 펀더멘털은 지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보다 개선됐지만 투자자들의 행동이 과거 위기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도 신흥국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상황이 좋을 때에는 신흥국 시장도 개별 국가별로 취급되며 호황을 누릴 수 있지만 시장상황이 나빠지면 개별 국가들의 차이점은 무시되고 사라지고 신흥국이라는 덩어리만 남는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나 터키, 태국처럼 경제적·정치적 펀더멘털이 취약한 신흥국 말고도 기초체력이 튼튼한 신흥국도 위기상황을 완전히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일부 신흥국은 결과적으로 이득을 볼수도 있겠지만 위기의 시작에서는 그 어떤 신흥국도 힘을 쓰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미닉 로시 피델리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신흥국들은 하나씩 물이 빠진 바닷가에 발이 묶인채로 남아있게 될 것"이라며 "가장 취약한 아르헨티나와 터키를 시작으로 브라질과 러시아 등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