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슈퍼주총..총수들, 경영일선 전면후퇴

권력기관 출신 '힘 있는' 사외이사 모시기 '눈살'

입력 : 2014-03-21 오후 3:32:46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국내 662개 상장사가 21일 일제히 주주총회를 열었다. 지난 14일에 이어 두 번째 슈퍼 주총데이다.
 
특히 이번 주총데이에서는 SK, 한화, CJ, 효성 등 횡령 및 배임 혐의로 형이 확정되거나 재판 중인 재벌그룹이 대거 몰리면서 해당그룹 총수들의 등기이사직 사퇴가 핵심 관전포인트로 떠올랐다.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서는 일부 대기업들이 이른바 '힘 있는' 사외이사들을 영입하며 대관력을 키웠고, 이사보수 한도를 확대하는 기업들도 눈에 띄었다. 주주 가치보다는 경영진 이익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SK·한화·CJ는 물러나고 효성은 ‘재선임’
 
이날 주총데이의 핵심은 임기가 만료되는 재벌 총수들의 등기이사직 재선임 여부였다.
 
지난 14일 지주사인 SK를 비롯해 그룹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되지 못하며 사임의 뜻을 관철시켰다. 
 
대법원 확정 판결에서 징역 4년의 원심이 확정된 만큼 법적 논란은 물론 뒤따를 윤리적, 도의적 책임으로부터도 벗어나는 모습을 통해 반성의 의미를 더했다.
 
이에 따라 SK는 조대식 대표, SK이노베이션은 구자영 대표, SK하이닉스는 박성욱 대표 등 각각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이들은 최태원 회장이 물러나면서 생긴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또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유죄 확정 판결에 따라 SK E&S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SK네트웍스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조대식 SK 주식회사 대표이사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에서 열린 제52차 정기주주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News1
 
이날 SK하이닉스 주총에서는 임형규 SK수펙스추구협의회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영향력을 입증했다. 임 부회장은 지난 1976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메모리 반도체부터 시스템LSI, 종합기술원장 등을 지낸 반도체 전문가로, 영입을 위해 최 회장이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가 확정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이날 지주사인 한화를 비롯해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한화L&C,한화테크엠, 한화이글스 등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김 회장은 당분간 건강을 챙기는 데 주력하며 자숙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임기가 만료된 CJ E&M, CJ오쇼핑, CJ CGV 등 3개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다만 임기가 남은 지주사 CJ와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시스템즈 등의 등기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했다.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회장은 지난달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항소한 상태로, 확정판결 이전이라도 그룹 총수로서의 윤리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반성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항소심 재판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탈세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효성의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게 됐다. 조세 포탈 및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도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여기에 3남 조현상 부사장까지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되면서 같은 총수 리스크를 안고 있는 다른 기업들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이외에 LG는 조준호 대표이사가 사내이사로 재선임됐고, 롯데쇼핑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신헌 롯데쇼핑 대표 등 4명이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롯데제과는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정부 규제 방패막이?..'힘 있는' 사외이사 모시기 경쟁
 
이번 주총에서는 권력기관 출신의 ‘힘 있는’ 사외이사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대기업들이 세무조사 등 사정당국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가운데 정부 출신 인사들을 영입해 정부 규제 등에 대한 '방패막이'로 활용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SK네트웍스는 관세청장 출신인 허용석 삼일경영연구원장, SK하이닉스는 최종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최종원 교수는 KDI 연구위원,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장 등을 지냈다.
 
한화는 황의돈 전 육군 참모총장과 강석훈 전 서울고등법원 판사, 노선호 전 한화증권 재무지원본부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롯데쇼핑은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과 곽수근 전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자문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롯데제과는 송영천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롯데칠성은 김용재 전 국세청 감사관실 감찰담당관을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롯데케미칼은 대통령 민정수석 비서관을 지낸 정동기 법무법인 바른 고문변호사와 박석환 전 영국대사를 사외이사에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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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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