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금리인상 시사한 옐런..비둘기옷 입은 매파?

첫 의사봉 잡은 옐런, '선제안내' 사실상 폐기
美 양적완화 10월 종료..이르면 내년 4월 첫 금리 인상

입력 : 2014-03-20 오후 3:08:44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19일(현지시간) 자넷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중으로 조기 금리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 역시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며 미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옐런 의장의 이번 발언은 같은날 발표된 연준의 성명과는 엇갈린 방향을 나타내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빠르면 내년 4월 기준금리 인상할 듯
 
옐런(사진) 의장은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이어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채권매입 규모를 추가로 100억달러 감축한다고 밝히며 양적완화 종료 6개월쯤 뒤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자넷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있다.(사진=로이터통신)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선제안내(포워드가이던스·forward guidance)인 실업률 6.5%를 없애고 실업률을 포함한 고용상황과 물가상승률, 경기 전망 등 광범위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연준의 목표치에 얼마나 근접했느냐 뿐만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혹은 늦게 지표가 움직이는지도 동시에 살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옐런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의) 구체적인 시기를 명시하기는 힘들겠지만 아마도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끝난 뒤 6개월쯤 지난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알다시피 경제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벤 버냉키 전 의장 재임 시절인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테이퍼링을 결정한 이후 총 3번의 FOMC 회의를 통해 채권매입규모를 850억달러에서 550억달러로 줄였다.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연준은 올 가을쯤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모두 종료하게 된다. 즉, 금리인상 시기는 내년 봄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까지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2016년 이후로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많게는 1년 이상 앞당겨질 수 있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미 일부 선물 트레이더들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내년 4월로 반영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16명의 FOMC 위원 가운데 13명이 내년중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1명은 올해 중으로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나머지 2명은 2016년중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상의 폭도 예상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연준은 지난해 12월에는 내년말까지 기준금리가 0.7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번에는 전망치를 1%로 높였다. 2016년말 예상 금리로는 기존(1.75%)보다 0.5%포인트 높은 2.25%를 제시했다.
 
◇"옐런, 금리조기인상 시사에 시장 혼란만 키워"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옐런 의장이 기준금리에 대해 성명서와 엇갈린 언급을 하며 시장의 혼란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성명을 통해 "상당기간(for a considerable time)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힌지 30분만에 옐런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 인터뷰를 인용해 "옐런 의장이 취임후 첫번째 공식 기자회견에서 마치 초보자의 실수(rookie gaffe)를 저지른 것 같다"고 꼬집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연준의 성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이 정상수준으로 돌아와도 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이어 "FOMC의 성명은 '비둘기파' 성향이 강했다"며 "이는 조기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도 장기금리를 낮게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월가 전문가들은 옐런 의장의 발언이 '매파'에 가까웠다고 평가했다. 피터 케니 클리어풀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옐런은 분명 금리인상 예상시기를 다소 앞당겼다"며 "그동안은 그가 매파적이라기 보다는 비둘기파적 성향이 더 강한 것으로 인식돼온 만큼 시장에서는 이같은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옐런의 발언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이 명확해졌다고 평가했다. 함 밴홀츠 유니크레딧 이코노미스트는 "(옐런의 발언은)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명확한 신호"라며 "금리인상을 계속 미루던 기조가 이제는 끝날 것"이라고 해석했다.
 
FT도 연준의 이번 변화는 내부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넘지 않도록 억제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빨리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 이후 금융시장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0.7% 하락한 1만6222.17포인트를 기록했고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도 모두 0.6% 내외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국채가격도 하락하며 10년만기 미 국채 금리는 0.1%포인트 상승(국채가격 하락)한 2.77%를 기록했다. 달러화는 엔화와 유로화 등 주요 통화대비 강세를 기록했다.
 
◇올해 美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조정
 
연준은 미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하향조정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의 2.8~3.2%에서 2.8~3.0%로 낮췄고, 내년 전망치는 3.0~3.4%에서 3.0~3.2%로 조정했다. 오는 2016년 성장률 전망치 역시 2.5~3.2%에서 2.5~3.0%로 변경했다.
 
최근 이어진 비정상적인 한파와 폭설 등으로 미국 경제가 1분기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기록한 데 이어 국내외적 변수에 따라 상승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한 것이다.
 
옐런 의장은 "1분기 경제활동을 악화시키는 데 날씨가 분명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다만 이런 변수가 2분기에는 사라지면서 경기가 어느저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연준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월말 발표한 미국의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 2.8% 보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실업률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로는 직전 보고서의 전망치 6.3~6.6%보다 낮은 6.1~6.3%를 제시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실업률이 5%대로 낮아지며, 각각 5.6~5.9%, 5.2~5.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개인소비지출(PEC) 인플레이션은 1.5~1.6%로 예상하며 직전 예상치(1.4~1.6%)보다 범위를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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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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