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판팀 '간첩사건' 증거 없이 시간만..'어쩌나'

사실상 '유일 증거' 유가려씨 1심 진술 번복후 유지
중국 출입국관리소 前공무원 임모씨 주장 자술서와 달라

입력 : 2014-03-20 오후 6:18:40
[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검찰이 증거조작 논란이 불거진 '간첩사건' 항소심에서 피고인 유우성씨(34)의 혐의를 입증할 이렇다 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여기에 재판부가 오는 28일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겠다는 단호한 입장이어서 검찰은 기존에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일단 기일변경 신청 없이 항소심을 끝낼 것으로 보인다.
 
간첩사건 공판팀의 검찰 관계자는 지난 19일 "항소심에서 제출된 문건은 문제가 있다"며 검찰측 문건의 위조 가능성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복잡한 심정을 보였다.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할 사실상 유일한 증거는 여동생 가려씨의 '오빠는 간첩'이라는 진술뿐이다. 그러나 객관적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고 재판 도중 번복되면서 이미 1심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항소심을 진행하면서도 유가려씨의 번복된 진술은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 부분에 관해 1심 재판부와 비슷하게 판결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게다가 검찰은 지난 11일 '전산 전문가' 이상진 고려대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관리하는 중국 전산시스템을 직접 취급한 경험자가 아니라 신문의 필요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사면초가에 진퇴양난이다.
 
앞서 검찰은 '출-입-입-입'으로 기록된 유씨의 출입경기록은 컴퓨터 전산오류라는 유씨측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전직 중국 출입국관리 공무원 임모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임씨는 '출입경기록에서 없던 기록이 생성될 수 없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작성한 인물로 이와 반대되는 유씨측 변호인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주요 증인이었다. 검찰은 증인 신청 전 임씨의 자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임씨는 지난 12일 소환조사에서 자술서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고 스승이자 국정원 협조자인 김모씨(61·구속)가 대신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검찰은 또 난관에 부딪혔다. 검찰에 불리한 증인이 된 임씨가 오는 28일 결심공판에 검찰측 증인으로 설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위기에 몰린 검찰 공판팀은 유씨의 간첩혐의 입증을 위해 새로운 증인이나 증거를 찾기보다는 기존에 수집한 증거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온 것이라 공판팀이 자체적으로 수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기존에 나온 진술증거 중 특히 동생 가려씨의 진술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스스로 증거의 위조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이같이 재판을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검찰 증거의 위조 여부와 유씨의 간첩 여부는 별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가려씨의 진술 중 객관적인 물증과 모순되는 증거를 배제한 다른 증거에서 유씨의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찾는 데 주력 중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사와 기소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면서 "재판부도 판결문 곳곳에 유가강(유우성)씨가 간첩일 수 있다는 점을 여러차례 언급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1심 재판부는 "유가려의 진술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진술하기 어렵다고 보일 정도로 구체적인 부분도 많아서 그 진술 내용이 사실이고 따라서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판결문에는 재판부가 "유우성씨는 통상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치밀한 방법으로 자신의 국적을 적극적으로 은폐하고 기망했다", "유가려의 진술이 매우 세세하고 구체적이다"라고 언급한 부분도 있다.
 
한편 검찰은 탈북단체가 유씨를 고발한 건을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노정환)로 정식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유씨측 문건 역시 정상적으로 발급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재소환을 통보한 상태다.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에서 서울고등법원에 회신한 사실조회신청에 대한 답변서(사진=조승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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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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