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100들여다보기)①혁신에서 또 다시 혁신으로..'애플'

입력 : 2014-02-17 오전 10:30:00
[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한국에 코스닥시장이 있다면 미국에는 이와 비슷한 곳으로 IT, 벤처기업들이 많이 상장되어 있는 나스닥시장이 있다. 나스닥은 우리나라의 벤처붐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의 유명기업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1998년 10월 약 1600포인트였던 나스닥지수는 일 년 만에 3000포인트로 두 배가 됐고, 그 해 말 4000포인트를 넘어선 후 49거래일만에 5000포인트를 넘어서는 진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거품붕괴과정을 겪으며 3000포인트 이하로 자유낙하하기도 했던 나스닥지수는 2012년 3월 3000포인트를 넘은 이후 20개월만에 다시 4000포인트에 도달해 현재 4200선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현재 나스닥은 전년도 순익의 25배에 거래되며 1999년 12월의 151배와 비교해 합리적이라는 평가지만, 구글 등 일부 대형 기술주의 거침없는 질주에 더해 전기차 업체 테슬라 등은 과도한 밸류에이션으로 거품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나스닥 시장 상장종목 중 시가총액이 크고 거래량이 많은 100개대표기업으로 이루어진 나스닥 100 지수에 속한 기업의 펀더멘털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향후 리스크와 모멘텀을 전망하는 보고서를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스마트폰 유저라면 '아이폰'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이폰은 애플 모바일 사업의 중심에 놓여있는 스마트폰으로 현재 미국인 10명 중 4명이 사용하고 있다.
 
애플은 세계 100대 기업 중 브랜드 가치 1위 자리를 3년째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시가총액 4635억5000만달러로 미국 내 1위 IT기업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디자인을 중시하는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노력으로 애플 특유의 현대적이고도 미려한 디자인은 애플의 핵심적인 브랜드 요소 중 하나가 됐다. 그 덕분에 애플은 예술과 디자인 분야를 집중 공략하면서도 대중적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애플 40년, 맹목적 충성심 얻기까지
 
지난 1996년 스티브 잡스 전 최고경영자(CEO)가 복귀한 이후 애플은 매킨토시의 인기 하락으로 무너졌던 명성을 다시 쌓았다.
 
1998년엔 PC 아이맥(iMac)과 노트북인 아이북(iBook, 현재의 맥북), 2001년엔 새로운 운영체제 맥 OS X를 개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MP3 플레이어 시장에 진입해 콘텐츠 플랫폼 아이튠즈(iTunes)와 결합된 아이팟(iPod)을 출시해 돌풍을 일으켰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의 중심이 컴퓨터에서 모바일로 이동했다.
 
그리고 2007년에는 스마트폰인 아이폰(iPhone)이, 2010년에는 태블릿PC 아이패드(iPad)가 탄생했다.
 
최근 애플은 아이폰 시리즈의 7번째 신제품 '아이폰 5S'와 함께 저가 스마트폰인 '아이폰 5C'를 출시해 프리미엄 이미지에서 벗어나 저가 시장도 함께 공략하고 있다.
 
애플의 신화를 써왔던 잡스가 지난 2011년 10월 세상을 떠난 후에는 팀 쿡 CEO가 그 뒤를 이어 혁신의 길을 이어가고 있다.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왼쪽)과 故 스티브 잡스(사진=로이터통신)
 
애플은 브랜드 충성도가 매우 높은 기업 중 하나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의 온라인 유통사 심온리콘트렉트의 조사에 따르면 아이폰 사용자들의 60%는 애플 제품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소비자들은 애플을 신격화하기도 한다.
 
로샨 보라 심온리콘트렉트 창업자는 "아이폰 유저들의 맹목적인 충성도가 대단하다"며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다른 스마트폰에는 더이상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사상 최대 매출에 아이폰 판매 강세..그러나 빗나간 예상
 
최근 애플의 실적은 나쁘지 않다. 2014회계연도 1분기(2013년 10~12월) 순이익은 13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거의 없다.
 
주당 순이익은 14.50달러로 지난해의 주당 13.81달러를 넘어섰고, 같은 기간 매출액도 전년동기 대비 6% 증가해 576억달러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실적의 흐름을 보면 애플의 분기별 순이익은 모두 전년대비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애플 분기별 순이익과 아이폰 판매량 변동 추이(자료=애플IR, 뉴스토마토)
 
애플의 매출을 책임지고 있는 아이폰 분기별 판매량은 전년대비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1분기 판매량도 전년동기 대비 6.7% 증가해 5100만대로 집계됐다.
 
매출액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 기간 아이폰 매출액은 324억98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이패드 판매량도 분기별 사상 최대치인 2600만대를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14%나 늘었고, 매출액 기준으로는 7% 늘어 114억6800만달러로 집계됐다. 
 
그 밖에도 맥과 아이튠즈 및 소프트웨어 부문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각각  16%, 19% 늘어났고, 반면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의 매출액은 1년 새 55% 감소해 애플의 제품 중 유일하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애플 2014회계연도 1분기 제품별 매출 구성(자료=애플IR, 뉴스토마토)
 
아이팟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년 대비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기에 1분기 실적이 환영받지 못한 이유가 숨어있다.
 
아이폰 판매량이 분기 대비로 보나 전년동기 대비로 보나 모두 늘어난 것은 맞지만, 예상치 5500만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애플이 야심차게 내놓은 신제품 '아이폰 5S'와 '아이폰 5C'의 수요가 예상을 빗나갔던 탓이다.
 
저가 시장을 공략할 방침으로 내놓은 저가폰 '아이폰 5C'의 수요는 예상보다 적었던 반면 '아이폰 5S'는 공급량이 부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팀 쿡 CEO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컨퍼런스 콜에서 "'아이폰 5C'의 점유율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았다"며 5C 모델의 부진을 인정했다.
 
이어 "많은 소비자들이 5S 모델의 지문인식에 더 많은 흥미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애플 실적 변동 추이(자료=애플IR, 뉴스토마토)
 
애플은 다음 2분기(1~3월) 매출액 전망치를 410억~430억달러로 제시했다. 앞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매출액 436억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일 뿐 아니라 월가의 예상치 456억달러도 하회한다.
 
또 이례적으로 주당 순이익 전망치를 공개하지 않아 시장에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알렉스 가우나 JMP시큐리티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진짜 문제는 다음 분기 전망"이라며 "예상 매출액은 '2분기에 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먹구름 전망에 주가 폭락..성장 둔화 우려
 
예상을 상회했던 지난 1분기 실적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주가는 급락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아이폰 판매량과 실망스러운 2분기 실적 전망에 애플의 성장 둔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애플의 성장 둔화설은 실적 발표 이후 종종 등장하는 단골 화제다. 실적이 예상을 조금이라도 하회하거나 향후 실적 전망이 부진할 때면 매도세는 여지없이 가속화된다.
 
이번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애플의 주가는 지난달 27일 실적발표 이후 8% 급락했고, 이후 사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 30일에는 500선이 붕괴됐다.
 
이후 2주에 걸쳐 다시 점진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실적 발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애플은 전일 대비 0.08% 내린 543.9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한 달 간 애플 주가 변동 추이(자료=야후파이낸스)
 
애플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 3% 하락했다. 지난 3개월(+3.6%) 또는 6개월(+8.3%) 기준으로 보면 애플의 주가는 겨우 한 자리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시가총액 2위를 달리고 있는 구글의 주가가 지난 6개월동안 40% 넘게 상승한 것에 비하면 나스닥의 공룡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뿐이다.
 
하지만 애플의 현 주가수익비율(PER)은 13.52배로 경쟁사 구글(31.54배)이나 마이크로소프트(13.93배)에 비해 저평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망 부진에 주가 하락..목표주가도 '뚝뚝'
 
월가 전문가들은 애플 주가의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해왔지만, 실적 발표 이후 목표주가는 잇따라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제퍼리스 그룹은 애플의 목표주가를 기존 650달러에서 625달러로 조정했고, 카나코드 제뉴이티 역시 600달러에서 570달러로 전망치를 내렸다.
 
레이몬드제임스는 목표주가를 700달러에서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해 550달러로 제시했고, 투자의견 역시 '매수'에서 '보유'로 내렸다.
 
43명의 애널리스트 중 3명은 '매도' 의견을 내놨고, 10명은 '보유', 29명은 '매수', 나머지 1명은 '강력매수'를 제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평균하여 계산하면 애플의 목표주가는 평균 600.60달러, 그리고 투자의견은 '매수'다.
  
진 먼스터 파이퍼 재프레이 이코노미스트는 "포화상태에 이른 미국의 스마트폰 시장이 둔화될 전망"이라며 올해 애플의 리스크 요인을 제시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미국 시장에서 맥과 아이튠즈 및 소프트웨어의 매출 호조가 아이팟 판매 둔화를 어느 정도 상쇄했지만, 아이폰의 판매량 감소와 매출 둔화는 북미지역의 매출을 끝내 1% 감소세로 이끌었다.
 
또 최근 달러 대비 신흥국 통화의 약세로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지난 1분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맥을 제외한 모든 제품의 매출이 감소해 전체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9%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얼리어답터의 주목을 받지 못한 '아이폰 5C'가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또 올해 상반기 신제품 출시 전망을 모멘텀 요인으로 꼽았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아이폰 5S'의 첫 출시국에 중국이 처음으로 포함되면서 향후 중국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그 밖의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신제품 모두 중국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점도 향후 애플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애플은 지난달 실적 발표 후 14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앞으로의 계획에 확신이 있음을 밝혔고, 올해 신제품 출시에 대해 언급해 기대를 모았다.
 
업계에서는 오는 6월 '아이폰 6'가 출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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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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