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그 동안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월세신고 안하기로 특약에 넣는 등 관행이 이어져온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늘어난 세금 만큼 월세도 증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강남구의 L 중개업소 대표)
정부가 전월세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지 일주일 만에 보완조치를 내놓았지만 여전히 시장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임대인들의 조세저항으로 공급물량이 감소하고 임대료가 오르면서 전월세시장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정부는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보완조치를 발표했다. 2000만원 이하의 은퇴자를 포함한 생계형 임대소득자가 세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서둘러 마련한 대책이다.
이번 완화조치는 주택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인 소규모 임대소득자에 대한 과세는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오는 2016년까지 비과세며, 이후에는 분리 과세로 전환될 방침이다.
여기에 분리과세 단일세율 14%는 그대로 적용하면서 월세 소득 중 필요경비율을 기존 45%에서 60%로 늘리는 동시에 기본공제금액 400만원을 인정해 세 부담을 완화시켰다.
또 연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종합소득 과세대상이 적용되도록 했다.
이에 대한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서울 강동구 B중개업소 대표는 "연 임대소득 2000만원이 넘어가면 안낼 수 있었던 종합소득세를 내야 하니까 임대인들은 임대료에 세금부분을 포함시킬 것"이라며 "조세저항 때문에 살아나는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세입자가 월세 세액공제를 신청해 집주인의 소득이 노출된다고 해도 3년 전 분량의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기로 했다.
확정일자를 동사무소가 아닌 등기소에서 2~3년 전에 받았다면 정보열람이 어렵다. 등기소의 경우 그 동안 수작업으로 진행해 왔으며, 올해 1월1일부터 열람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시장은 정부가 생색내기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송파구 C중개업소 대표는 "과거 등기소에서는 확정일자는 수기로 처리된 부분이 있어 정부가 3년전 소득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 없던 세금이다 보니 조세저항이 심해질 것을 우려해 취한 행위로 사실상 생색내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세제 완화조치에도 불구하고 전월세 공급 위축으로 인한 시장의 혼란을 우려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팀장은 "과세를 안 하던 것을 하겠다고 하니 과연 민간임대사업자들이 세금 납부에 대해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세금은 다주택자에게 큰 부담이기 떄문에 공급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임대인들이 세입자에 세금을 전가하는 상황이 확산 된다면 전반적으로 전월세시장이 불안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전월세안정화 대책은 분명 필요 하지만 공급축소 영향이나 월전세 가격 상승분을 고려했을 때 전세가 불안한 현재 시점에 (대책이) 나와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천석 오메가리얼티 소장도 "월세를 양성화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라며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월세가 변동될 수 있다. 임대인의 세금부담이 늘어나면 세입자에게 직접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