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법정에 깔린 사복경찰..권은희 증언만 다른 이유?

'지켜보는 눈' 있는데 현직경찰 소신증언 불가능..재판 마치면 증언내용 보고도 해야

입력 : 2014-02-11 오전 10:36:33
[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며 법원이 근거로 삼은 '경찰관들의 증언'에 대한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재판 때마다 경찰 관계자들이 방청석에 들어와 재판 진행과정을 모두 보고 있는데, 일선 경찰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인사상 불이익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전직 서울경찰청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는 지난 6일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사가 제출한 유력한 간접증거 중의 하나인 권은희 전 수서서 수사과장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권 전 과장만 피고인이 수사에 부당 개입했다며 다른 증인들과 배치되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의 위법행위에 대한 물증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증인들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려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입증'돼야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입증이 부족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재판부가 경찰의 '조직적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전청장의 수사와 공판에 참여한 한 검찰수사팀 관계자는 "한 마디만 잘못하면 좌천이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증인들이 소신껏 증언을 할 수 있었겠냐"면서 "증인들이 사전에 말을 맞췄을 가능성도 있는데 그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내린 재판부의 결정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 지역의 한 형사담당 판사도 "법정 방청석에 사복을 입은 경찰관과 정보과 형사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현직 경찰관이 증인석에 나와 제대로 말 할 수 있겠냐"면서 "조직의 특성상 말 맞추기 좋은 조직 아닌가"라고 말했다.
 
일선에서 근무 중인 한 경찰관도 "만약 (내가) 증인으로 법정에 소환되면 당연히 내 소신을 말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김 전 청장의 공판 때마다 여러명의 사복 경찰관들이 법정에 들어와서 방청했으며, 선고 당일에도 사복경찰관으로 추정되는 인물 3~4명이 법정에 들어와 대기하며 김 전 청장을 호위하기도 했다.
 
또 현직 경찰관들은 법정에서 증언을 마치고 돌아가면 감찰관 등에게 법정 증언 내용을 보고하도록 돼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재판이 직간접적으로 방해를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 같은 모순을 해결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는 현실이다.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가 원칙이며, 헌법 109조와 법원조직법 57조에 따라 국가의 안전보장, 안녕질서,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경우에만 법원의 결정으로 심리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누구에게나 공개된 법정에서 경찰이나 국정원 직원이라고 해서 나가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그렇다고 비공개 재판을 진행한다면 더 말이 많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김 전 청장 사건에 대한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판결문을 입수해 정밀 분석 중이며 항소기간 내에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항소기간은 7일로 오는 13일 기간이 만료된다.
 
김 전 청장은 지난 2012년 12월15일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로부터 국정원의 대선개입 정황이 포착됐다는 보고를 받고도 수사를 담당한 수서서에 이를 알리지 말고, 대선 사흘 전인 16일 '국정원의 댓글활동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허위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6일 오후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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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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