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여성 경력유지 방안'을 놓고 실효성 의문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여성 경력 단절의 가장 근본 원인인 비정규직, 저임금 등 실질적인 노동시장에 대한 개선 대책이 보이지 않고, 기업의 재정 부담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5일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일 '임신-영유아-초중고-재취업' 등 여성의 생애주기별로 보육·돌봄 서비스, 재취업 등 경력유지 지원 방안을 대폭 강화한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4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을 발표했다.(사진=기획재정부)
발표된 방안은 경력단절 여성 문제를 해소해 여성의 낮은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뒀다. 여성 고용률을 높여야 고용률 70% 달성이 가능한 만큼 비정규직의 육아휴직 지원 강화, 남성의 육아휴직 확대를 위한 휴직급여 인상 등 여성 경력유지 지원 방안이 담겼다.
하지만 정부 대책을 놓고 각계각층에서는 취지는 공감하나 실효성 의문 제기와 함께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정문자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일하는 여성을 지원할 필요성을 고민했다는 것, 직장어린이집을 확충하겠다는 계획 등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성 경력 단절의 가장 근본 원인은 비정규직, 저임금, 사회보험 배제 등 여성 노동시장에 관한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는 여성 고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대체로 환영한다"고 밝히면서도 "여성들이 일터로 다시 복귀했을 때 원래 일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하는데, 이는 기업주의 의지에 달린 문제이므로 잘 지키면 혜택을 주고 지키지 않으면 제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논평을 통해 "이번 지원방안으로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우수 인력유지 및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인사·노무관리 등 일부 기업경영 부담을 느끼는 영세 중소기업에서도 원활히 참여할 수 있도록 현장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재계 역시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정부 정책에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기업의 인력운용을 제약하고 재정부담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논평을 내고 "여성들의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이번 대책을 위시로 해 정부가 추진해 오고 있는 각종 모성보호 법·제도 확대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노동시장 내 여성인력에 대한 기업 부담을 가중, 여성 고용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경총은 "이 모든 정책들에 대한 비용이 실직자를 지원하기 위한 고용보험 기금에서 소요된다는 점에서 기금의 본래 목적과 무관한 막대한 지출을 야기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고용보험 재정은 더욱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정부의 여성 경력유지 지원방안은 여성 고용률 제고를 위한 다양한 처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남성 육아휴직 이용 확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활성화, 시간선택제 전환 청구권 확대 등은 실효성은 크지 않은 반면 기업의 인력운용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최선의 여성 정책 대안을 내놓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지원 방안은 기존 제도의 약한 고리를 발굴하고 보완하는 것에 역점을 뒀기에 근본대책으로 개선 가능하고, 육아휴직 급여를 인상해도 고용보험기금으로 충분히 자체 충당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기획재정부는 "지금도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은 법적 권리로 출산휴가 거부시 2년 이하 징역, 1천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고 육아휴직 거부시 오백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며 기업이 모성보호 방안을 어겼을 때 제재할 방법이 있다고 반박했다.
또 기재부는 여성 경력 단절의 근본 대책이 빠졌다는 지적에는 "기업의 과도한 경영부담과 국가 재정상황을 감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기재부는 "육아휴직 관련 급여를 올려도 고용보험기금 재정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자체 충당이 가능하고, 관련 보험료율 추가 인상 계획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부담 감소를 위해 대체인력지원금도 올해부터 중소기업은 40만원에서 60만원으로, 대기업은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각각 올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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