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코스 이탈로 인한 DNF 판정은) 아쉽죠. 다만 최선을 다했고 후회는 없어요. 마음같아선 다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얻은 것이 더 많아요. 저는 준비가 아직 덜 됐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어요."
처음 나선 올림픽이었지만 너무 일찍 귀국행 비행기를 타야만 했던 최재우(20·CJ제일제당)는 무척 아쉽다는 말로 지난 올림픽서 느낀 점들에 대한 말문을 열었다. 다만 아쉬움이 컸던 만큼 올림픽을 통해서 깨달음도 많이 얻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최재우는 지난 1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로사 쿠토르 익스트림 파크에서 열린 남자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2차 예선에서 총 21.90점(회전동작 10.9점, 공중묘기 5.30점, 시간점수 5.70점)으로 2위를 하며 상위 20명만 오를 수 있는 결선행 티켓을 쉽게 잡았다. 대한민국 프리스타일 스키 사상 최초의 결선 진출이다.
그는 결선 1라운드를 치르면서 20명 중 10위 기록으로 2라운드행 티켓을 쉽게 얻었다. 이때만 해도 상당히 좋은 소식이 있을 것처럼 전망됐다.
그렇지만 2라운드에서 게이트를 벗어나 아쉽게 DNF(Did Not Finish : 경기를 끝까지 못 마친 경우) 판정을 받으며 최하위를 기록했다. 결선 3라운드 진출 좌절이 결정된 순간이다.
최재우는 결국 선수단 본단에 비해 이른 시점에 한국에 오게 됐다. 메달을 기대했던 그로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최악의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그의 표정은 밝았다.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장난기도 느껴졌다. 그러나 대화 내용에선 강한 승부욕과 다음 대회의 준비를 위한 결의가 느껴졌다. '한국 모굴스키의 미래'라는 그를 설명하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다. 아직 젊은 선수인 만큼 좋은 모습을 보일 기회는 적잖다.
다음은 최재우와의 일문일답.
- 정말 잘 했는데 좀 아쉽게 됐다.
▲좋은 소식 못 가져와서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코스 이탈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만 남았다. 다만 최선을 다했고 후회는 없다.
- 아픈 이야기이긴 한데 그때 어떻게 하려다 그런 결과가 나왔나.
▲내가 빨리 타려고 했다. 또한 조금 더 빨리 턴(회전동작)을 해야 한다는 조금한 마음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무난하게 들어왔을 것이다. 다만 목표가 컸고, 그렇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이때 최재우의 소속사 관계자는 '실격이 아니라 DNF 판정'이 나왔음을 명확히 해달라는 뜻을 밝혔다. 실격의 경우 등수가 결정되지 않으나 DNF는 등수가 결정되며, 비록 최하위로서 메달 획득이 어려운 점은 실격 처리와 같지만, 실격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방송 중계에서 '실격'이라고 표현되며 많은 매체가 '실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 속상했겠다.
▲마음같아선 다 던져버리고 싶었다. (웃음)
-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느낀 점도 많았을 것이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얻은 게 더 많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4년이라는 시간을 꾸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느꼈다. 더불어 저는 준비가 아직 덜 됐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 최재우 선수 덕분에 모굴 스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늘었다.
▲당연히 책임감을 느낀다. '조금만 더 잘 했다면' 하는 마음이 적잖다. 이만큼 했지만 국민들의 관심을 받았다. 감사하다.
- 민감한 질문이긴 하지만 메달 생각은 했나.
▲솔직히 메달 생각도 했다. (메달을) 딸 것이란 생각은 안 했지만, 운이 좋으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다. 월드컵같은 큰 대회서 메달을 딴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그래도 경기 때는 메달 생각 없이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주자는 마음이었다. 내가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 모조리 보여주며 한껏 즐기자는 것이 목표였다.
- 평창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 나이이고 나갈 의지도 물론 있을 것이다. 혹시 다음 올림픽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 것 같나.
▲이번 올림픽 끝나고 많은 (상위권) 선수들의 은퇴가 예상된다. (웃음) 4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생각하면 길고 어떻게 보면 짧다. 그 시간동안 후회없이 더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 내겠다. 꼭 4년 후 좋은 소식 들려주겠다.
- 앞으로 어떤 계획으로 준비하려 하나. 그리고 이번 시즌 마무리 계획은.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당장 월드컵이 3월에 치러진다. 그 전까지 운동 열심히 하겠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귀국 현장에 와줘 고맙다. (현장에는 사진·영상 기자 외에는 두 명의 기자만 왔다.) 후원해주는 CJ제일제당, 끝난 후 각종 SNS와 기사 댓글 등을 통해 응원 메시지 보내준 많은 팬들, 그리고 부모님, 모두에게 감사하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주기 위해 더욱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