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소니가 PC부문의 매각에 이어 TV부문 분사하는 등 시장에서 사실상 공식적으로 패배를 선언한 가운데 다른 전자기업들의 향후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소니의 몰락에 가장 큰 배경으로 작용한 것이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환경과 비즈니스 전략이라는 점은 다른 전자기업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소니 PC·TV 사업실패..국내 전자기업에 부정적
소니는 지난 6일 PC부문 매각 발표와 함께 모태사업인 TV부문까지 분사를 통해 떼어내기로 결정했다. 이제부터는 가정용 게임기(콘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기기, 디지털 카메라 등 3가지 부문을 주력사업으로 재정비하게 됐다.
소니의 주력사업 부문 몰락에 가장 큰 원인은 급격한 실적 악화다. 소니는 지난해 회계연도(2013년4월~2014년3월)에 매출 7조7000억엔, 영업이익 800억엔, 순손실 1100억엔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거듭된 구조조정과 엔저 호재에도 불구하고,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보게 된 것이다.
◇소니의 기업 로고.(사진=뉴스토마토)
전자업계 터줏대감인 소니의 백기투항이 국내외 가전시장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PC·TV 분야에서 그동안 소니가 차지했던 비중이 삼성, LG에 비해 크게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수혜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일정부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TV 세트부문에서 경쟁자가 하나 사라졌다는 점보다는 중요한 LCD 패널 고객사를 잃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이 많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부문에서 집중적 손실이 발생하며 '어닝 쇼크'를 경험하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소니의 TV 사업 축소로 인해 LCD 부문에서만 총 2000억에서 3000억원 사이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지난해 4분기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내놓기는 했지만 전체 매출 비중에서 저가형 패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등 포트폴리오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는 중국 TV제조업체에 60헤르츠 수준의 저가 패널까지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 PC·TV 시장 하락세가 문제
소니의 몰락보다 더 큰 문제는 PC와 TV 모두 승자 없는 시장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TV 부문에서 세계 1위 삼성전자인 역시 TV사업부문에서 큰 이익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 부문 실적은 '쇼크'에 가까운 상황이다. PC사업 역시 명맥이 유지되고는 있지만 생산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상황.
다른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델, HP에 이어 굴지의 프로세서기업 인텔마저 지난해 전체 직원의 5%를 감원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현재 인텔 전체 직원수는 10만여명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PC사업 부진을 이유로 지난해 총 5400명 정도가 감원된 셈이다.
NPD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 소니, 레노버, 애플, HP, 도시바 등 상위 9개 전자업체들의 PC출하량은 2012년 1억6800만대, 지난해 1억4800만대로 집계됐고, 올해에는 1억 3400만대로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전자업체들의 PC사업 축소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애플·구글은 색다른 접근법 시장개척 '눈길'
반면 모바일 생태계의 강자인 애플과 구글은 '블러드 오션'으로 변모한 PC, TV 시장에서 색다른 접근법으로 점유율 확대에 성공하고 있다. 특히 구글의 크롬북은 노트북 PC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 달리 크롬 OS는 무료이기 때문에 제조사들도 크롬북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NPD그룹이 작년 1~11월 미국 '커머셜 채널'(학교 기업 등)의 노트북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크롬북 점유율이 1년 전 1% 미만에서 21%로 치솟으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노트북 역시 크롬북이 1~2위를 휩쓸었다.
한편 애플의 경우 현재 4세대 애플TV를 제작중인 가운데 게임 등 다양한 새로운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가운데 애플은 무엇보다 차세대 TV에 가장 필요한 데이터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수백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초 단위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의 대역폭을 인터넷 사업자로부터 사들인 바 있다.
이처럼 구글과 애플이 자사가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모바일,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전통적인 전자산업에 접목시키면서 삼성, LG 등 제조업체들의 발걸음도 다급해지고 있다. LG전자는 웹OS TV,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내세우며 달라진 '게임의 법칙'에서 대안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애플TV 홍보 이미지.(사진=애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