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5일부로 임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삶의 전부하고 할 수 있는 언론·방송에 마지막 정열을 쏟았던 1년이었다"면서 "무엇보다도 건국 이래 정치의 볼모였던 방송·언론의 자유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방송의 공영성 확보를 위해 힘썼다"며 "33년간 묶여있었던 'KBS 수신료 조정안'을 국회에 접수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종편도 품격있는 콘텐츠 제작과 여론 다양성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공정하고 엄격하게 재승인 심사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창조방송의 재가동'과 국회에 계류 중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정보통신망법' 등에 대해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창조방송의 재가동은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우리 방송 콘텐츠는 창조경제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격려했고 "미래부와 함께 '단말기 유통법'과 '정보통신망법' 등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이 숙제도 여러분의 몫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위원장과 함께 김충식 부위원장, 양문석 상임위원, 김대희 상임위원, 홍성규 상임위원 등 방통위 2기 위원들도 임기를 마쳤다.
청와대는 차기 방통위원장으로는 최성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김대희 위원의 뒤를 이을 상임위원으로는 이기주 인터넷진흥원장을 내정했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2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방송통신위원회)
다음은 이경재 위원장의 이임사 전문.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경재
떠날 때는 말없이 가야 하는데, 순서에 있으니 몇 마디 말씀을 드리고 떠나겠습니다.
아주 좋은 봄날입니다.
오늘 마지막 출근날 아침, 아파트 주변에 목련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렸습니다. 봄의 환희를 느꼈지만, 헤어짐의 서글픔도 함께 느껴지더군요.
여러분과 함께 했던 지난 1년은 행복이었습니다. 제 삶의 전부랄 수 있는 언론·방송에 제 마지막 정열을 쏟았던 1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건국 이래 정치의 볼모였던 방송·언론의 자유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방송을 볼모로 잡으려는 진영 논리가 방송·언론의 자유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방향은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은 장악해서도 안 되고, 장악할 수도 없습니다. 타인의 자유를 훼손하지 않는 한, 자유민주체제를 무너뜨리려 하지 않는 한 방송은 어느 진영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합니다.
누가 뭐라 해도 박근혜 정부 하에서 이 부분만큼은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의 공영성 확보에도 힘썼습니다.
방송은 공적 책무에 충실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KBS가 본래의 임무로 돌아와야 합니다.
시청률 경쟁과 광고주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수신료 중심의 재원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33년간 묶여있던 KBS 수신료 조정안이 방통위를 거쳐 국회에 접수되었습니다.
좋은 결과를 보지 못하고 떠남에 아쉬움이 크지만, 국회의 현명한 결론을 기대하겠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종편도 품격있는 콘텐츠 제작과 여론 다양성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공정하고 엄격하게 재승인 심사를 마쳤습니다.
창조방송의 재가동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한때 한류를 주도한 방송이 이제는 추동력을 잃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한류 열풍에서 보듯 우리 방송의 콘텐츠는 창조경제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KBS 수신료 조정을 통한 광고 축소, 그리고 광고제도의 개선은 아쉬운대로 기사 회생의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UHDTV, MMS, 그리고 8VSB 등 첨단기술도 새 방송 시대를 여는 카드입니다. 이 문제들은 미래부와 여러분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용자 보호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단말기 보조금과 개인정보 유출은 국민 대다수의 실제적 삶의 문제입니다.
이 문제들은 규제만으로 풀기 어려워 미래부와 함께 '단말기 유통법'과 '정보통신망법' 등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이 숙제도 여러분의 몫이 됐습니다.
방통위 상임위원, 그리고 직원 여러분!
지난 1년간 저는 우리 방송통신 분야의 숱한 과제들을 풀어보려고 온 정열을 쏟았지만 저의 능력 부족 탓으로 상당 부분 미완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우리 방통위 공무원들이 그동안 지혜를 모아 철저히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데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경험한 방통위 공무원 여러분은 어느 부처보다 유능하고 책임감도 누구 못지 않습니다.
시간 될 때마다 직원 여러분과 돌아가며 식사하고, 막걸리라도 한 잔 나누며 소통한 것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혹여 ‘과(過)’가 있다면 제가 안고 갈테니 여러분은 우리 방송통신의 발전에 더 큰 ‘공(功)’을 세울 수 있도록 새로운 위원장님, 그리고 상임위원들을 잘 지원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누구보다 우리 동료 상임위원들께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김충식 부위원장님, 양문석 위원님께서 “나름대로 열심히 빌었다”고 인터뷰하시던데 저와 홍성규 위원, 김대희 위원도 열심히 빌고 설득했습니다.
자칫 진영 논리로 풀기 어려웠던 문제들도 대부분 원만하게 해결된 것은 대화와 타협, 그리고 신뢰의 바탕에서 협조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1년간 우리 방통위만큼 소통의 묘를 발휘한 곳도 많지 않다고 자부합니다.
출입기자단 여러분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의 오랜 언론계 생활에서 이처럼 정부 부처와 기자단이 따뜻한 정으로 맺어진 곳은 처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방통위 2기 상임위원들께 석별의 오찬을 베풀어주고 정성스러운 ‘맞춤형’ 멘트가 새겨진 감사패를 준 것, 영원히 잊지 않고 간직하겠습니다.
저는 이제 무거운 짐을 벗고 가벼운 마음으로 아직도 길게 남아있는 삶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어쩌지 못하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습니다.
“길 끝에는 또 다른 새로운 길이 있네”라는 어느 시인의 말도 생각납니다.
그래서 꿈은 버리지 않습니다. 비록 다른 길을 가더라도 함께 꿈꾸고 서로 응원합시다.
지난 연말의 건배사로 제 이야기를 마치려고 합니다.
“이멤버! 리멤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