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글로벌 증시에 복병으로 등장했던 신흥국 금융위기가 진정되고 있다. 증권가는 우리 증시의 차별화된 펀더멘털에 주목하며 글로벌 주가조정은 오히려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지수는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 급락 소식에 지난 월요일 30포인트 넘게 미끄러졌다. 장중 1900선을 내주기도 하며 강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신흥국 위기의 전염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에 하루만에 반등에 성공했고 연휴를 앞두고 지수는 낙폭을 거의 만회하며 1940선을 회복했다.
◇한국 경제 펀더멘털 견고..경상흑자 '사상 최대'
지수가 금세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던 주된 요인은 국내 증시의 튼튼한 체력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거시 건전성이 신흥국가 내에서 가장 안정적"이라며 "외환보유고와 경상·재정수지, 대외채무비율이 선진국 이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지난해 누적 경상수지는 707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7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올해 경상흑자 목표치인 630억달러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이다.
오 연구원은 "우리 시장은 외국인이 공통적으로 선호하는 안전지대"라며 "단기적인 매도세는 나타날 수 있지만 신흥시장에서 100% 자금을 빼내지 않는 이상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전일 정규시장에서 223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의 매도 규모와 비교하면 현저히 물량 부담이 줄었고, 장중에는 닷새만에 매수우위를 나타내기도 했다.
◇글로벌 주가조정은 거래가뭄에 내리는 '단비'
일각에선 거래량이 말라버린 국내 증시에는 오히려 선진국의 증시 조정이 단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와 같은 저변동성 장세에선 매매를 해도 불필요한 손실과 기회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주가 조정이 나타날 경우 우리 시장도 영향권에서 자유롭지는 못하겠지만 '가격 하락'이라는 폭풍은 '변동성'을 수반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1만6000선을 하회하는 등 전반적인 조정장세가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선진국 시장의 밸류에이션 부담 논란이 이어져왔다"며 "기술적 부담을 안고 무리하게 주가가 상승하는 국면보다는 어느정도 부담을 털고 새롭게 바닥을 다지는 시장이 투자자들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는 국내증시의 밸류에이션과 안정성 매력을 부각시켜줄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사기도 팔기도 애매모호한 주가수준을 억지로 끌고 가느니 한 번 뜰썩여주면서 손바뀜이 생길만한 여지를 만들어주는 편이 장기적으로 더 낫다"며 "기술적 측면에서 심리적 지지선인 1900포인트 등의 구간에서 거래량과 변동성의 변화에 주목하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