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아르헨티나발 신흥국 위기가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외환시장과 주식시장도 회복세를 보이며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는 진행중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정치불안이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이어진다면 신흥국 전반의 자본이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IMF도 신흥국 경제가 아직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바람에 직격탄을 맞은 신흥국 통화가 충분한 조정을 겪은 만큼 이제는 신흥국 시장 투자에 나설 때라는 시각도 있다. <뉴스토마토>는 현재 신흥국 금융시장의 흐름과 남아있는 리스크 등을 조망해 신흥국 투자 타이밍과 위험성 등 신흥국 투자의 해법을 3회로 나눠서 짚어본다.[편집자]
올 초 통화가치와 증시가 폭락하며 글로벌 경제의 리스크 요인로 떠올랐던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이탈은 지속되고 있지만 그 강도가 점차 약해지고 있고, 채권과 통화 가격의 하락 압력도 완화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진정세는 일시적인 국면일 뿐이고 장기적으로는 신흥국 시장의 자금 엑소더스가 이어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흥국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선진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채권·통화' 서서히 반등..자금이탈 강도 약해져
이달 초 연초대비 9%가까이 하락했던 MCSI이미징마켓지수는 지난 21일 기준 959.25포인트까지 오르며 저점대비 4.6% 상승했다.
신흥국의 공격적 금리인상으로 통화가치도 오르며 터키 리라화 가치는 저점 대비 6.7% 상승하며 올초 수준을 회복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와 브라질의 헤알화도 저점대비 3~4% 올랐다.
국채금리 급등(채권가격 하락) 흐름도 주춤해지며 올 초 9% 이상 급등했던 터키의 5년물 국채금리도 현재 고점대비 4.5% 하락했고, 브라질의 5년물 국채금리도 고점대비 5% 이상 하락했다.
신흥국 금융시장의 자금 이탈은 지속되고 있지만 강도는 서서히 약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신흥국 주식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5억6000만달러로 2주 연속 유출량이 줄었다.
전주에는 약 30억달러, 한달 전에는 주간 기준 63억달러달러가 신흥국 주식에서 환매됐던 것과 비교하면 유출세는 확연히 감소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이머징마켓(GEM)펀드에서 유출을 주도하던 뱅가드와 블랙록 등 대형 펀드의 신흥국 시장 이탈이 잠잠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GEM펀드의 환매액이 급감한 것은 신흥국 주식 환매의 질적 개선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주식형 펀드 자산의 절반 이상을 GEM펀드가 차지하고 있고, 미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신흥국 시장에서 이탈한 금액의 절반 이상이 GEM펀드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도 "비록 해당 수치가 우크라이나 위기가 심해지기 전에 집계된 것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증시의 변동성이 줄어들며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시적 진정국면에 불과..채권시장 붕괴 가능성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취약점이 더 많이 남아있다. 뉴욕타임즈(NYT)는 지난달 시작된 신흥국 금융시장의 혼란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선진국의 금리인상이 예정돼 있는 만큼 그 동안 신흥국에 자금유입의 통로였던 캐리트레이드가 청산되면 외환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정책이 신흥국의 해외채권발행을 늘렸고 이는 다시 해당 신흥국의 외환보유고 증가와 통화량 급증, 자산가격 상승 등으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BoA는 또 "양적완화 정책이 끝나고 있어 2008년 이후 주목받았던 투자 아이디어를 거꾸로 되짚어봐야 한다"며 "캐리트레이드에 의지했던 신흥국 자산시장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신흥국 시장으로 유입된 캐리트레이드는 은행과 기업의 채권발행 형태로 확산돼 캐리트레이드를 철회하면 채권시장이 붕괴하고 기업이 도산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08년 직전 5년간 4320억달러에 불과했던 신흥국 기업의 채권발행액은 2008년 이후 5년동안 1조420억달러로 두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10월 브라질의 거대 에너지기업 OGX가 디폴트를 선언하는 등 멕시코 건설업체와 카자흐스탄 은행들이 줄줄이 디폴트를 선언하고 있어 자금유출이 가속화된다면 신흥국 기업들이 연쇄 부도에 빠질 수 있다.
한편 신흥국 시장이 전반적으로는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고는 하나 일부 국가의 위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의 루블화는 올들어 달러대비 8%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에 접근하고 있으며 유로화에 비해 사상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취약 5개국(fragile 5) 중에서도 인도네시아와 터키에는 자금이 유입됐으나 인도와 브라질, 남아공에서는 자금이 순유출됐다.
◇당분간은 전망 어두워..구원투수는 중국의 유동성
신흥국 시장의 전망은 당분간은 어둡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자본 유출과 높은 금리, 통화가치 급락 등이 신흥국 경제의 주요 불안요인이라며 미국 등이 경기부양책을 서둘러 거둬들이면 신흥국의 자본유출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도 외환보유액이 적은 국가들의 취약성에 유의해야한다고 경고했고, BoA도 경제성장과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기 전까지는 신흥국의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테이퍼링을 시작한 이후 신흥국에 대한 우려는 유동성 유출에 집중돼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성장성에 대한 우려라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의 경기 회복에도 선진국향 신흥국의 수출이 크게 늘지 않으면서 신흥국이 얻을 수 있는 경제효과가 제한되는 구조가 고착화·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 신흥국이 금리를 인상했지만 오히려 고금리가 향후 내수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신흥국의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중국에서 유동성 공급이 이어질 경우 신흥국 경제의 변동성을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훈 애널리스트는 "오는 3월 열리는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유동성 목표치를 크게 보수적으로 가져가지 않는다면 외국인 수급 개선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성장률 목표치는 물론 유동성에 대한 태도가 위축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