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병원들의 혼란기다. 환자 쏠림 현상으로 유지되어 왔던 대형병원들 조차 수익감소로 비상경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술 더 떠 이른바 병원 ‘빅5’마저 적자에 따른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경영난 타개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눈치다.
국세청 공시자료에 따르면 최근 2012년 서울아산병원만 유일하게 70억원 흑자였고, 삼성서울병원(-11억원), 연세의료원(-66억원), 가톨릭중앙의료원(-116억원), 서울대병원(-287억원) 등은 적자를 기록했다.
빅5병원의 적자를 가져온 주원인으로는 경제 사정으로 인한 환자 수 감소와, 조기검진에 따른 암환자의 절대량이 줄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지난해 영상의학 수가가 17.2% 인하된 데 이어 포괄수가제 확대와 3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초음파 급여 전환 등 외부 환경의 악화로 수가보전이 되지 않은 것이 병원손실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6월까지 환자들이 병·의원을 찾은 건수가 4억1800만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억2000만건보다 200만건이나 줄어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 불황으로 국민들은 아파도 병·의원에 가지 않고 비싼 검사나 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환자 수가 줄면서 건강보험공단은 2011년부터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빅5병원 중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한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은 저녁연장진료, 토요진료확대 등을 통해 험로를 헤쳐 나가기 위해 나름대로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64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각 부서별 자체 예산절감과 함께 교수 선택 진료수당 30% 차감, 토요 외래진료 확대 등 수익증대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알려진 것처럼 경영여건의 어려움을 극복하기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어 더 이상의 경영여건 개선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병원입장에서는 구조적인 저수가가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도 지난해부터 전면 토요진료(오전)를 시작했다. 또 삼성은 병원에 100억원을 투입해 응급실 리모델링을 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기존 1,275㎡(385평)의 응급실을 1,970㎡(600평)으로 2배가량 넓혔다. 병상 규모도 58개에서 69개로 늘렸다. 이에 따라 병원은 환자를 더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삼성서울병원의 응급실은 각 진료 분야 전문의들이 환자 개개인에 맞춘 원스톱 진료 서비스를 제공해, 단시간에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환자 편의성을 높였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문화가 대폭 개선됐다”며 “과거 혼잡했던 응급실에 비하면 한층 여유로운 환경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췄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전 진료과가 주말에 진료를 본다.
세브란스병원은 오는 4월30일로 예정인 제2의 세브란스 ‘연세암병원’ 개원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빅5 중 암병원으로는 후발주자로써, ‘환자 진료를 잘하는 암병원’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병원 치료시스템은 이미 평준화됐다는 측면에서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적자 타개를 위한 세브란스만의 차별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서울성모병원은 적자 수익구조에 따른 타개책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정 진료 분야를 최고 수준으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조혈모세포이식센터(BMT센터)·안과·심뇌혈관·암·장기이식센터 등을 병원을 대표하는 분야로 발전시키기 위해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병원 수익에 큰 도움을 주는 해외 환자 유치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서울성모병원은 타 병원들이 꺼리는 호스피스·가정간호 등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신생아중환자실을 20병상에서 30병상으로 확장·리모델링하기도 했다.
빅5병원 중 유일하게 연속 흑자를 내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역시 부서 회식을 포함한 각종 비용 절감은 물론, 직원들의 연말 성과급을 50%로 축소 지급하는 등 긴축재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축소 등 상당수 의료정책이 병원 경영에 불리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병원 경영이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쉽사리 좋아질 것 같지 않다. 미리 대비하는 차원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아산병원) 직원들도 다른 병원 사정을 들어서 잘 알고 있다”면서 “(빅5병원 중) 월급이 깎이거나 동결된 곳도 있다. 일부병원에서는 인원감축을 하는 등 직원 전체의 위기로 다가왔다. 거기에 비하면 회식을 자제한다거나, 연말 성과급이 축소된 부분에 대해선 직원들 모두 수긍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4월 개원을 앞두고 있는 ‘연세암병원’ 전경.(사진=세브란스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