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신축 야구장의 입지 문제를 놓고 1년 넘게 끌어온 창원시와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양측 모두 최악의 상황을 각오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두뇌싸움'에 들어갔다.
창원시는 야구장의 입지를 진해구로 결정했던 박완수 시장이 경남도지사 출마를 위해서 지난 5일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NC도 울산광역시와 경북 포항시, 경기도 성남시와 고양시를 비롯한 전국 여러 지자체의 '러브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창원시 새 야구장 조감도. (자료제공=창원시)
◇창원시, 박완수 시장 사퇴 전날 NC에 진해 신축구장 사용의사 답변 요구
조철현 창원시 안전행정국장은 지난 4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을 통해 "NC가 새 야구장을 사용하지 않겠다면 야구장을 지을 필요는 없다"며 "총체적인 부문에서 시간을 갖고 새로운 논의를 하겠다"라 선언했다.
이어 "창원시는 그동안 새 야구장 건립에 총력을 다 해 왔지만 NC는 입지변경을 요구하는 입장에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지난 1월 29일 NC다이노스 프로야구단 측에 새 야구장의 사용 여부를 명확하게 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고 공을 NC에 넘겼다.
더불어 조 국장은 "NC가 진해에 건립될 신축 구장을 쓰지 않겠다는 최종 입장을 밝히면, NC가 현재의 마산구장을 계속 사용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NC도 우리시와 동반자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는 창원시가 최초로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서 주목된다. 이제까지는 이러한 낌새도 느끼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변화다.
그렇지만 '시장 공백 상황에 책임 회피를 위한 목적이 있는 발표'란 해석도 만만치 않다. 진해 입지를 거부한 NC의 입장을 수용하되 2016년 3월로 약속된 건립기한을 초과하거나, NC가 창원을 떠날 경우에 발생할 책임을 회피하려는 한다는 것이다.
이번 입장 발표가 박완수 시장의 시장직 사퇴 하루 전에 나왔다는 것도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NC다이노스가 창원시에 보낸 회신 공문.
◇NC다이노스, 시한 명시된 회신 "6월30일까지 새 야구장 입지 선정할 것"
NC는 이에 맞서 4일 늦은 저녁에 '조건부 최후 통첩'의 형태로 응수했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NC의 회신 공문에 따르면 NC는 시에 구체적 실행계획 제시를 요청했다. 그리고 시의 실행계획 제시 시한을 '6월30일'로 못박았다.
NC는 "귀 시는 2013년 1월30일 NC 다이노스 프로야구단(이하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 및 야구팬의 의견을 수렵하지 않고 신규 야구장 입지를 결정, 발표하였습니다. 그 결과 2011년 야구단 유치 시 귀 시가 구단 및 KBO와 약속한 신규 야구장 완공 기한(2016년 3월)이 2년 남짓 남은 시점에서 공사를 위한 구 진해육군대학부지에 대한 토지사용 허가를 국방부로부터 승인받지 못했습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2월4일 귀 시가 발표한 '새 야구장 건립에 대한 창원시의 입장'은 신규 야구장 건립 약속이행을 위한 실행 방안이 아닌, 신규 야구장 건립 지연의 책임을 회피하고 새로운 시행정부의 몫으로 돌리려는 미봉책으로 비추어질까 우려됩니다"라며 구단의 공식입장을 밝혔다.
NC는 또한 "구단은 귀시가 2월4일 발표에서 언급한 '구단과의 동반자적 관계설정' 의지를 환영하며, 새 행정부가 업무를 실행할 수 있도록 신규 야구장 완공을 위한 일정과 입지에 대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합니다"라고 주문하고 "구단은 2014년 6월30일 이전에 구체적인 입지와 완공기한이 포함된 실행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라며 신임 시장 취임 전에 모든 계획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NC의 회신 공문에는 창원시 측이 바란 진해구 육군대학 부지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오히려 창원시에 실행계획 제시를 요청했다. 창원시 측의 공격을 막아낸 것은 물론 역으로 공격을 가한 것이다.
만약 NC가 창원시 측이 바란 내용을 회신에 담았더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와 관련 법률 전문가들은 "회신의 내용과 문구에 따라 해석의 차이는 있지만, 훗날 최악 상황이 찾아왔을 때 법정에서 창원시 측에 면책 사유의 하나로 작용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NC가 시의 면책 여지를 무력화한 것은 물론 구단 측에 유리하게 판세를 엮었다는 분석이다.
◇창원시가 새 야구장을 지으려는 진해구 여좌동 육군대학 부지 전경. (사진제공=창원시)
◇다양한 갈등 요소가 뒤섞인 창원시 새 야구장 건립 사업
창원시와 NC를 위시한 야구계 간의 갈등에는 여러 요소가 담겨 있다.
우선 국내 최초로 유사 규모 시 간의 통합 조치로 생긴 창원시 내 소지역 갈등이다.
그동안 기초자치단체간 통합의 경우 시(市)가 주변 군(郡)을 합쳐 새출발하는 형태이거나, 인구나 재정 등이 모두 앞선 시가 작은 시를 합치는 형태였다.
도농통합시 대다수가 전자의 형태이며, 경기도 남양주시의 옛 미금시 흡수가 후자의 한 예다. 여수시의 옛 여천시·여천군 통합과 평택시의 옛 송탄시·평택군 통합은 혼합형이긴 하나 여수시와 평택시가 월등하게 여타 지자체들을 앞서며 갈등의 요소가 적었다.
하지만 창원·마산 통합은 세력 정도가 비슷한 중견시 간의 통합이다. 비록 창원이 재정도 풍족하고 인구수도 많지만 격차는 적고, 예전 마산은 오랜 역사의 도시로 한때 국내 7대 도시 중 하나에 들기도 했다. 여기에다 옛 진해시도 통합돼 갈등 양상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됐다.
야구장 입지를 놓고 갈등이 일어난 이면과 창원시가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웠던 이유에도 이같은 배경이 있다. 과거 창원시와 옛 마산시가 각각 명칭, 시청, 시청 별관, 도청 등을 가져가고 옛 진해시에 무언가를 줘야 하는 상황에서 야구장이 대상으로 선정된 것이다.
더불어 야구장과 프로야구단을 바라보는 창원시의 시각도 갈등을 부른 요인이다.
창원시는 야구장과 야구단을 옛 창원시·마산시·진해시 등 3개시의 정서적 통합을 위한 마중물로 쓰려 했다. 처음엔 NC도 "NC는 'New Changwon'의 약자"라며 시의 견해에 화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창원시는 구단을 하나의 파트너가 아니라 '시정 홍보용 수단'으로만 여겼다는 것이 야구계 측의 견해다.
용역보고서의 24개 후보지 중 11위에 그친 육군대학 부지를 야구장 입지로 선정한 결정은 이같은 의구심을 확신으로 만든 주요한 동력이 됐다.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의 유치 의사가 있음을 표한 울산시의 울산야구장 공사현장. (사진=이준혁 기자)
◇신임 시장 선출 전에 NC의 '연고 이전' 결판 날까?
NC와 창원시 사이에 '의도가 다분한' 공문이 서로 오간 후 현재 상황은 '휴전'이다.
박완수 시장이 사퇴하면서 창원시장 자리가 공석이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새로 선출되는 시장을 기다리며 향후 대응을 준비하는 처지가 됐다.
그렇다면 정말로 NC는 창원을 떠나려 하고 있을까. 다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NC는 이미 창원시에 지쳤고, 상당히 고된 세월을 보내왔다"라면서 "NC가 창원을 떠날 생각을 가지고 있는 주된 이유는 유력 시장후보들의 생각도 기존 시장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NC가 유력한 후보들의 견해를 암암리에 알아봤지만 하나같이 실망스러웠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나도 알아봤지만 대안을 찾기보다 기존 육군대학 부지에 새 야구장을 지어 진해표 이탈을 막을 생각만 한다"고 꼬집었다.
다른 소식통은 "NC를 유치하려 하는 지자체가 언론을 통해 발표된 곳만 4곳(울산, 경북 포항, 경기 고양·성남)이다. NC가 연고이전을 결정하면 유치 계획을 세우려 하는 곳도 적지 않다. 몸값이 비쌀 때 좋은 결정을 내려야한다"며 "한번 약속을 어겼다면 언제든 다시 어길 수 있다. NC도 이를 감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구단의 공식적인 입장은 계속 '관망'이다.
최현 NC 홍보팀장은 "(연고지 이전을 비롯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없다. 다만 현재 상태에서는 양측 모두 만족할만한 접점의 도출은 불가능하다. 원만한 협의는 선거이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창원시가 새로운 입장을 내놓은 만큼, 우리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려 한다"고 밝혔다.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의 유치 의사가 있음을 표한 포항시의 포항야구장. (사진=이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