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코스닥 시장을 한국거래소에서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벤처붐이 꺼지면서 2부리그로 전락한 코스닥 시장을 정부가 나서서 적극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25일 서울 역삼동에서 창조경제연구회와 코스닥협회, 벤처기업협회가 공동 주최한 '벤처생태계 복원의 첫 단계, 코스닥 재건'이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을 거래소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며 "'이제 코스닥 시장은 안정'이 아닌 '성장'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2001년 닷컴버블 붕괴 이후 코스닥이 회복 불가능한 빙하기로 들어섰다"며 "이제 코스닥 시장은 '고수익 고위험'에서 '고위험 저수익'인 2부리그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시장이 지난 2005년 거래소와 통합되며 점점 보수화되고 있어 변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투자자의 시장이탈 ▲기상장기업 코스피로 이탈 ▲우량 중소벤처 상장기피 등이 우려요인으로 꼽혔다.
이 이사장은 "이제 코스피는 안정성을, 코스닥은 성장성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코스닥시장을 독립시켜 독자성을 보장하고,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코스닥은 코스피와 기질 자체가 틀리다"며 "코스닥 시장의 대부분인 벤처기업들의 특성은 야생마와도 같아서 정부는 이들의 내재적인 위험을 감안해 시장 활성화 방안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빗장걸린 규제를 적극 풀어 시장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지난 몇년간 코스닥 거래량은 급감했고, 지수는 500선을 맴돌고 있다. 자금이 몰리지 않으니 자연스레 개인과 기관 모두 시장에 등을 돌렸다는 지적이다.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은 "한때 횡횡했던 '작전세력'도 일종의 시장참가자"라며 "코스닥과 벤처에 투자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기본적인 방침에는 동의하지만 규제 측면도 적극 완화해 기관의 시장 참여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임우택 A&T 커뮤니케이션 대표는 "기업사냥꾼 등 일부세력 때문에 코스닥시장이 상당히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모니터링을 통해 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기업의 처벌은 강화하되 규제는 완화돼야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정진교 코스닥협회 이사는 "세제상의 상장 인센티브 부여를 통한 우량중소기업의 상장 촉진을 유도하기 위해 2006년 폐지된 '코스닥상장 중소기업에 대한 사업손실준비금의 손금산입 제도'를 부활시켜 줄 것을 건의한다"며 "적용대상은 코스닥뿐만 아니라 코넥스상장 중소기업으로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같은 의견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서종남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코스닥 분리독립을 이미 단정지어 놓고 얘기해서는 안된다"며 "의사결정의 독자성이 문제라면 지배구조를 바꾸면 해결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 상무는 "코스닥 시장이 고위험 저수익이 되는 이유는 기업들을 발굴해서 상장을 돕는 벤처투자의 역할도 포함된다"며 "또 한가지는 코스닥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기술주기 때문에 기업의 성장성을 빼고 설명할 수 없고 리스크 역시 어느정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의 발제에 이어 장흥순 서강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서종남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 정진교 코스닥협회 이사, 김영수 벤처기업협회 전무, 임우택 A&T 커뮤니케이션 대표 등이 패널 토론자로 참석했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행사자 측은 "이날의 주제가 아무래도 코스닥 독립과 관련한 민감한 상황이다보니 참석을 꺼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서울 역삼동에서 창조경제연구회와 코스닥협회, 벤처기업협회가 공동 주최한 '벤처생태계 복원의 첫 단계, 코스닥 재건'이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패널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