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조선업 경기가 오랜 침체 끝에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2위 자리를 놓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2010년 이후 줄곧 삼성중공업이 2위를 수성해 왔지만 지난해부터 상선 발주량이 급증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이 삼성중공업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높은 상선 비중의 덕을 톡톡히 봤다.
조선업계에서는 수주잔량을 기준으로 조선소의 순위를 정한다. 지난해 7월부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2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10월부터는 3개월 연속 대우조선해양이 앞서고 있는 상황.
17일 국제 해운·조선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표준화물선환산톤수(CGT)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693만톤(138척), 583만3000톤(105척)을 기록했다.
앞서 7월에는 삼성중공업(590만8000톤)이 대우조선해양(567만5000톤)을 앞섰다. 8월에는 대우조선해양(605만9000톤)이 삼성중공업(603만8000톤)을 근소한 차이로 제쳤고, 9월에 다시 삼성중공업(609만9000톤)이 대우조선해양(577만5000톤)을 밀어내고 2위에 올랐다.
하지만 10월에 대우조선해양이 다시 2위로 올라온 이후 12월까지 3개월 연속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순위 변동은 상선 시장의 회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 수주한 57척 중 상선이 43척이었다. 전년 9척에서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체 매출에서 해양플랜트와 상선이 차지하는 수주 비중도 전년 7대3에서 지난해 6대4로 늘었다.
반면 드릴십, 해양플랜트 등 해양부문에 강점이 있는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33척의 상선을 수주했다. 전년에는 8척으로 대우조선해양과 1척 차이였지만 지난해 10척으로 차이가 벌어졌다.
다만 수주잔량 중 저가상선 물량이 적은 점은 호재로 작용해 수익성은 조선3사 중 가장 좋은 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0년 건조 벨기에 엑스마 사에 인도한 LNG 재기화운반선(LNG-RV)모습(사진=대우조선해양)
지난해는 연비 절감을 위한 초대형컨테이너선과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인한 LNG선 수요가 급증했다.
두 선종 모두 일반 컨테이너선이나 벌크선에 비해 고부가 선종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점에서 상선 수주 경쟁은 올 한 해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석유에 비해 친환경적이고 가격경쟁력이 높은 LNG 수요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LNG선 발주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발주 가능성이 높은 LNG선만 78척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클락슨 통계에 따르면 LNG선은 지금까지 대우조선해양이 84척을 인도해 가장 많은 건조경험을 갖고 있다. 반면 수주 잔량까지 범위를 확대할 경우에는 삼성중공업이 111척으로 가장 많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LNG선 수주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7월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의 LNG선 16척에 대해 선표예약계약을 체결했다. 선표예약계약은 선박 건조를 전제로, 조선소의 도크를 사전 예약하는 계약이다.
이는 최대 6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선박에 쇄빙 기능이 추가돼 있어 척당 가격이 3억달러로, 일반 LNG선(2억달러)에 비해 비싸다.
대우조선해양은 러시아 정부가 추진하는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즈베즈다 조선소의 현대화 사업에 참여하는 등 협력관계를 강화해 16척 모두 수주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3일 4400억원 규모의 LNG선 2척을 수주한 있다.
삼성중공업은 모나코 가스로그(Gaslog)사의 LNG선 옵션 물량 등을 포함해 상선 수주를 강화하는 한편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이고 있는 드릴십과 FLNG 등 해양설비 분야에서도 영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6200억원 규모의 컨테이너 5척을 비롯해 지난 14일에는 1조5000억원 규모의 FLNG 1척을 수주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 중인 세계 최초의 부유식 LNG 생산설비인 '프리루드 FLNG' 모습(사진=삼성중공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