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FTA 추진 우려..효과 제대로 따져야

입력 : 2014-02-25 오후 4:51:17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출범 2년차를 맞는 박근혜정부의 통상정책에 대해 정부는 세계 경제위기와 다자주의 등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환경에도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며 선전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과 통상의 시너지를 만들겠다며 산업통상자원부를 출범시키고도 기대했던 수출-내수-고용의 선순환 구조가 두드러지지 않는데다 국내 영향분석 없이 무역효과만 내세운 채 성급한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에 보고한 신년 업무계획을 통해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되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통상정책으로 자유무역의 실익이 우리 사회에 골고루 퍼지게 하겠다"며 "대외개방형 통상정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부는 지역통합형 FTA를 통상정책 방향으로 확정한 후 이명박정부에서는 지지부진하던 한-중 FTA 협상의 물꼬를 텄고, 한-호주 FTA를 타결시키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공식 참여의사를 밝히는 등 적극적인 통상정책을 추진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14년도 업무계획으로 수립한 '대외개방형 통상정책'의 주요 내용(사진=산업통상자원부)
 
하지만 요란한 구호에 비해 국내 산업계의 피해에는 눈을 감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지난 13일 한-호주 FTA 가서명 소식이 전해지자 성명을 내고 "지난해 기준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 점유율은 호주산이 56.9%"라며 "피해산업에 대한 보상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정부는 농가의 피해에 눈 감고 있다"고 비판했다.
 
통상정책의 규모에 비해 국내 연관효과가 미흡하다는 부분도 문제다.
 
정부는 올해 2월 기준으로 12개의 FTA를 발효·타결했으며 2011년 이후 무역규모가 3년 연속 1조달러를 넘었지만 청년 고용률은 몇 년째 40%대에 머무르고 내수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통상과 내수-고용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지 않고 있기 때문.
 
이에 대해 이관섭 산업부 산업정채실장은 "수출의 성과가 투자와 내수,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도록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고 산업부에서도 할 일을 찾겠다"며 "그러나 새로운 수출 먹거리와 산업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 그런 실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공청회' 시작 전 한-중 FTA중단 농수축산비상대책위원회와 FTA대응범국민대책위원회 등 TPP 반대단체들이 공청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뉴스토마토)
 
전문가들은 정부가 무역효과만 믿고 실익을 따지지 않은 FTA를 추진한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열린 국내 첫 TPP 공청회 때도 산업계 피해에 대한 보호대책 마련에는 별다른 논의를 진행하지 않은 채 TPP의 경제효과만 홍보했고, 공청회가 끝난 지  보름여 만에 "TPP 참여 이익이 우리 국익에 부합한다"며 TPP 참가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부좌현 의원(민주당)은 지난 14일 국회 산업위 현안보고에서 "한-중·한-호주 FTA 등과 관련해 국내 중소기업계와 축산계의 피해가 예상되지만 이에 대한 영향 분석과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한홍렬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TPP에 대해 일반적 경제적 효과만 검토하는 데 그쳤을 뿐"이라며 "국익이 이러저러하니까 국민이 따라오라는 게 아니라 충분한 설득과 공청회를 마련해 사회경제적 효과를 골고루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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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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