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23일 서울시의 문화 행사장을 직접 찾아 박원순 서울시장과 한 시간여동안 대화를 나눴다. 전날 문재인 의원과 짧은 대화만을 나눴던 안 위원장은 이날 박 시장과는 서로 책을 구매해 교환하는 등 한 시간 내내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안 위원장은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당 창당대회 직후 희망나눔장처 행사가 열린 광화문광장을 찾아 박원순 시장을 만났다. 이날 만남은 안 위원장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희망나눔장터를 함께 둘러보며 서울시 교통문제, 협동조합, 보행친화도시, 사회적 기업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News1
이후 이들은 대형서점으로 이동해, 서로에게 책을 선물하며 덕담을 주고 받았다. 안 위원장은 박 시장에게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박 시장은 송호근 서울대 교수의 '그들은 소리내 울지않는다'를 선물했다.
안 위원장은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책 속에는) 상상 속 아름다운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며 "박원순 시장이 영감을 얻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에,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 이 책을 꼭 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를 추천한 이유에 대해 "이 책은 베이비부머에 댛나 책"이라며 "의원님이 앞으로 국회에서 큰 역할을 하실 것이기 때문에 (급속한 고령화 대비를) 국가적 과제로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해 이 책을 골랐다"고 밝혔다.
ⓒNews1
이들은 이날 당내외 반발에도 불구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의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해 한 목소리로 찬성했다.
박 시장은 "(기초단위) 현장에서 굉장히 혼란스럽고 손해를 입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면서도 "그러나 안 의원이 주창한 '자기특권 내려놓기'가 참으로 험난한 길이긴 하지만 그래도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기에 그것을 지키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머지 방법은 찾아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 위원장도 "정말 힘들고 고만의 길이지만, 단기적 이익을 쫓아서 약속을 저버리는 세력과 약속을 꼭 지키려는 세력과의 (경쟁)"이라며 "거기에 대해선 국민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판단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안 위원장과 헤어진 후, 기자들과 만나 '기초단위에서 패배할 경우 서울시 행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건 안 의원의 말처럼 작은 손해다. 그런데 국민들이 이런 것을 판단할 것이라고 믿는다. 국민들은 늘 똑똑하다. 세상의 상황을 다 보고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당장의 그런 불이익한 제도나 문제 때문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무공천에 대한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시장은 아울러 '지방선거 결과가 쉽지 않다는 여론조사가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당에 적극적 지원을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이미 말씀 드렸다. 정치라는 게 맨날 요동치기 마련"이라고 말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시민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라는 게 참 중요하다.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잘 하는 것 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말해 시정에 전념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편, 이날 안 위원장은 '어제 문재인 의원과의 만남과 달리 화기애애해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어제는 (부산시당 창당대회) 행사 중이어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오늘도 (서울시당 창당대회) 행사 중일 때는 박원순 시장과 한 마디밖에 못 나눴다"고 했다.
그는 "부산에서 문 의원과는 두번에 걸쳐서 말씀을 드렸으니까, 문 의원과는 (박원순 시장에 비해) 두배로 이야기를 많이 한 것"이라는 농담을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