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찍은 태양광..한화·OCI '업 앤 다운' 전략

OCI, 美 태양광발전소 매출 올해부터 반영
한화케미칼, 폴리실리콘 상반기 중 양산

입력 : 2014-02-17 오후 7:06:29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업 앤 다운'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라!
 
국내 태양광 업계의 올해 공통된 화두는 사업 확대로 요약된다.
 
업스트림(원료생산) 부문 국내 1위인 OCI는 지난해 연말 태양광발전 사업에 출사표를 던지며 다운스트림(발전사업)까지 발을 넓혔다. 중간소재인 웨이퍼, 셀, 모듈을 비롯해 발전사업까지 진출한 한화케미칼은 올 상반기 폴리실리콘 상업생산에 나서면서 수직계열화의 틀을 완성하게 됐다.
 
언뜻보면 두 회사의 사업 확대 전략은 상반되지만, 결과적으로 겹쳐치는 사업군은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충돌지점은 곧 직접적 경쟁을 뜻한다.
 
OCI는 지난해 12월 미국 태양광발전 자회사인 OCI솔라파워를 통해 41메가와트(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완공하고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OCI솔라파워는 지난 2012년 텍사스 샌안토니오시의 전력공급회사인 CPS에너지와 400MW 규모의 태양광발전 전력공급계약(PPA)을 맺고, 이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25년간 판매할 계획이다.
 
OCI 측은 1단계 프로젝트인 41MW 규모의 발전소에서 연간 100억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서 거둔 매출은 올해 1월 실적부터 본격 반영될 예정이다.
 
OCI의 다운스트림 진출은 태양광 사업 부문에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OCI는 그간 주력인 폴리실리콘의 가격에 따라 실적이 널을 뛰며 자구책을 통한 사업다각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OCI는 지난 2011년 폴리실리콘 가격이 kg당 79달러를 기록하며 1조117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993억원의 적자를 내며 3년만에 수익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15달러대로 생산원가(20달러대 초반 추정)를 밑돌 만큼 속절없이 추락하며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했다.
 
OCI는 발전사업 진출로 폴리실리콘 사업의 리스크를 상당 부분 상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PS에너지와 25년간 장기계약으로 15%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거둘 것이란 게 내부 관측이다.
 
발전사업을 통해 시장 흐름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된 점도 OCI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OCI는 그간 잉곳, 웨이퍼, 셀 등 중간원료 업체들과 주로 거래를 해온 탓에 최종 완제품인 모듈의 시장 흐름을 읽기에는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했다.
 
그러나 발전사업을 통해 모듈 시장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전체 태양광발전시장에 대한 수급 예측의 불확실성을 덜어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폴리실리콘 사업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DB
 
한화케미칼은 올해 상반기 중 폴리실리콘 양산에 나서며 업스트림으로 영역을 넓힌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12월 전남 여수에 연간 1만톤(t) 규모의 폴리실리콘 생산공장을 완공하고, 상업가동을 준비 중이다.
 
한화그룹은 2012년 독일 회사 큐셀을 인수해 한화큐셀을 출범시키면서 세계 3위의 셀 생산능력을 갖춘 태양광 전문회사로 발돋움했다. 한화큐셀의 독일 공장과 말레이시아 공장에 기존 한화솔라원의 중국공장까지 더하면 연간 2.4GW(기가와트급)의 셀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폴리실리콘 상업생산에 나서게 되면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게 된다. 수직계열화는 원료, 소재,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시장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원료 부문에서 원가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다른 사업부문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점과 시장 침체기에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은 단점.
 
특히 한화케미칼이 폴리실리콘 사업 초기에 적자를 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화케미칼의 폴리실리콘 원가를 kg당 20달러대 중반으로 추정하는데, 지난 12일 기준 폴리실리콘 가격 kg당 21.15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 가격 추세가 이어진다면 사업 초반부터 밑지는 장사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화케미칼 측은 올해 폴리실리콘 가격이 kg당 24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시장 상황을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전사업은 일정 기간 동안 정해진 수익이 꼬박꼬박 들어오기 때문에 OCI 입장에서는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사업"이라면서 "다만 태양광 업체들이 수익 다변화를 위해 너도나도 사업 진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데다 폴리실리콘 생산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화케미칼은 폴리실리콘에 대한 내부수요가 있지만, 밖에서 구매하는 가격보다 비쌀 경우 제품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판가가 오른 동시에 원가를 낮추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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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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