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소니 엑스페리아Z1, 방수와 향수의 미학

입력 : 2014-02-03 오후 6:32:32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소니가 2년 3개월 만에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 내놓은 전략 스마트폰 엑스페리아Z1. 대부분의 해외 휴대폰 기업들이 외산폰의 무덤이나 다름없는 한국 시장 진출을 꺼리는 가운데 소니가 출시 시점으로부터 3개월이나 지난 엑스페리아Z1을 한국 시장에 내놓은 건 일종의 자신감의 표현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전체 점유율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시장은 삼성전자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 속에 LG전자와 팬택이 틈새를 공략하고 있는 상황. 대부분의 안드로이드폰 업체가 삼성전자와의 차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소니는 엑스페리아Z1을 통해 수십년간 축적된 탄탄한 기술력을 서서히 스마트폰에 녹여내고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소니 엑스페리아Z1.(사진=뉴스토마토)
 
엑스페리아Z1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특징은 삼성전자와의 차별화를 위해 갖가지 부가기능을 쏟아붓는 게 아니라 소니 특유의 정체성을 거침없이 드러냈다는 점이다. 소니가 강점을 나타내온 콤팩트 카메라 센서가 소형화를 거쳐 폰에 탑재됐고, 워크맨, FM라디오 등 과거 영광을 상징하는 기능도 모두 엑스페리아Z1에 담겼다.
 
이미 상당수의 해외 유저들이 평가한 것과 같이 엑스페리아Z1의 가장 큰 장점은 빈틈을 찾기 힘들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갖춘 하드웨어다. 통 메탈 프레임 디자인은 스마트폰 케이스가 불필요해보일 정도로 견고하고 묵직하다. 각진 사각형의 디자인 역시 '칼 같은' 하드웨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좌측면에 위치한 마이크로SD 카드슬롯과 마이크로USB는 스마트폰 사용에 있어 늘 용량 한계에 맞닥뜨리는 '헤비 데이터' 유저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슬롯의 경우 최대 64기가 SD 카드까지 확대해 사용 가능하다.
 
방수 기능도 엑스페리아Z1이 자랑거리 중 하나다. 이어폰 잭 부분이 마개 없이 개방된 상태에서 물에 넣어도 사용 가능하다. 다만 물속에서는 화면 터치가 불가능하며 음악 등의 멀미미디어 콘텐츠를 감상하기 위해선 이어폰 역시 방수 기능이 적용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워크맨과 FM라디오 등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기능들도 눈길을 끈다. 특히 기본 탑재 앱으로 지원되는 워크맨(WALKMAN)은 클리어오디오 플러스, 음질향상기능, 동적 노멀라이저 등 소니의 CD플레이어, 카세트에서만 사용됐던 기능들을 지원한다.
 
최대 장점이자 최대 단점인 카메라 기능은 사용자들의 의견이 가장 크게 엇갈리는 대목이다. 상당수 소비자들의 지적처럼 엑스페리아Z1 카메라는 야간 촬영에서 노이즈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를 드러낸다.
 
주간 촬영에서도 큰 차이점을 발견하긴 어려웠다. 엑스페리아Z1의 카메라 사양은 20.7메가 픽셀에 조리개 밝기 2.0, 1/2.3인치 센서를 적용한 소위 '초호화 폰카'다. 하지만 사진 결과물이 다른 카메라에 비해 약간 밝다는 점을 빼면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소니가 자랑하는 IPS 디스플레이 역시 기대보다는 평이한 수준을 나타냈다. 삼성전자가 전략 스마트폰에 적용하는 AMOLED처럼 색감에 강점을 나타낸다거나 LG 디스플레이처럼 극도의 선명도를 보이지도 않는다. 큰 특징을 캐치하기 어려운데다 경쟁 제품 대비 베젤이 넓다는 단점도 뚜렷하다.
 
총평하자면 엑스페리아Z1은 소니의 축적된 기술력과 향수를 강조한 반면 아직 과도기적 성향이 짙게 배어 있는 제품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와의 차별화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갤럭시에 길들여진 한국 소비자들에게 차별화가 '이질감'으로 여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소니 엑스페리아Z1.(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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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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