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휘청이는 '글로벌 증시'..단기 조정? 추세 반전?

선진국·신흥국 증시, 동반 도미노 급락
단기 조정일 뿐..장기전망은 밝아
불확실성 여전..변동성 장세 지속될 수 있어

입력 : 2014-02-05 오후 3:25:49
[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글로벌 증시가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 말 경제 전문가들이 올해 글로벌 증시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쏟아낸 것이 무색할 정도로 2014년 첫 달 글로벌 증시는 형편없는 성적표를 내놨다. 
 
2월에 들어서면서 부진한 흐름은 오히려 악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또 이에 따른 신흥국 통화 가치 급락, 이 세가지 악재가 합쳐지며 글로벌 증시를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전망이 밝다며 최근의 증시 하락은 단기적인 조정일 뿐 추세 반전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다만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변동성 확대는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1월 글로벌 증시 동반 급락..日 8.5%↓·러시아 9.8%↓
 
올해 글로벌 증시는 동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선진국 증시 중 일본 증시는 가장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 4일 닛케이225지수는 4.2% 하락 마감해 10월8일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1월말 일본 증시가 선진국 중 포르투갈 다음으로 최대 상승했던 것과 극명히 대조되는 것이다.
 
닛케이지수는 올해 1월 한 달동안 8.5%나 하락했고 4일까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30일 기록한 고점 대비 14% 넘게 떨어졌다.
 
미국과 유럽 증시 역시 부진한 모습을 면치 못했다.
 
다우존스지수는 1월 한달 동안 5.3% 하락했고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3.6%,1.7% 하락했다. 뉴욕 증시가 월간 기준으로 하락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지수는 1월 한달동안 1.8% 하락했다. 스톡스600지수의 1월 하락률 역시 지난해 6월 이후 최고다.
 
영국 증시, 독일 증시, 프랑스 증시는 1월 한달간 각각 3.54%, 2.57%, 3.03% 하락했다.
 
신흥국 증시 역시 일제히 하락했다.
 
러시아 증시는 1월 한달 동안 9.8%나 떨어졌고 브라질은 7.5%, 중국과 인도는 각각 3.9%, 3.1%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 역시 5.5% 하락했고 대만 역시 1.7% 하락했다.
 
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이른바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4일 16% 급등한 21.44로 지난 2012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글로벌 증시 하락율> 
(자료=대신증권·뉴스토마토)
 
◇QE축소·中경기둔화·신흥국 불안..'트라이앵글'에 갇힌 증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축소로 시작된 신흥국 시장 불안에 중국과 미국의 경기 둔화 신호까지 더해진 것이 글로벌 증시 하락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최근 불거진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는 연준으로부터 시작했다.
 
연준은 지난달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테이퍼링을 단행했다.
 
자산매입 규모를 월 75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100억달러 추가 축소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연준은 테이퍼링을 결정하면서 신흥국 불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신흥국 시장에 불안이 커지면서 자금 유출이 시작돼 아르헨티나 통화 가치 급락을 시작으로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이 다른 신흥국에까지 번졌다. 
 
중국 경기 둔화 역시 신흥국 시장을 흔들리게 한 원인이었다. 
 
HSBC가 집계한 중국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는 49.5로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50을 하회했고 중국의 1월 비제조업 PMI는 53.4로 2008년 12월 이래 5년여 만에 가장 낮게 나왔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의 제조업 지표까지 부진하게 나오자 글로벌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3을 기록했다. 이는 전달의 56.5와 사전 전망치 56을 모두 크게 하회하는 것으로,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 지표 악화가 이례적인 추운 날씨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투자자들은 이러한 지표부진이 날씨 때문인지 추세적 현상인지 판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기 조정에 불과 vs. 변동성 장세 지속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향후 증시 향방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인 전망은 밝다고 내다봤다. 몇몇 지표가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긴 해도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이 분명하다는 것.
 
레베카 패터슨 상무이사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의 하락세는 견고한 미국 경제를 고려했을 때 단기 조정일 뿐"이라며 "오는 금요일에 나올 고용 지표와 쟈넷 옐런 연준 의장의 첫번째 연설이  향후 증시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데이빗 조이 애머리프라이스파이낸셜 수석 전략가도 "ISM 지수가 나빴던 것은 추운 날씨 때문이고 고용 지표 역시 날씨 탓에 단기적으로 주식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미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증시는 다시 오를 것이고 지금은 좋은 매수 기회"라고 분석했다.
 
리차드 번스테인 번스테인 최고경영자(CEO) 역시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향상되고 있고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2%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알린 점을 지적했다.
 
또한 그동안 주식시장에 오랜 기간 조정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주가 하락은 균형을 맞추는 정상적인 움직임이라는 의견도 있다.
 
리차드 호이 BNY멜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증시가 조정 없이 너무 긴 기간 동안 상승만 하는 이상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에 지금 조정되는 기간을 지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 유출이 진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장기적으로 증시 전망이 밝다는데 일조하고 있다.
 
세르지오 에르모티 UBS 최고경영자(CEO)는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이 과한 측면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몇 년간 봐왔듯이 특정 자산의 가치가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인 후에는 반대 방향으로 매우 거세게 이동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며 최근 글로벌 자금의 신흥 시장 유출이 곧 진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몇몇 전문가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좀 더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동안 글로벌 증시에 버블이 껴있었던 만큼 앞으로 버블이 꺼지면서 부진한 흐름이 계속될 것이란 의견이다. 
 
피터 북바 린지 그룹 수석 마켓 분석가는 "2013년의 증시 호황은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양적완화 덕분이었다"며 "양적완화가 끝난 만큼 앞으로 하락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 역시 최근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 장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버는 "글로벌 시장 변동성의 원인이 연준의 테이퍼링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글로벌 성장세 둔화에도 기인한다"며 "시장 혼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앞으로 뉴욕 증시가 단기적으로 20%에서 30%까지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중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역시 꾸준한 증시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배리 제임스 제임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 대표는 "올해 증시는 최대 20% 정도 하락한 뒤에 연말에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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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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