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정우 기자] 매매가보다 전세값이 더 높은 아파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광주 북구 문흥동 대주3단지 전용면적 49.97㎡ 규모의 아파트가 5000만~8350만원선에 매매가 이뤄졌다. 반면 전세는 7200만~8000만원선에 거래되면서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웃돌았다.
대구 달서구 본동의 월성주공5단지도 마찬가지다. 전용 44.94㎡의 매매가가 5000만~90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전세는 6000만~8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경북 포항시 장성동 럭키장성1단지의 전용 73.77㎡는 매매가 7100만~1억1300만원에 이뤄졌지만 전세는 이와 비슷한 7000만~9000만원 수준에 거래됐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이 매매가가 정점을 찍었다고 인식하면서 매매보다 전세에 머문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김은선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지방아파트는 최근 2~3년간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상승했다"며 "하지만 오른 가격이 정점이라고 인식한 수요자들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접고 전세에 머물면서 일부 단지에서 전셋값이 매매가를 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봄 이사시즌에도 불구하고 경북지역은 가격급등에 대한 부담으로 매매가 상승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일부 매매가가 오른 경산 등의 지역은 호가위주로 상승했다.
이진우 부동산114 대구경북지사장은 "봄 이사시즌의 영향으로 중소형 위주의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상승세가 많이 둔화됐다"며 "앞으로 국지적 호가 상승세는 있겠지만 전반적인 시장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현상은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중산동 중산태영6단지 전용 57.42㎡는 1억3700만~1억5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진데 반해 전세는 1억1000만~1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최저 매매가와 최고 전셋값의 가격차이는 불과 200만원 수준이다.
김 연구원은 "최근 정부정책으로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요자들은 장기침체로 인후 시장이 회복세를 이어갈 지 우려하고 있다"며 "집값하락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수요자들은 세 부담이 자유로운 임차시장에 머물게 되면서 전셋값과 매매가의 차이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전세의 월세화 속도가 빨라진 것도 이런 현상을 부추긴 요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월세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최근 전월세안정화 대책 등 정부정책의 방향도 월세로 바뀌고 있다. 이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임대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향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세입자들은 여전히 고정적인 지출비용이 있는 월세보다 보증금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전세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특히 관리비 부담이 적고 수요자들이 많이 찾는 중소형 아파트는 전세값이 매매가를 바짝 뒤쫓고 있다"며 "대출이 있거나 경매낙찰가가 낮게 책정돼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세입자는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스토미토DB, 이 사진은 위 기사와 관계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