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수년 전 은행들이 의욕적으로 설립한 대학생 특화점포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당시에는 미래고객 확보 차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수년째 수익성이 나지 않으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은 대학교 인근에 대학생 특화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2012년 말까지 집중적으로 대학생 점포를 개점했으나 이제는 설립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2012년 말까지 은행들은 미래고객 확보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대학생 전용점포를 개설했다. 하지만 대학생 점포의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대학생 점포 개설을 자제하거나 기존 점포를 아예 정리하는 수순을 밝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1월 국민은행 대학생 점포 '락스타존 숙명여대점' 개점식.
가장 많은 대학생 점포를 보유한 국민은행은 아예 점포 정리에 들어갔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주요대학 인근에서 대학생 점포 41곳을 운영했다. 은행권에서는 가장 많은 수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올해 초 15곳의 대학생 점포를 없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남은 26곳 가운데 몇 군데도 인근 점포에 흡수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거점 점포로 통합하는 방향으로 영업망을 새로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들은 국민은행과 달리 파일럿(시험) 형태로 두세 곳만 운영하지만 추가 설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최근 2년여간 대학생 점포를 새로 개설한 은행은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우리은행은 고려대와 이화여대 부근에 '스무살 우리'라는 대학생 전용점포를, 신한은행은 경희대와 홍익대에 'S20 스마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고려대에 '하나스마트존'을 보유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 2012년에는 대학생 점포가 실제로 미래수익 모델이 될 수 있는지 시범적으로 개점한 것이었다"며 "있는 점포는 그대로 유지하겠지만 증설의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학생 점포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은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요 고객층이 대학생이다보니 큰 돈을 맡기는 경우가 없고 카드나 대출을 이용하는 일도 적다. 수익이 턱없이 적어 지점 운용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금융당국의 점포 수 축소 독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이 최근 몇 년간 최악의 실적을 보이면서, 당국은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 개선을 위해 적자점포를 줄이라고 권고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무조건 점포를 줄이는 것은 되레 잠재고객이탈과 금융사고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 수익성 악화는 저금리로 순이자마진이 줄어들고 대손상각비가 증가했기 때문이지 점포수나 비용과는 무관하다"며 "은행이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점포 영업력을 보다 강화해야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