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포스터 (사진제공=JTBC)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JTBC 월화드라마 '밀회'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4회만에 4%의 시청률을 경신했고, 3회 연속 자체최고 시청률이다. 방송 뒤 온라인에서의 화제성은 tvN '응답하라 1994'를 뛰어넘는다. 살 떨리는 은밀한 사랑이 시청자들을 흔들고 있다.
2회에서 일명 '피아노 베드신'을 통해 화제몰이에 성공한 '밀회'는 3회에서 김희애와 유아인의 키스, 4회에서의 힘겨운 재회를 통해 은밀하고 가슴뛰는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기습적으로 끝나버리는 엔딩 때문에 1시간 10분의 방송이 10분만에 끝나는 느낌을 준다. "끝나는 순간 탄식이 나온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터져나오고 있다. '밀회'만의 성공방식이 통하고 있다.
◇김희애-유아인 (사진제공=JTBC)
◇김희애와 유아인의 폭발적인 케미스트리
'밀회'의 주축은 김희애가 맡은 오혜원과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유아인 분)다.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가 안방을 들썩거리게 하고 있다.
격정 피아노신부터 '읍' 소리가 튀어나온 키스신, 예고편에서 드러난 백허그까지, 이들의 연기는 스무 살 남자와 마흔 살 여자의 '위험한 사랑'을 공감으로 이끌고 있다.
극중 '작은여우'라 불리는 오혜원은 서한예술재단의 실장으로서 한성숙(심혜진 분) 이사장, 서필원(김용건 분) 회장과 그의 딸 서영우(김혜은 분) 산하 아트센터 대표 사이에서 각자의 약점을 잡고 줄다리기를 하는 캐릭터다. 우아한 듯하면서도 속물근성이 있어 권력욕을 보인다.
일처리가 깔끔하고, 거짓말도 자연스럽다. 필요에 따라서는 남의 정보를 서 회장에게 슬쩍 흘린다. 지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 능구렁이의 면모를 마음껏 펼친다. 20대와 사랑을 할 수 있으면서, 이러한 지적인 이미지를 갖춘 여배우가 누가 있을까. 딱히 대체자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김희애의 연기력은 훌륭하다.
그런 오혜원이 사랑에 교감을 얻은 이선재는 순수하면서도 거친 남자다. 자신의 감정표현에 있어서 적극적이다. 키스와 포옹을 막무가내식으로 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연주를 오혜원이 못마땅해하자 "필요하시면 때리셔도 됩니다"라며 맞을 각오도 감추지 않는다.
창피한 것은 참지 못하는 스무 살의 열정을 그대로 표현한다. 4회에서 피아노 연주를 잘하지 못하는 여선생에게 다가가 폭주하는 장면은 유아인의 파괴력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다소 튈 수 있는 이 장면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성질을 부리는 유아인의 연기는 공감을 끌어냈다. 최근 유아인이 했던 말처럼 "허세만 있는 놈은 아니다"는 느낌을 주기 충분했다.
이러한 두 사람이 보여주는 케미스트리는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피아노 격정신에서의 몰입한 장면, 오혜원의 남편인 강준형(박혁권 분)을 두고 눈빛이 오고가는 장면, 채팅창 앞에서 교감을 느끼는 오혜원과 혜원이 준 책 '리흐테르 회고담과 음악수첩'을 읽으며 서글퍼하는 이선재의 표정은 소용돌이 치는 두 사람의 감정을 완벽히 전달했다.
김희애와 유아인에게 쏟아지는 칭찬이 지나치지 않은 이유가 '밀회'에 담겨있다.
◇유아인-김희애 (사진=JTBC 방송화면 캡쳐)
◇'고급스러운 불륜'..안판석식 연출
애초 이 드라마는 불륜드라마라는 리스크를 안고 출발했다. 김희애와 유아인, 심혜진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점과 MBC '하얀거탑'의 안판석 PD가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이 기대요소였다.
그 기대감은 만족감으로 변하고 있다. MBC '하얀거탑'에서 장준혁(김명민 분)의 심리에 따라 인물을 자유자재로 변주시켰던 안판석 PD의 연출이 '밀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혜원의 피아노가 있는 방의 주황색 빛 조명은 두 사람의 불륜을 아름답게 포장하고 있으며, 클로즈업과 롱테이크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식은 배우들의 심리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며 긴장감을 높인다. "발마저도 예쁘다"는 이선재의 말에 발을 가꾸는 오혜원의 행동을 차분하게 엿보듯이 그리내는 것이 그렇다.
무려 2분 50초에 가까웠던 2회 피아노 격정신에 대한 반응은 놀라울 정도였다. 피아노를 통해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한 안판석 PD의 연출에 많은 사람들이 경이로워했다. 2분 50초 이상을 두 사람의 얼굴과 스무개의 손가락만으로 집중시킨 그는 베드신을 연상시키는 격정신으로 그려냈다. 피아노를 통해 교감을 느끼는 이 장면은 불륜드라마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도 고급스러웠다.
뿐 만 아니라 4화 엔딩에서 멋모르고 좋아하는 강 교수의 행동을 배경으로 이선재와 오혜원이 눈빛을 마주칠 때의 스릴을 느끼게 하는 연출 역시 돋보였다. 또 폭주하는 이선재가 한 피아노 선생에게 다그치는 장면은 10여초의 롱테이크로 진행시키며 주체하지 못하는 이선재의 속마음을 브라운관에 폭발시켰다.
◇김희애 (사진제공=JTBC)
◇불륜과 정치싸움, 그리고 파국
앞서도 설명했듯 극중 오혜원의 포지션은 서 회장, 한 이사장, 서영우 사이에서 약점을 잡고 있으면서 이들을 중재하는 역할이다. 그러면서 속마음에는 예술재단의 한 자리를 잡으려는 속물근성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선재와 사랑에 빠지면서 약점이 잡히고 파국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권력욕에 사로잡혔던 장준혁이 파국을 맞은 것과 마찬가지로 오혜원과 이선재 역시 힘있는 자들의 노리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런 예상이 나오는 이유는 상류층의 정치싸움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는 음악 대학의 권력싸움이라는 어두운 이면을 노골적으로 그려내고 있어 단순한 불륜드라마라고 치부하기에 무리가 있다.
"음악 전공생이라면 이 정도의 악기는 사줘야지. 악기부터 사라"라고 악기를 강매하는 여교수부터 라이벌 의식에 사로잡힌 강준형, 총장 자리를 원하는 민용기(김창완 분) 학장의 정치싸움, 고고하고 품격있어보이지만 육두문자를 남발하고 화장실에서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한성숙과 서영우, 이를 놀랄 것 없다는 분위기로 차분히 중재하는 오혜원의 행동 등은 상류층의 속물근성을 에둘러 표현한다.
'밀회'는 주요 소재인 불륜과 정치싸움 스토리가 균형을 맞추고 있어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대목이 시청자들이 '밀회'를 찾게 만들고 있다.