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시민·보건의료단체는 2차 의-정 합의안에 대해 “국민을 배제한 밀실야합”이라며 “수가인상 논의가 없었다는 것은 말장난이다. 집단휴진을 빌미삼아 수가인상을 따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느티나무홀에서 앞서 2차 의-정 협의결과에 대한 분석 비판 기자설명회를 가졌다.(사진=이경화 기자)
참여연대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정부 의료민영화 정책의 법적 제도적 문제점과 시민이 배제된 2차 의정협의 분석 비판’ 기자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 17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2차 의-정 합의 결과로 발표한 원격의료, 투자활성화대책, 의료제도개선 등이 주요 사항으로 지목됐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의협은 국민 합의의 명분으로 의료영리화 저지라는 대의를 들고 집단휴진에 나섰지만, 실질적으로 취한 것은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수가인상 구조 법제도화"라며 "정부와 야합으로 쟁취해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눈에 가시 같은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구조를 공급자(의사)에게 유리한 구조로 취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건강보험·수가 정책의 결정 지배구조인 건정심 구성은 가입자(국민), 공급자, 정부 및 공익대표가 8:8:8인 구조였다. 협의내용처럼 공급자 중심으로 과반수가 채워질 경우 국민을 대변하는 쪽이 취약해져, 결국 국민들은 건강보험 결정구조에서 쫓겨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또 “정부는 의료영리화 정책과 건강보험제도 민영화 등 장애물을 제거하는 대가로 국민들을 팔았고, 의협은 국민의 건강권을 볼모로 정부와 딜을 했던 것”이라며 “국민들 관점에서 보면 밀실야합에 불과하다.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반사회적인 합의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맹비난했다.
원격의료에 대해서도 무원칙한 합의를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상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은 “원격진료는 유럽이나 미국에서의 연구결과에서도 효과와 경제성,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2차 의정 협의결과를 보면 6개월 동안 새로운 의료기술을 두고 이 세 가지를 검증해서 연내에 도입한다고 했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문가 단체임을 내세우는 의협이 원칙에 어긋나는 합의를 했다는 비판은 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김용익 민주당 의원이 산자부에서 350억원을 들여 진행된 정부의 시범사업이 엉터리였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면서 “350억원을 들여도 밝혀지지 않은 연구결과가 단지 의협이 참여했다고 밝혀지겠냐”고 꼬집었다.
투자활성화 대책 역시 의료비 상승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투자활성화 대책은 사실상 공익 의료기관을 영리병원으로 바꾸는 행위”라며 “정부 주장과는 달리 의료연관 산업 대부분을 부대사업으로 허용하기 때문에 의료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투자활성화 대책은 운영권을 이양하거나 경쟁체계 구축, 자회사를 통한 민영화 등 우회적인 민영화”라면서 “자회사의 수익은 환자들의 주머니 속에서 나온다. 국민의 의료비 증대를 뜻하는 것으로, 병원이 정상화 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의 영리화가 가속화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18일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의-정 합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사진=이경화 기자)
한편 이날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는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의협의 2차 협의는 1차 때보다 진전된 것이 거의 없고, 훨씬 나쁜 쪽으로 합의가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범국본은 “의협이 이번 협의에서 수가인상 문제는 제외됐다고 했지만 정부가 내준 건정심 개편이나 조정소위원회의 구성은 결국 의료계 쪽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의협은 건강보험 구조개선 방안에 대해 가입자의 권한이 무시된 단독 협상으로 계속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의-정 협의는 결국 의료계의 수가 인상이 직결되는 것으로,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 강도를 높였다. 범국본은 건정심 개편과 관련, 가입자의 권한을 축소시키는 부분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의협 개편안에 대해 거듭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또 “밀실합의로 이뤄진 이번 협의안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의협이 협의안을 두고 자신들의 요구가 대폭 반영된 것이라고 밝힌다면 애초 원격의료와 영리자회사를 저지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고백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