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 3주년..우리는 뭘 배웠나

입력 : 2014-03-11 오후 5:01:03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올해 3월11일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꼭 3년째다. 사고 후 1000일이 넘게 지났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탈원전 논란으로 갈등이 끊이지 않고 방사능 오염수 유출은 주변국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과 가장 인접한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무엇을 배웠고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 관심이 쏠린다. 발전 비중에서 원전이 30%에 육박하고 전 세계에서 국토면적 대비 가장 많은 원전을 보유한 우리는 언제든지 원전사고에 노출될 수 있는 처지다.
 
11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국내 23기의 원전 중 가동 중인 원전은 신고리 원전 1·2호기 등 총 17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동을 멈춘 원전 6기는 계획예방정비 중인 원전 5기와 노후 원전 1기. 외적인 가동상태만 보면 우리나라 원전은 큰 문제가 없는 모습.
 
그러나 갑작스러운 재난에 대한 방비도 철저할까. 특히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예고치 않은 대지진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크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지진이 발생할 때 원자로를 자동으로 정지하는 설비를 갖추고 대형 해일(쓰나미)에 대비해 원전을 둘러싼 해안방벽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관계자는 "일본 원전사고 후 해안방벽을 기존 높이 7m~8m에서 높이 10m, 두께 1.85m의 콘크리트 방벽으로 보강했고, 해일경보가 나면 바로 바닷물 유입을 차단하는 대형 차수문을 높이 10m, 두께 0.8m 크기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후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원전의 해안방벽을 보강하는 모습(사진 속 빨간 원안이 보강 공사 전 해안방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해일피해 말고 땅에서 일어나는 지진에는 어떻게 대비할까. 한수원 고리본부 관계자는 국내 원전이 가압경수로형이라는 점과 5중 방호벽으로 설치된 원자로 구조를 설명했다.
 
가압경수로형 원자로는 원자로 안을 순환하는 1차 계통과 원자로의 핵분열에서 발생한 증기를 순환시키는 2차 계통, 2차 계통에서 터빈을 돌린 후 전기를 만든 증기가 물이 됐을 때 이를 바다로 내보내는 3차 계통이 서로 분리된 형태다.
 
한수원 관계자는 "일본의 원전은 비등수로형으로 원자로 계통과 터빈 계통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아 방사능이 유출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원전은 각 계통은 서로 차단돼 방사능 유출 위험이 적다"며 "원자로도 5중 방호벽으로 설치했다"고 강조했다.
 
◇원자력발전소 5중 방호벽 구조(사진=한국수력원자력)
 
아무리 시설이 완벽해도 이를 관리·감독하는 체계가 잘못됐다면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일어난 원전비리는 온 국민을 격분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원전비리 직후 산업통상자원부는 부랴부랴 비리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만들어 원전과 전력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원전 마피아 근절, 부품 구매제도 개선, 부품 품질관리 강화를 추진했으며, 그 결과 원전 퇴직자 재취업 감소, 원전 부품 구매 시 수의계약 비중 감소, 원자력안전법 개정안 발의 등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또 산업부와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원전산업 정책협의회를 제도화하고 부처 간 관리·감독 사항을 조율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추진하는 등 정부의 관리·감독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부처 간 협업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원전 공공기관 관리·감독 강화방안(자료=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올해 업무보고에서 "원전비리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기 위해 사법경찰권을 갖는 방안과 비리업체에는 과징금 최대 50억원까지 물리는 내용을 발표했다.
 
지난해 원전비리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한수원과 한전연료 등 원자력 관련 공공기관도 원전시설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쇄신을 다짐했다. 이들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한수원 본사에서  '후쿠시마 교훈,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주제로 안전헌장 선포식을 열었다.
 
한수원과 한전기술(052690), 한전연료, 한전KPS(051600) 등이 모인 이날 행사에서는 원전 업계가 그동안 원전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한 노력을 점검하고 원전 공공기관이 준수할 '원전사업자 안전헌장'을 제정·공표했다.
 
이들은 이를 통해 ▲최상의 안전수준 확보 ▲투명한 원전운영 ▲원자력 안전문화 창달 ▲투명한 정보공개 ▲국민과의 소통증진 ▲국민 안심추구 등 6대 원칙을 실천할 방침이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에서 조석 한수원 사장(사진 오른쪽에서 다섯번째)과 한전기술, 한전연료, 한전KPS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원전사업자 안전헌장 선포식'이 열렸다.(사진=한국수력원자력)
 
그러나 단순히 보여주기식 행동만 가지고 원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역시 동일본 대지진 전까지는 원전의 안전성을 의심하지 않고 원전 지상주의를 내세우며 원전을 최대 50까지 늘렸다가 날벼락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에너지정의행동 관계자는 "정부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원전 구조가 다르다거나 후쿠시마 사고와 원전비리 후 원전에 대한 관리·감독체계를 강화했다고 말하지만 원전에 대한 높은 의존율은 언제라도 원전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상용화가 더딘 상황에서 원전이 최선도 아니지만 최악도 아닌 만큼 장기적으로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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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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