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우리나라 지역별 고령화 대응력 양극화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산업연구원(KIET)이 내놓은 '지역 경제의 고령화 대응력 분석' 보고서를 보면 16개 시도별 고령화 대응력 지수가 가장 높은 지역과 가장 낮은 곳의 격차가 2.3배에 달했다.
고령화 대응력 지수는 경제·산업(경제 활력)과 보건·복지(생활 활력) 등 4개 영역에 걸친 고령화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대응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총 29개 세부지표에 가중치를 두어 산출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경제의 고령화 대응력 지수는 경기가 4.38로 1위를 차지하고 충남, 충북이 각각 4.20, 3.78로 뒤를 이었다.
특히 경기는 경제 활력 부문과 생활 활력 부문 모두 2위를 차지해 16개 지역 중 가장 안정적인 대응력을 보였다. 충남의 경우 경제 활력은 1위였으나, 생활 활력은 7위에 그쳤다.
반면, 부산이 1.92로 꼴찌를 기록하고 노동생산성 수준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대구는 2.49로 15위를 기록하는 등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부산은 경제 활력과 생활 활력, 보건·복지 등 모든 영역이 하위권에 속했다.
부산은 경제영역의 지속가능성 부분에서도 16위를 나타내 앞으로 고령화 대응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자료=산업연구원)
서울도 3.28에 그쳐 9위를 나타냈다. 서울은 산업 영역 1위, 보건과 복지영역이 3위로 평가됐지만, 경제 영역 대응력이 15위에 불과했다. 서울은 인재가 풍부하지만, 첨단 제조업 분야에 취약하고 다른 지역보다 생산인구의 '조로 현상'이 두드러진 탓으로 풀이된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1위인 울산의 경제 활력 부문은 예상과 달리 7위에 불과했다. 연구·개발(R&D) 인력과 지식기반산업 취업자 비중이 11위와 12위에 머무르고 취업자 평균연령 상승속도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울산은 오히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아 생활활력 부문이 1위를 차지하면서 종합지수 4위를 나타냈다.
이밖에 전북(2.65), 강원(2.67), 전남(2.68)의 종합지수는 12~14위를 차지하면서 낮은 고령화 대응력 수준을 보였다. 다만, 전남은 경제영역 중 자본장비율 부문이 전국 1위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지역별 고령화 대응력의 양극화가 뚜렷해 앞으로 성장 격차가 확대되면서 지역 간 노동생산성 차이가 나타나고 사람들이 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동한다면 활력·쇠퇴 지역 고착화가 야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경제활력과 생활 활력 모두 전국 평균을 웃도는 '활력 지역'에는 경기와 충남 등 7개 지역이 속하지만, 두 부문 모두 평균을 밑도는 '쇠퇴 지역'에는 부산, 대구 등 6개 지역으로 분류됐다.
또 생활활력은 전국 평균 이하의 수준이지만 경제활력이 평균 이상인 '경제 활력 우위지역'에는 광주만, 생활 활력이 평균 이상인 '생활 활력 우위 지역'에는 서울과 제주만이 포함됐다.
전국적 차원의 고령화 대응력의 경우 경제영역지수가 1.59로 다른 3개 영역보다 3배가량 높고, 산업영역은 0.54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경제 분야에 정책투입을 편중하기보다는, 빈곤율 저하와 복지예산 확대 등을 통한 보건복지 분야에서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문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설비투자를 유도하고 혁신활동 강화와 외국인을 포함한 창의인재 육성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는 정책투입이 필요하다"며 "노인층이 사회적 사각지대에서 벗어나고 지역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정책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산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