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자회사 직원이 회사 명의를 도용해 2800억원에 달하는 대출금을 챙겨 잠적한 사실을 뉴스토마토가 단독 보도했습니다. 경제부 이종용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이 기자, KT 자회사 직원 대출사기 혹은 횡령 사건. 정확히 사건 정황이 어떻게 되는지 설명 해주세요.
기자: 네. KT 자회사 직원의 2800억원대 대출사기 혐의는 지난 3일 금융감독원이 BS저축은행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습니다.
BS저축은행이 KT ENS와 납품협력업체에 대해 취급한 대출이 동일차주 대출한도를 넘어섰고, 통상적인 전자세금계산서가 아닌 종이로 된 세금계산서가 다량으로 발견되는 등 수상한 대출거래 내역이 발견됐습니다.
금감원이 미비서류를 보완할 것을 BS저축은행에 지시한 다음 날인 4일. 사기대출 당사자인 KT ENS의 김모 부장은 사기행위가 곧 들통날 것임을 직감하고 확보한 자금을 감춘 뒤 잠적했습니다.
조사 결과 대출은 KT ENS과 협력업체가 공모해 가공의 매출채권을 발생시킨 대출사기인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다른 은행들도 김 부장이 잠적한 것으로 확인되자 부랴부랴 사태 파악에 나선 것이 현재까지 밝혀진 사건 경위입니다.
앵커: 간부급 직원이라고 하지만 금융회사 직원도 아니고, 개인이 2800억원이나 되는 거금을 챙겼다는 게 쉽게 이해가 안되는데요.
기자: 이번에 문제가 된 KT ENS는 하청업체들로부터 납품받은 물품을 담보로 외상대출채권 담보채권을 발행해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식으로 금융거래를 해왔습니다.
일명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은 납품 업체가 원청업체에게 물품을 납품한 뒤, 구매 대금이 입금되기 전에 미리 세금계산서를 끊어주고, 이 세금계산서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KT ENS의 김모 부장은 회사의 명의를 도용해서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끊은 뒤 은행, 저축은행 등을 통해 2800억원대의 대출을 받아 챙긴 혐의입니다. 김모 부장은 가짜계좌를 만들어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이 입금되는 동시에 자금을 빼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김 모 부장이 자금부서나 구매부서에서는 일한 경험이 없는 인재개발팀 소속인 것으로 알려져, 자금부장이나 협력업체 직원과 공모한 혐의가 있는지는 추가로 조사해봐야합니다.
앵커: 물품 구매 대금을 외상처리했다는 증거인 매출세금계산서를 허위로 작성해서 대출을 받았다는 거군요. 금융사 입장에선 속수무책일 거 같은데 피해정도는 어떻게 됩니까.
사기대출 당사자인 김 부장이 가로챈 대출 규모는 2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관련 대출은 하나은행, 농협은행,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 3곳과 저축은행 10곳에서 이뤄졌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은행의 대출규모가 1500억원 가량으로 가장 많았고요, 농협은행은 지난 2012년 5월부터 500억의 대출약정이 돼 있었는데, 현재 296억원 가량 채권이 남아있었습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번 대출사기와 관련해 물려있는 대출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금융사들은 KT ENS와의 손실보증협약에 따라 손실분 전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해당 직원의 대출사기와 별개로 대출취급 절차상에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여기에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는 대출사기 혐의 금액이 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은행만큼 보증협약이 제대로 맺어지지 않은 곳이 많아 피해보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금융사들은 대출취급 절차상에는 문제가 없었다고만 강조하는 듯 하군요. 하지만 여심심사가 제대로 됐는지 들여다 봐야하지 않을까요. 당국도 긴급 설명회를 가졌다고요.
기자: 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검사과정에서 서류 등 미비점이 발견된 만큼 같은 대출을 취급한 은행들을 대상으로도 여신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 보겠다는 방침입니다.
현재 금융감독원에서 해당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 대해 검사를 진행중에 있으며, 검사결과 법규위반사항이나 여신심사 소홀 등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해당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대출취급 경위 및 내용 등을 신속히 파악해 보고토록 조시했습니다. 현재 사기 혐의자들은 피해 저축은행 중 한 곳의 고발로 수사당국의 소환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사기 혐의자들이 검거돼서 조사를 받고 있다니 다행이네요. 오늘 수고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