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호 (사진제공=코코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다소 강인한 인상으로 "유단잔가(유단자인가)"라며 비장한 표정을 짓지만, 허세일 뿐이다. "바람을 가르며 명치를 '빡'"하고 내리치고는 '끄~읕'이라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지만 언제나 온 몸을 얻어맞는 사람은 조윤호다.
가슴이며 허리며 얻어맞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관객들과 시청자들은 어느틈엔가 '빡! 끄~읕'을 따라하며 조윤호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데뷔한지 7년차인 이제서야 주목을 받고 있는 조윤호는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코너 '깐죽거리 잔혹사'에서 허당 건달 역을 맡고 있다. '책으로 배운 허세 무도인'이 그 캐릭터다.
개그맨들이 친숙한 인상을 가진 것과 달리 조윤호는 다소 강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개그를 짤 때도 악당 역을 주로 했다. '개콘' 조연에서 허세 가득한 무도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조윤호를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만나기 전 '강한 느낌이 있지 않을까'라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개그맨은 개그맨이었다. 1시간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으며 신명나는 인터뷰를 했다.
◇조윤호 (사진제공=코코엔터테인먼트)
◇"언제라도 없어질 인기"
현재 '개그콘서트' 내에서 시청률 1위로 꼽히는 '깐죽거리 잔혹사'의 시작은 지난해 11월이었다. 류정남과 함께 짠 개그가 제작진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서였다.
그러던 중 선배 안일권이 '도장깨기'와 비슷한 개그를 준비했고, 조윤호와 류정남의 캐릭터를 눈 여겨 본 제작진이 안일권을 이어줬다. 그리고 허민과 이동윤이 투입되면서 만들어진 작품이 '깐죽거리 잔혹사'다.
그는 "이제는 인기를 모아서인지 '개콘' 모든 멤버들은 물론 작가님, 감독님도 아이디어를 준다"며 "이 프로그램이 잘 되는 이유는 가족들의 도움이 있어서"라고 말했다.
'유단잔가', '빡! 끄읕~', '그런 말 하는 거 아냐'를 비롯해 심지어 박수를 치는 것까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여기저기서 "~~하지만 ~~하지 않고"라는 조윤호의 대사를 따라한다. 의기양양한 표정까지 모두 주목을 받고 있다.
벌써 7년 동안 개그를 선보인 조윤호인데 '깐죽거리 잔혹사'를 할 때 만큼은 긴장감이 크다고 한다. 대사 때문이란다.
그는 "매일 긴장된다. 대사를 외우는 걸 잘 못한다"며 "주고 받는 건 자신있는데, 이건 '이렇게 하면'이라고 동윤 선배가 나를 때리면 다음부터는 내가 알아서 다 해야되는 거다. 틀릴까봐 걱정이 크다. 아직까지는 틀리지 않았는데"라며 대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살면서 1대1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했다. 인터뷰 중 두 명의 여성 팬이 사인을 요청했다. "사인을 해주고 빡 끝"을 따라하는 것은 팬들의 수순이었다.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즐겁지 않냐고 가볍게 물어봤다. 의외로 무거운 답이 돌아왔다.
그는 "군대 있을 때도 면회종료 30분 전이나 헤어질 때 아쉬움 이런 것 때문에 면회를 안 했다"며 "인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없어질 텐데 앞으로는 어떻게 헤쳐나갈까 벌써부터 고민"이라고 진지하게 답했다.
◇조윤호 (사진제공=코코엔터테인먼트)
◇"신인이 해야 될 조연 역할, 내가 맡아 부끄러웠다"
조윤호에게 있어 2013년은 되는 일이 없는 한해였다. 수 없이 많은 새 코너를 짜 검사를 받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실패'였다. 방송을 통해 받는 출연료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데 안정적인 코너가 없으니 딱히 돈이 들어올 곳이 없었다.
그는 "'꺾기도' 이후에 쭉 힘들었다. 직장 잃은 회사원들이 회사 나가는 척하고 공원 돌아다니고 PC방 다니고 하는 것처럼 저도 그랬다"며 "하루는 평소처럼 하는 거 없이 그렇게 집에 들어갔는데 3살 먹은 애가 '아빠' 하면서 다리를 꽉 붙잡더라. 그 때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새 일거리를 찾아보려고 하다가 안일권 선배랑 '깐죽거리 잔혹사'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힘겹게 코너를 짜고 녹화까지 마쳤지만, 아내에게는 말하지 못했다. 괜히 헛바람만 들게 할까봐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괜히 무안한 상황만 만들까봐 겁이 났다고 했다. 방송당일 아침에야 방송에 나간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아내에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지난해 가장 힘들었을 때 얘기를 더 듣고 싶었다.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고 물었더니 다른 코너에 조연으로 들어갔을 때를 꼽았다. 주로 그런 경우에는 막내 기수들이 들어가는데, 자신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개콘'에서는 22기로 중간 정도 된다. 막내작가한테 출연해달라고 연락이 왔는데 정말 정말 좋으면서도 부끄러웠다"며 "나 때문에 다른 애가 들어와야 하는데 못 들어온 건 아닌가 싶었다. 정말 대사 두 줄인데도 달달 외우고 갔다"고 말했다.
◇조윤호 (사진제공=코코엔터테인먼트)
◇"토크쇼나 예능은 남의 얘기..'개콘'에 전념"
한 매체에서 최근 '개그콘서트' 내의 개그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평소에 가장 웃긴 개그맨이 누구냐는 것이었다. 개그 선수들끼리의 조사에서 안일권이 1등을 차지했고, 조윤호는 김준호와 박성호와 함께 2등이었다.
김준현이나 양상국, 허경환 등 소위 인기있는 스타들을 제친 결과다. 토크쇼나 예능에서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는 얘기가 아니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는 "토크쇼는 못 할 것 같습니다"라고 딱 잘랐다.
조윤호는 "가만히 앉아서 얘기하는 건 정말 불편하다. 야외 나가서 생활하며 하는 프로그램은 할 것 같은데 토크쇼는 힘들 것 같다"며 "사실 예능은 상상도 안 하고 있다. '감히'라는 붙일 정도다. 지금은 그저 '개그콘서트'에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가수를 준비하다가 실패한 뒤 미용사가 되기 위해 방향을 전환했다. 우연한 계기로 개그맨에 입문한 조윤호는 데뷔 7년 만에 연말 시상식에서 수상을 꿈꾸고 있다.
그는 "전해들은 얘기인데 상반기 연예대상이 있었다면 상 하나는 받았을 거라고 하더라"며 "나하고는 상관 없는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기대가 된다"고 희망사항을 드러냈다.
3분의 짧은 분량을 위해 일주일동안 밤샘 회의를 마다않는다는 조윤호는 사람들이 웃는 모습이 그렇게 즐겁다고 한다. 그런 조윤호는 오늘도 외친다.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웃음을 터뜨리고 '빡! 끄~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