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건강보험의 당기 흑자는 고령화 등으로 인한 몇 년 앞의 재정위기 상황에 대비해 법정 준비금으로 적립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현경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일 '건강보험 재정 흑자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건강보험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이 3조6000억원의 흑자를 내고 누적 적립금도 8조원을 넘어선 것에 대해 각계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나온 의견이어서 주목된다.
건강보험 재정흑자는 지난 2008년 이후 보험료수입 증가율(9.6%)이 보험급여비 증가율(8.7%)을 상회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 직장 가입자 비중이 매년 증가한 반면, 2012년 단행된 약가 인하와 영상 수가 재인하 외에도 그동안 의료 이용량과 가격(입내원일당 급여비) 등의 증가율도 둔화했다.
현 부연구위원은 "고령화 등 환경 요인을 고려해 향후 재정을 전망해보면 흑자는 법정 준비금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법정 준비금은 예기치 못한 비상사태로 인한 보험급여비의 급증이나 보험료 수입감소에 대비한 최소한의 제도적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발표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로 65세 이상 대상 급여비는 지난해 13조5000억원에서 2017년 24조4000억원, 2026년에는 62조5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총급여비 대비 각각 36.3%, 40.0%, 53.2% 수준에 달한다.
또 만성질환이 지속해서 증가하면서 이들에 대한 급여비도 2012년 기준 전체의 38.3%에서, 오는 2020년에는 42.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그는 "국민 의료비 대비 공공지출 비중은 2011년 기준 55.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2.2%에 크게 못 미치고, 건강보험 보장률도 2008년 이후 62%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는 2017년까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에 8조9900억원, 3대 비급여 보장성 강화로는 4조5540억원 등 모두 13조5440억원 재원 확보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는 "현행 보험료율을 유지하는 것을 가정해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추세를 반영하면 앞으로 당기 수지 적자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시민 단체들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는 별도의 국고지원으로 해결하고, 건보 흑자는 비급여의 급여화 등 건강보험 적용범위를 확대해 보장성을 높이는 데 사용해야 한다"며 수가 인상을 반대해왔다. 의료계는 "건보 흑자는 의사들이 치료원가의 70%만 받아 발생한 것으로 수가 인상에 써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4대 중증 질환 보장성 강화에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