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 "재벌실형, 여론 반영된 결과" 논문 발표

입력 : 2014-02-26 오후 5:18:21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형사재판을 받는 재벌총수에게 실형 선고가 내려지는 것이 국민여론이 반영된 결과라는 내용이 담긴 현직 판사가 쓴 논문이 나와 눈길을 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제민 서울남부지법 판사(31·사법연수원 37기)는 최근 사법연수원 법과 사회 연구반 논문집에 실은 '법관의 양형 판단과 국민 여론의 관계에 관한 법사회학적 시론'에서 이같은 경향을 짚었다.
 
유 판사는 논문에서 1990년대와 2000년대, 2010년대에 기소된 재벌총수의 형량과 여론을 비교해 "재벌총수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과거 경향에서 벗어나 실형을 선고하는 쪽으로 양형기준이 엄격해졌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언론보도를 통해 여론의 반응을 들여다본 결과, 1990년대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진 당시 '경제에 대한 우려 등으로 실형 판결에 비판적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재벌 범죄를 엄단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여론이 움직였다. 2006년 두산그룹 일가에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진 뒤 언론이 '재벌봐주기', '솜방망이 처벌' 비판이 쏟아내며 1990년대와 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도 "국민의 신뢰를 져버린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사법부 내부에서 재벌 총수의 양형에 대한 논의가 불거진 계기가 됐다.
 
이후 2008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수백억원의 배임과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자 비판 기류는 더 거세졌다.
 
유 판사는 당시상황을 "과거처럼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언론 기사는 쉽게 발견할 수 없다"며 "재벌기업에 우호적인 정당의 최고위원이 비판할 정도로 재벌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에 대한 여론의 반감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유 판사는 이를 종합해 "실형 위주로 바뀌고 있는 재벌총수 판결의 흐름과 재벌총수에 대한 처벌이 강해져야 한다는 취지의 여론이 서로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현상이 나온 배경으로 "재벌총수 사건을 맡은 법관이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느낄 수밖에 없어 양형을 판단하는 데 자연스럽게 이를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다만 양형판단에 국민의 여론이 반영됐다고 '단정'하는 데는 존재하는 한계점도 인정했다. 재벌총수의 판결문에 나온 양형이유에 여론이 언급된 경우가 거의 없는 점과 법관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 국민여론으로 오해될 수 있는 점 등이 지적됐다.
 
그러나 유 판사는 "최근의 판결은 재벌총수라도 예외없이 경제범죄에 관한 양형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했다는 점을 양형이유에서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며 "'국민여론'→'양형기준'→'판결'의 방식으로 여론이 법관의 양형판단에 중요한 요소로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하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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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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